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석순 원장 1
가난과 소외 없는 부강한 환경선진국으로’

“환경기술 개발 등 연구 사업 주도할 것”

 

국립환경과학원 설립 33년 역사 이래 민간 출신으로는 최초로 박석순 원장이 취임했다. 취임 일성을 통해 “강의하고 연구하며 논문 쓰는 원장이 되겠다”고 밝힌 박 원장을 만나봤다. 그는 이미 지난 12월 6일 과학원 대강당에서 300여 명의 직원을 모아 놓고 첫 번째 강의 ‘부강한 환경선진국으로 가는 길’을 펼쳤으며 동영상을 찍어 산하 기관인 지방 4대강(한강, 낙동강, 금강, 영산강)물환경연구소에도 보냈다. 앞으로도 계속 새로운 강의를 시리즈로 할 예정이라고 한다. <편집자 주>

 

지난 10월 말 취임한 신임 박석순 원장에게 국립환경과학원은 생소한 곳이 아니다. 1981년 유학을 떠나기 전 박 원장은 환경보건부 환경생물과에서 인턴 생활을 6개월 하고 그 해 7월에 미국으로 갔다. 박 원장은 “지금부터 30년 전에 인턴(당시에는 인턴이라는 말이 없었고 연구생으로 불렀다.)으로 일했던 곳에 원장으로 온 것이 감개무량하고 ‘G20 시대’ 세계중심국가 대한민국에 걸맞은 국립환경과학원을 만들어보고 싶다”고 소감을 밝혔다.

 

한국인 환경과학박사 1호

 

박 원장은 고등학교는 문과, 대학은 자연대, 교수는 공대라는 독특한 학력과 경력을 가졌다. 그는 서울대학교 자연대 동물학과(현 생명과학부)를 졸업하고 미국으로 건너가 뉴저지 주 럿거스대학교 환경과학과에서 환경과학 석사(1983), 박사(1985)학위를 받았다. 럿거스대학교는 미국이 영국의 식민지였던 1766년 영국왕립대학(Queen's College)으로 설립됐으나 지금은 뉴저지 주를 대표하는 주립대학이다.

 

스트렙토마이신 개발로 1952년 노벨생리의학상을 받은 셀만 왁스만, 20세기 최고의 경제학자로 꼽히는 밀턴 프리드먼(1976년 노벨경제학상 수상) 등이 이 대학 출신이다. 특히 럿거스대학교는 1921년 세계 최초로 환경과학과를 설립해 환경 분야에서는 오랜 전통을 가진 명문으로 알려졌다. 세계적인 환경운동가 레스트 브라운도 이 대학 출신이다. 박 원장은 럿거스대학교 환경과학과에서 한국인으로는 처음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박 원장은 학위 후 같은 과에서 박사학위 취득 후 연구원(Post-Doc)으로 일하면서 뉴저지 주정부 자문위원을 비롯한 다양한 활동을 하다 지난 1988년 한국과학재단 해외유치과학자로 강원대학교 환경학과에 조교수로 부임했다. 1996년에는 이화여대에 공과대학이 설립되면서 환경공학과에 특채로 초빙돼 환경문제연구소장, BK21사업 책임자 등을 역임했다.

 

그는 지금까지 120여 편의 논문을 국내외 학술지에 출판하고 20여 편의 저·역서를 발표할 만큼 왕성한 연구 활동을 해왔다. 박 원장은 “국내에서 활동하면서 150여 편의 환경칼럼을 중앙 일간지와 전문지에 썼는데 대부분 우리나라 환경정책이 어디로 가야 하는지, 국민에게 어떠한 환경인식이 필요한지가 주요 내용이었다”라고 말했다.

 

그가 국립환경과학원장에 취임 이후 월계동 아스팔트에서 방사능이 검출되는 사고가 터졌다. 이와 관련 박 원장은 “현재 교육과학기술부 산하 기관에서 관리하고 있는 방사능 문제와 관련해 원전폐기물 안전성 문제는 교과부에서 담당하더라도 생활 속 방사능만큼은 환경부가 맡는 것이 옳다”고 말했다.

