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학생기자 현장체험 “미래 환경, 우리가 주역”

 

한국표준과학연구원의 김진석 선임본부장은 국제표준으로 사용하던 대기 중 아르곤 농도 0.917%를 0.933%라고 바로잡아 새로운 국제표준으로 만드는 등 국제적으로 한국의 위상을 높인 장본인이다. 본지는 금년 한 해 동안 한국표준과학연구원을 시작으로 본연의 임무를 다하며 국가발전 및 환경보존에 이바지하고 있는 기관·전문가들과 우리 미래의 주역인 학생들과의 만남의 자리를 제공, 지원한다.

 

 

지난 1월6일, 환경일보 학생 기자단은 한국표준과학연구원(이하 KRISS)을 방문할 기회를 가졌다. 인터뷰 요청에 흔쾌히 응해주신 김진석 선임본부장님은 연구원 현관까지 나와 맞아 주셨다. 현관을 들어서자 시계가 눈에 들어왔다. 10만년에 1초밖에 오차가 없는 세슘원자시계, 한국의 표준시계였다.

 

“표준 … m, s, K, A, kg, cd, mo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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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표준과학연구원 1층에는 1441년(세종23)에 우량측정용으로 발명

된 최초의 관측장비 ‘측우기’와 10년만에 1초밖에 오차가 없는 한국표준

시계 ‘세슘원자시계’가 한눈에 들어온다. 국가측정표준의 과거와 현재가

공존하는 곳이다. 본지 학생기자 지백연(왼쪽)과 김석원(오른쪽).

측정과 단위 그리고 표준은 숨 쉬는 공기처럼 평소엔 잘 의식하지 못해도 우리 생활 깊숙이 자리 잡고 있다. 한국표준과학연구원은 이름 그대로 표준을 제정하는 연구원이다. 표준이란 어떤 것에 대해 기준으로 삼을 수 있는 것을 말하며 기본 단위는 7개가 있다. 길이(m, 미터), 시간(s, 초), 온도(K, 켈빈), 전류(A, 암페어), 질량(㎏, 킬로그램), 광도(cd, 칸델라), 물질량(mol, 몰)이 그것이다. 모든 나머지 단위들은 이 7가지 기본 단위들을 유도해 만들어진 것이며 KRISS는 그런 단위들을 제정, 유지하는 일을 한다.

 

이런 표준 작업은 굉장한 정확성을 요구하기 때문에 개인의 능력으로는 감당하기 어렵다. 약간의 미세한 오차조차 허용하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표준 제정은 사회에 있어서 꼭 필요한 요소이기에 실행하지 않을 수 없다. 우리 선조들도 한 나라를 세우고 나면 도량형 통일부터 하지 않았던가. 표준이 제정되지 않는다면 옛날 탐관오리들이 그랬던 것처럼 각종 부정 행각이 난무할 것이 불을 보듯 뻔하다. 때문에 헌법 제27조는 ‘국가는 국가표준제도를 확립한다’라고 명시하고 있다. 모든 나라들은 적어도 하나씩의 표준과학연구원을 보유하고 있는데 우리나라의 KRISS, 미국의 NIST, 독일의 PTB 등이 그 예이다. 표준은 모든 일의 근간이다. 표준이 없이는 어느 것 하나 정확히 나타낼 수가 없다. 모든 수치는 표준단위에서 시작하기 때문이다. 그러니 표준과학연구원은 모든 일의 뿌리가 되는 것을 제정하는 곳이라고 할 수 있겠다.

 

피사체 자동추적기능, 은나노 안정성 등 연구 무궁무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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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표준과학연구원은 국가측정표준을 확립하고 측정관련 과학기술

을 연구 개발해 그 성과를 보급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사진은 한국표준

과학연구원 입구 모습.

표준이 우리 일상생활에 밀접한 관련이 있는 만큼 KRISS의 실적도 우리 삶과 많은 연관성이 있다. 단위가 포함된 모든 일에 KRISS가 관여하고 있다고 해도 결코 과언이 아니다.

 

일단 가장 기본적인 것을 들면 음주 테스트가 있다. 어떤 사람이 술에 취했다는 것을 알기 위해서는 ‘술에 취했다’라는 표준이 필요하다. 그 표준에 이상인 사람을 술에 취했다고 해야 하는 것이다. 이 표준의 제작을 KRISS가 담당했다. 이 이야기를 할 때 김진석 본부장님은 ‘우리가 담당한 것인 만큼 누가 겨뤄보자 해도 이길 자신이 있다’며 크게 웃으셨다.

 

KRISS의 실적 중 멜라민 분석법 개발이 있다. 몇 년 전 중국에서 수입된 멜라민 식품으로 전국이 발칵 뒤집힌 적이 있었다. 대표적인 것이 우유인데, 중국인들은 싸게 산 우유에 물을 타서 비싼 가격에 파는 수법을 쓰고 있었다. 하지만 우유에 포함된 단백질이 묽어짐에 따라 질소 함유도로 수법을 간파해 낼 수 있음을 깨닫고 멜라민을 섞어 팔기 시작했다. 멜라민은 다량의 질소를 함유하고 있기 때문에 질소 함유도를 통해서 알아내기란 불가능했다. KRISS는 단백질 측정의 모범답안이라 할 수 있는 인증표준물질 개발 및 단백질측정표준기술개발을 통해 멜라민 식품 추출에 기여했다.

