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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일보 조은아 기자] 가을철 서울 도심에 노랗게 물든 은행나무는 아름다운 풍경을 연출한다. 하지만 열매는? 아마 도로에 은행나무 열매가 떨어져 사람과 차량이 밟고 간 곳을 지나가 본 사람이라면 은행나무 열매의 냄새가 얼마나 고약한지 알 것이다. 은행나무는 암수가 구별되는 대표적인 수종으로 열매가 달리기 전까지는 암수 구별이 어려워 재배농가에서도 성목이 돼야만 암수구분이 가능했었다.

 

은행나무 열매가 떨어진 후의 얼룩으로 도로의 미관을 해칠 뿐만 아니라 악취로 인한 불쾌감, 그리고 불법 열매를 채취하는 일반 시민들이 교통사고 위험에 노출돼 있어 이에 대한 대책이 요구되고 있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지자체는 ‘떨어진 은행나무 열매를 어쩌랴’는 식으로 환경미화원들에게 그 역할을 일임해버리니 은행나무가 있는 도로는 시민에게 오히려 ‘민폐’일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최근 반가운 소식 하나가 들렸다. 바로 국립산림과학원이 은행나무의 암나무와 수나무의 DNA를 분석해 이를 조기에 구별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이는 앞으로 도심 가로수를 식재 시 열매가 달리지 않는 수나무만을 공급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가로수가 수나무로 교체되기까지 앞으로 많은 시간이 걸리긴 하겠지만 그래도 악취가 나지 않는, 낙엽이 떨어지는 낭만이 있는 가을 거리를 상상하니 기분이 좋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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