 

국민들에게 건강하고 쾌적한 환경을 보장하는 것이 환경부의 책무라면 생활 방사능 측정과 안전성 진단은 관련 연구기관인 환경과학원이 맡는 것이 맞다고 보기 때문이다. 일본 역시 한국처럼 문부과학성에서 원자력 발전과 폐기물 등을 관리하지만 생활 속 방사능 측정은 환경성과 현(우리나라 시도에 해당하는 곳)에서 하고 있다. 전국에 있는 대기관측 측정망과 시도보건환경연구원을 활용하는 방법이 국민들에게 좋은 환경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을 것이다.

 

취임 이후 발생한 또 다른 환경문제가 북한강 녹조 발생으로 인한 수도권 수돗물의 지오스민 냄새다. 그는 수자원 공사의 초기 대응이 잘못됐다고 보고 있다. 기후변화로 인한 이상 기온과 상류 댐 방류량 감소 등이 원인이라는 것이다. 박 원장은 “문제가 발생하자 수자원 공사에서 소양댐 방류량을 증가시켰는데, 이것이 원인이 돼 팔당 남측의 수도권 광역취수장까지 북한강물이 밀려왔다”며 “이때 북한강의 댐은 오히려 방류량을 더욱 줄이고 남한강 충주댐 방류량을 늘렸으면 수도권 광역취수장의 냄새 문제는 줄일 수 있었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아울러 그는 “또 다른 문제가 서울시에서 영등포 정수장 등에서 고도처리시설을 할 때, 막 여과를 너무 과대평가했다는 것이다. 막 여과는 냄새 제거가 안 되며 활성탄 처리과정을 모두 넣었어야 했다”고 지적했다.

 

그 외 1.

▲박 원장은 “국립환경과학원이 앞으로 상하수도 분야와 상하수도 연구를 맡아야 한다”고 말했다.

<탄소제로건물을 둘러보고 있는 박 원장>


그는 이 문제를 보면서 국립환경과학원의 제 역할을 다하지 못한 것을 안타까워했다. 지난 1994년 당시 건설교통부에서 상하수도국이 환경부로 넘어오면서 연구기능을 담당했던 건설기술연구원의 상하수도 팀은 그대로 두고 왔다. 박 원장은 이를 두고 “신랑만 오고 신부는 두고 온 꼴이다. 그때 국립환경과학원에 상하수도 연구부가 생겨야 했다”라고 말했다. 지금 국립환경과학원에 있는 상하수도연구과는 2009년 환경미생물과와 먹는물 검사과를 합쳐 만든 것이다. 과에서 하는 역할도 조금 다르고 7명의 연구관과 연구사가 전국의 상하수도를 다루기는 역부족이다. 박 원장은 다시 한 번 “방사능 측정과 상하수도 연구 기능은 국립환경과학원이 맡아야 한다”며 “막상 원장직에 올라보니 바로잡고 해야 할 일들이 많다는 점을 느꼈다”라고 말했다.

 

부국환경주의 실현이 미래로 나아갈 길

 

한편 박 원장은 국립환경과학원에 오기 전부터 ‘부국환경’과 ‘1학교 1환경교사’ 등의 환경현안과 함께 4대강 사업에 대한 목소리를 높여왔다. 그가 대학교수로서 했던 많은 강연은 비단 4대강 사업에만 국한된 것이 아닌, 학자로서 연구자로서의 환경 철학을 밝힌 것이다. 박 원장은 “대학교수로서나 공직자로서 환경 철학은 변함이 없다. 그것이 곧 선진 대한민국과 국민들이 행복하게 잘 사는 나라로 만들기 위한 비전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그는 “‘강은 파고 산은 자르지 말아야 하는 것’이 환경의 기본상식인데, 그린벨트 해제, 행복도시, 기업도시, 혁신도시 등으로 전국을 불도저로 밀어낼 때 침묵했던 환경단체와 국책사업 반대 전문교수들이 대운하와 4대강 사업에 이렇게 심하게 반대를 하는 이유를 모르겠다”라고 말했다. 지금까지 강과 호수 연구로는 국내에서 유일한 ‘이달의 과학기술자상(2007년 1월)’ 수상자인 박 원장은 4대강 반대 교수들에게 “강에 대해 제대로 된 논문이나 한 편 쓰라”고 말했다.

