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일보 조은아 기자] 기상청 조석준 청장은 KBS 국내 기상전문기자 1호로 날씨와 인연을 맺은 지 올해로 38년을 맞았다. 기상전문가로서 뿐만 아니라 공군, 기업, 언론 등의 사회생활을 하면서 단 한 번도 ‘기상’을 제외한 삶을 산 적이 없다. ‘날씨예보는 인류 최고의 발명품’이며 ‘날씨가 삶의 전부’라고 말하는 조석준 청장을 만나봤다. <편집자주>

 

예보의 신속한 전달 및 철저한 방재훈련 뒤따라야

융합행정·국제협력 통해 정보의 가치확산에 나서

 

조석준 청장2.
▲ 기상청 조석준 청장 <사진=박길상 기자>
기상분야에 몸담은 지 올해로 38년, 누가 기상전문가 아니랄까 기상에 대한 설명으로 말문을 열었다. 타블렛PC를 이용해 설명하는 모습이 스마트시대를 살아가는 스마트한 기상청장다워 보였다.

 

“날씨가 지구의 ‘기분’이라면 기후는 지구의 ‘성격’이라 할 수 있습니다. 기존에는 지구의 기분은 변해도 성격은 변하지 않는다는 전제하에 문명이 이뤄져 왔지만 이제는 지구의 성격까지 변하는 시대가 됐습니다. 병원에서 내시경, X-레이 검사를 하듯 기상청은 레이더와 AWS관측망 등을 통해 한반도와 지구를 측정, 예보하고 있습니다. 한마디로 ‘날씨의사’인 셈이죠”

 

재미있는 비유를 통해 최근 전 세계적으로 이슈가 되고 있는 기후변화와 기상청의 역할에 대해 강조했다. ‘기상이변의 일상화’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기상이변으로 인한 인적·물적 손실이 급증하면서 기상정보는 산업 및 국가경쟁력의 근간으로 작용함에 따라 기상청의 역할과 책임도 더욱 커졌다는 것이다.

 

천리안 위성, 예보정확도 능력 강화해

 

조 청장은 취임 후 공동기자회견을 통해 위험기상 대응, 기상산업 육성, 기상관측망의 첨단화, 동북아 기상재해 감소를 위한 기술교류 강화, 한·중·일 공동 기상서비스 체계 구축 등 기상청의 국가적 아젠다 지원과 국격제고를 위한 국가 기상업무 발전목표를 제시한 바 있다. 이처럼 기상청이 과거 필리핀 등에게 원조를 받던 나라에서 원조를 하는 나라로 바뀌게 된 데에는 불모지였던 1970년대 기상분야의 이야기를 빼놓을 수 없다.

 

“30년 전 KBS 기상전문기자 재직당시 사용하던 위성시스템은 일본에서 수입해온 것으로 가격은 10만불이었습니다. 30년 전 10만불은 현재 100억에 달하는 금액으로, 1억이면 아파트를 7채나 살 수 있었으니 그 금액은 어마어마한 거죠. 하지만 이제는 오히려 우리가 앞서가는 부분이 있을 정도로 기상선진국과의 기술격차를 좁히고 있습니다”

 

당시 일본에 비하면 우리 기상수준은 30년 이상 뒤떨어져 있었다고. 하지만 현재 우리나라는 세계 7번째 독자위성인 ‘천리안위성’을 보유하고 이 위성을 통해 22개국 30억명에게 실질적 정보를 제공, 지진, 산불, 홍수, 안개, 황사 등 한반도를 비롯한 동북아 위험기상을 감시할 수 능력을 갖췄으며, 강수예보 정확도가 93.1%에 이르는 등 기상청의 예보능력은 세계 7위 수준이다. 조 청장은 이런 기상기술의 발전은 기상분야를 담당하는 사람들에게 ‘기상이 생명을 살리는 기술’이라는 의식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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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석준 청장은 지난 5월26일 제16차 세계기상기구(WMO) 총회에서 집행이사에 선출됨에

따라 집행이사국 지위를 계속 유지하게 됐다. 이번 당선은 선진국 수준의 국내 기상기술을 인

정함과 동시에 필리핀, 베트남, 스리랑카 등 개도국에 대한 기술공여 등을 꾸준히 시행해온

결과다. <사진=기상청>


원조 받는 나라에서 원조하는 나라로

 

“기상은 사람을 살리는 기술입니다. 이는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전 세계 공통의 목표입니다. 115년 전 일본에서 대지진이 발생했을 때 2만명의 사망자가, 올해 3월에 발생한 지진발생 시에는 2만1000여명의 사망자가 발생했습니다. 하지만 이번 3월 지진 강도가 6배 이상 강해 10만명 이상의 사망자가 발생할 수 있었던 상황을 고려한다면, 이는 10만명의 사망자를 2만명으로 줄인, 다시 말해 8만명의 생명을 살린 기술인 것입니다”

 

바로 기상청의 높은 예보정확도와 기상기술이 요구되는 부분이다. 우리나라도 올해 집중호우로 인한 우면산 사태 등의 기상재해로 큰 피해를 입었다. 앞으로 더욱 심화될 것으로 예상되는 기상이변에 대해 조 청장은 정확한 예보, 신속한 전달과 함께 철저한 방재인식 및 훈련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예보를 통해 생명을 지키는 것이 가장 중요하고, 그것이 기상청이 추구하는 최고의 목표로 현재 상황에서 그에 대한 장치는 구축돼 있지만, 반면 효율적 방재시스템의 운영, 국민들의 협조가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3월 일본 대지진 발생 시 도쿄 디즈니랜드에는 5만명이 있었음에도 시설 측의 신속한 놀이시설 운행 중단과 함께 입장객을 시설 밖으로 대피시켜 단 한명의 사망자도 발생하지 않았다는 것은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할 수 있습니다”

 

물론 일본 지역 특성상 대형 기상재해의 잦은 발생으로 인해 방재훈련이 의무화돼 있기도 하지만 이는 일본의 철저한 재난방재 훈련의 결과이자 ‘일본인은 가족 다음으로 기상을 신뢰한다’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기상에 대해 매우 높은 신뢰를 보여주는 사례이기도 했다.