 

우리나라가 산업화 과정을 거치면서 과거 가난했던 시절에 환경을 차선으로 여겨졌던 개발이 일부 있었던 것은 사실이지만 경제가 성장한 지금은 과학과 기술의 발달과 더불어 친환경적인 산업발달의 시대가 도래했다는 것이다. 따라서 그는 환경과 경제가 상생하는 저탄소 녹색성장을 추구해 부국환경주의를 실현하는 것이 미래 경쟁사회로의 나아갈 길이라 생각하고 있다.

 

박 원장은 “국책사업은 지금의 상황을 개선하고 발전한 미래 사회를 예시할 수 있어야 한다. 과거 추진한 경부고속도로·인천국제공항건설 등의 수행 시기에 많은 반대와 비판을 받았지만 사업이 완성된 후 현재까지 가져다주는 경제·사회적 효과가 지대하다는 것은 누구도 부인하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4대강 사업에 대해서도 “사업 추진 과정에서 생태계 변화 등 피치 못할 일부 상황이 있지만, 좀 더 거시적으로 열린 마음에서 받아들인다면 찬란한 미래의 대한민국을 보장하는 사업이 될 것으로 확신한다”라고 말했다.

 

2 국장님과 함께.

▲박석순 원장은 이날 본지 김익수 대표와의 대담에서 자신의 환경철학을 ‘가난하고 소외된 자가

 없는 부강한 환경선진국으로 가자’라고 밝혔다.


녹색문명 위한 환경교육 필요

 

또한 ‘1학교 1환경교사’와 관련해서도 “국민의 90% 이상이 죽을 때까지 외국인과 영어 한마디 못하는 현실에서 영어를 필수과목으로 할 것이 아니라 환경교육을 필수로 해야 한다, 또 왜 모든 국민이 수학을 필수로 해서 미분방정식을 다 풀어야 하느냐?”며 “물론 국제화도 중요하고 수학과학도 중요하지만 저탄소, 자원순환, 자연과의 공생이 왜 필요한지,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에 대한 교육이 더 중요하다”라고 주장했다. 그는 “우리 사회에 뿌리 깊게 남아 있는 방탕한 음식문화, 에너지 낭비 등을 청산하고, 절제와 나눔의 문명, 즉 녹색문명을 교육하려면 환경교육이 필요하다”라고 강하게 목소리를 높였다.

 

그가 항상 즐겨 쓰는 구호는 ‘가난하고 소외된 자가 없는 부강한 환경선진국으로 가자’이다. 그래서 그는 가난하고 소외된 자를 돌보는 것이 국가의 첫 번째 의무라고 생각한다. 그는 학생들의 반값 등록금 주장에 매우 공감하고 있다. 우리나라 대학등록금이 비싼 이유에 대해 박 원장은 “그동안 정부가 지방 국립대 지원을 소홀히 했고, 사립대를 너무 심하게 규제했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이 사태를 보면서 박 원장은 자신의 아들이 받은 대통령 장학금 전액과 모친상의 부의금을 합해 이대 환경공학과 학생들을 위해 어머님 이름(정태길 루시아 장학금)으로 이화여대 대외협력처에 장학기금을 만들었다. 그는 “국가로부터 받은 도움을 제자들에게 나눠주는 것은 당연하다”고 말했다.

 

박석순 원장 2.

▲박 원장은 자신의 아들이 받은 대통령 장학금 전액과 모친상의 부의금을 합해 이대 환경공학과

 학생들을 위해 어머님 이름(정태길 루시아 장학금)으로 이화여대 대외협력처에 장학기금을 만들었다.


지난 겨울 온 나라를 시끄럽게 만들었던 구제역 문제에 대해 가장 긴장하고 있는 곳 가운데 하나가 바로 국립환경과학원이다. 구제역 탓에 살처분한 가축을 매립한 곳에서 침출수 문제가 발생할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박 원장은 “과학원이 실제로 조사를 하고 있는데, 관정과 관측정을 구분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매몰지 부근에서 구제역 사체에서 침출수가 유출되는지를 관찰하기 위한 것이 관측정이다. 반면 관정은 실제로 사용하고 있는 ‘지하수’를 말한다. 박 원장은 “관측정 일부에서는 침출수가 유출된 적이 있지만 관정에서는 그렇지 않다”며 “문제는 지하수 가운데 50%가 매몰지 침출수와는 무관하게 음용수 기준을 초과한다는 점”이라고 말했다.

 

다시 말해 구제역에 대한 감시를 강화한 결과 구제역으로 인한 문제는 없었지만 이전부터 존재했던 지하수의 문제점이 발견된 것이다. 구제역 매몰지 인근 관측정에서 침출수에 대한 모니터링을 강화해 유출이 발견되면 시기에 맞춰 처리하고 있어 이로 인한 지하수 문제가 발생하지는 않고 있지만 음용수로 사용하고 있는 우물에 대한 조사가 필요하다는 견해다.

 

동북아 3국 황사문제 새로운 대안 제시

 

취임 2개월이 채 되지 않은 상태에서 박 원장은 두 가지 큰 프로젝트에 시동을 걸고 있다. 하나는 동북아 황사방지 대책이고 다른 하나는 ‘에코벨’ 제도 시행이다. 지난 11월 말 일본 오키나와에서 개최된 한·중·일 3국 환경과학원장 회의에서 박 원장은 동북아 최대 환경 현안인 황사에 대한 새로운 방법을 제안했다. 지금까지와 같이 식목사업만 하는 것이 아니라 ‘인공강우, 관개시설, 그리고 식목사업’을 통한 문제 해결이 그것이다.

 

박 원장은 “황사방지를 위해 필요한 것은 물인데, 지금까지 계속 나무만 심었다. 그리고 물이 없어서 나무는 죽었다”고 말했다. 그는 “물만 있으며 초원도 생기고 나무도 자란다”며 “인공강우, 관개시설과 함께 토종생물을 조사해 심는 방법이 혼합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현재 일본, 중국 환경과학원장들도 새로운 아이디어에 대해 호응을 보였으며 우리나라 기상청, 기상연구소와 인공강우에 대한 문제를 공동 추진할 것을 제안한 상태다. 박 원장은 “황사로 인해 우리나라가 받는 경제적 손실이 심할 경우 연간 20조원에 달하며 특히 전자산업에 상당한 피해를 일으키고 있어 발상전환을 통한 적극적인 대응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3국 원장회의 (1).

▲박석순 원장은 한중일 환경과학원장 회의를 통해 동북아 황사문제 해결을 위한 새로운 대안을

 제시했다.<사진=국립환경과학원>


또 다른 추진사업인 에코벨 제도는 국민들이 생활환경에서 문제가 생겼을 때 국립환경과학원으로 오라는 것, 국민들이 환경에 문제가 생겼을 때 과학원에 가져오면 해결책을 제시하는 것이다. 박 원장은 “아스팔트 방사능 문제가 생겼을 때도 국민들은 시민단체를 찾아갔다”며 “이것은 정부가 해결해야 할 문제임에도 불구 지금까지 그러한 채널이 없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앞으로 국립환경과학원이 나아갈 바에 대해 박 원장은 “한국인 환경과학 1호 박사로서 환경문제를 단순히 지엽적으로 보지 않고 전체적으로 보려고 노력하겠다”며 “물, 토양, 대기 등 특정 분야가 아니라 종합적 시각으로 접근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국립환경과학원은 환경과 경제가 상생하는 가운데 모든 국민이 건강하고 쾌적한 환경에서 살아갈 수 있도록 선제적 연구를 내실있게 추진해 나갈 계획이다.

 

박 원장은 “국민들은 물질적 풍요와 더불어 더 좋은 환경을 요구하고 있기 때문에 환경과 과학을 융합한 기초 연구가 필요하다”며 “국립환경과학원의 존재 이유는 국가 환경문제 해결의 싱크탱크 역할에 있으며, 국토의 환경질 감시, 환경오염 기초조사 등을 포함한 현안 해결과 미래 대응을 위한 환경연구에 있다”고 말했다. 아울러 그는 “환경 분야의 R&D를 양적, 질적으로 강화하고 녹색성장의 핵심인 환경기술 개발 등 연구 사업을 주도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대담=김익수 편집대표·정리=김경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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