 

수신기계.

▲ 1980년대만 해도 우리나라 기상수준은 일본에 30년 이상

뒤쳐져 있었으나 현재 세계 7위의 예보능력을 갖추는 등 기상

선진국과의 기술격차를 좁히고 있다. 사진은 1981년 일본에서

10만불을 지불하고 사용하던 기상위성 수신기의 모습.

<사진=기상청>

“일본은 1990년대 태풍으로 인해 연간 1700명 이상의 사망자가 발생했지만 TV가 보급되고 컴퓨터 예보가 시작되면서 사망자의 수는 현저히 감소했습니다. 예보 정확도가 향상된 것도 있지만 기상정보가 신속하게 전달되면서 그에 대한 대책도 강화됐기 때문입니다. 이것이 바로 기상의 힘입니다. 이제는 단순한 예보에서 벗어나 기상정보의 가치를 향상시키는 것, 이 또한 기상청의 역할이죠”

 

기상청이 범정부적 융합행정, 국제협력에 적극적으로 나선 것도 바로 이런 이유를 포함하고 있다. 정보를 필요로 하는 기관, 또는 우리의 기술과 정보를 필요로 하는 국가 등과의 교류를 통해 기상정보의 가치를 극대화하고 나아가 세계 기상업무를 선도함으로써 국격 제고 및 세계 공동번영을 도모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와 관련해 지난해 기상청은 국방부, 국토해양부 등과 레이더를 공동으로 운용함으로써 관측 사각지대를 없애는 범정부적 레이더 공동활용 체계를 구축해 제26차 국가경쟁력위원회에서 대표적인 융합행정 우수사례로 꼽히기도 했으며, 최근에는 소방방재청과도 재난예방을 위한 업무협력 등 기상정보의 가치를 높이기 위한 다양한 정책을 추진 중이다. 또한 아시아 및 아프리카 등 전 세계 개발도상국을 대상으로 현업용 수치예보모델 기반 예측자료를 제공하는 등의 글로벌 기상협력체제를 구현하고 있다.

 

적시의 기상정보 제공이 기상정보 가치 높여

 

조석준 청장1.

▲조석준 청장이 타블렛PC를 이용해 기상청의 정책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박길상 기자>

아울러 그는 정보통신·미디어의 역할도 강조했다. 아무리 좋은 정보가 있다고 해도 전달되지 않는다면 죽은 정보이기 때문이란다. 기업으로 친다면 유통과 서비스라고 할까. 기자출신답게 조 청장은 다른 강의에서도 늘 자장면 배달과 비유하며 평소 기상정보 전달의 중요성을 강조하곤 했다.

 

“중국집에서 ‘신속배달’을 이야기하는 것은 배달에 따라 자장면의 맛이 좌우되기 때문이죠. 기상정보도 마찬가지입니다. 지난 집중호우 때 기상정보의 전달자로 스마트폰과 SNS(Social Networking Service)가 역할을 톡톡히 한 것처럼 기상정보가 앞으로도 더욱 신속하고 정확하게 전달될 수 있도록 노력할 겁니다. 제가 마케팅 부분에 주력하는 것도 바로 그 이유입니다. 제품을 유통시키고 서비스할 수 있도록 연결하는 것도 기상정보의 가치확산의 하나죠”

 

이처럼 필요로 하는 정보를 신속하고, 적시에 제공하는 것도 기상청의 몫이다. 내비게이션에 기상정보가 표시돼 확인할 수 있는 ‘웨비게이션’ 개발, 주재 외국인을 위한 영문예보서비스 실시 등이 그 노력의 결과물이라 할 수 있다.

 

그런 기상청의 노력을 국민들이 느낀 것일까. 최근 기상청이 국민 9000여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 상반기 단기예보, 주간예보, 기상특보 등의 예보서비스 만족도는 82.3점으로 지난해(78.3점) 보다 4점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같은 수치는 기상청이 만족도 조사를 실시한 이래 가장 높은 수준이다.

 

필리핀.

▲ 우리나라는 1960년대 필리핀으로부터 장충체육관, 미국대사관 건립 등 해외원조를 받은

바 있다. 하지만 지금은 필리핀, 베트남 등 국가에 기상기술을 지원하는 등 원조를 받던 국가

에서 원조를 하는 국가로 거듭났다. 사진은 올해 4월 필리핀에 기상지원을 위한 MOU를 체결

하는 모습 <사진=기상청>


“국민들의 만족도도 높아지고 기상에 대한 인식이 많이 개선되긴 했지만 아직까지 부족한 부분이 많이 있습니다. 물론 일기예보가 100% 정확하면 좋지만 신이 아닌 이상 틀리는 경우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죠. 기상에 대한 과학적 이해가 이뤄진다면 국민들의 기상예보에 대한 인식, 만족도는 더욱 높아질 것으로 생각합니다”

 

조 청장은 향후 박물관엔 문화유산해설가, 수목원엔 숲해설가가 있듯 기상청도 기상·기후를 이해할 수 있는 날씨스토리텔러, 날씨기후해설가 등을 양성해 국민의 이해프로그램을 마련할 계획이며, 이를 통해 국민들의 기상의 이해수준도 높아질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lisian@h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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