 

대기 중 아르곤 농도 0.933% 밝혀 국제위상제고

 

김진석 본부장.
▲ 한국표준과학연구원 김진석 선임본부장.
KRISS의 가장 인기 있는 기술 중에 ‘피사체 자동 추적기능’이 있는데, 이 기능을 탑재한 촬영 장치는 움직이는 물체를 사람이 직접 조작하지 않아도 자동으로 추적할 수 있다. 장치의 원리는 장치에서 발사된 레이저가 움직이는 물체에 부딪히고 다시 돌아오면 그 위치에 따라서 촬영 장치의 각도를 바꾸는 원리라고 한다. 평소에 기계에 관심이 많은 나로서는 “혹시 이게 천체관측 망원경이나 휴머노이드 로봇 ‘휴보’의 CCD 카메라에 탑재된 장치 아닌가?”하는 궁금증도 문득 들었지만 아쉽게도 물어볼 기회를 가지지 못했다.

 

이처럼 우리 일상에서 KRISS가 관여하는 부분은 굉장히 많고 다양하다. 각 시에 있는 공기오염 측정장치의 정비 또한 KRISS의 한 부서가 담당하고 있다. 하지만 이렇게 일상적인 부분 외에도, KRISS는 각종 첨단 과학 분야에서 또한 활약하고 있다. 최근 대두되는 KRISS의 첨단 과학의 예로는 우선 은나노의 안정성 연구가 있다. 은나노는 은을 나노 크기까지 작게 나눈 것으로 바이러스보다도 더 작은 크기로 인간의 피부를 통과할 수 있다. 이런 은나노가 사람의 건강에 해를 끼치는지, 어떤 도움을 주는지 하는 안정성 연구를 맡고 있다. 어떤 기술이 개발된다 하더라도 안정성을 제대로 검토하기 위해서 또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실생활에 배치되기까지는 꽤 오래 걸린다고 본부장님은 설명해 주셨다. 은나노 외에도 KRISS의 또 다른 첨단 과학 기술에는 바이오 현미경 개발, 반도체 디스플레이 화면을 깎아내는 플라즈마 기술, 수소연료전지, 양자 시계 등이 있다.

 

KRISS를 국제적으로 입에 오르내리게 만든 사건이 있다. 김진석 박사팀이 바로 대기 중 아르곤의 농도가 0.917%이 아니라 0.933%라는 것을 밝혀낸 것이다. 이것을 알아내기 전까지는 미국이 공식적으로 발표했던 수치를 사용하고 있었다. 하지만 KRISS가 정확한 수치를 잡아냄으로써 KRISS는 물론이고 한국의 위상을 높여 놓았다. 각 서적과 교과서들도 이에 맞춰 수정됐다고 한다. 한 가지 아쉬운 점은 이 사실을 알아낸 때가 2002년인데 그 당시 발표했을 때는 무시당했다는 점이다. 공식적으로 인정된 것은 3년이 지난 후인 2005년이다. 어쨌거나 수십년간 공인돼 온 수치에 정면으로 대항해서 수정해 냈다는 점은 놀라운 것임이 분명하다.

 

미래 이끌어갈 인재 스펙?…‘윤리’가 먼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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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번 한국표준과학기술원의 탐방을 통해 국가표준의 역할 및 중요성을 깨닫는

계기를 마련했다.

인터뷰가 끝나갈 때 즈음 본부장님이 인상 깊은 말씀을 하셨다. 미래를 이끌어갈 인재는 다섯 가지를 갖춰야 한다는 말이었다. 그 다섯 가지는 다음과 같다.

 

첫째는 ‘영어’다. 적어도 국제회의에서 대화할 정도의 수준을 갖춰 자신의 생각을 자유롭게 표현할 수 있어야 한다. 지구촌 사회에서 공용되는 언어이니만큼 그 필요성은 말할 필요가 없다.

 

둘째는 ‘지식’이다. 무엇보다 아는 것이 많아야 밀려나지 않는다. 쓸모없는 지식은 없다. 무엇이든 간에 하나라도 더 알 수 있다면, 그 경험을 무시하지 말고 시도해 보는 것이 좋다.

 

셋째는 ‘윤리’다. 본부장님은 특히 이 부분을 강조하셨다. 국민 총소득이 500달러, 2만달러, 4만달러로 늘어날수록, 즉 시대가 발전할수록 윤리의 중요성은 나날이 커져 간다고 한다. 다른 무엇보다 확고한 윤리 의식이 갖춰져 있지 않으면 쌓아 온 명예가 한순간에 무너져 내리는 것은 물론, 리더로서의 자질 또한 없는 것이라고 말씀하셨다.

 

넷째는 ‘창의적인 사고’다. 본부장님은 이러한 사고를 갖추기 위해서는 다양한 경험이 필요하다고 하셨다. 영화, 게임, 사교 활동, 운동 등 다양한 일들을 접해 보아야 창의적인 생각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창의적인 생각 하나가 많은 것을 바꾸어 놓을 수 있단다.

 

다섯째는 ‘정보력’이다. 현대는 수많은 정보가 넘친다. 예전 시대에는 정보를 비밀로 하려면 꽁꽁 싸매 두어 찾지 못하게 했지만 현대는 정보를 넘치게 함으로써 오히려 묻혀 버리게 한다. 여기서 자신이 원하는 정보를 얼마나 효율적으로 찾아낼 수 있느냐가 승리의 관건이다. 정보가 곧 자원이기 때문이다.

 

현장체험학습 효과 대단

 

이번 인터뷰를 통해 전공과 관련된 많은 자료들을 탐방하고 조사해 볼 수 있었으며 중요한 말씀도 들을 수 있었다. 특히 인공위성에 탑재하는 거울을 만드는 곳을 방문했을 때는 굉장히 재미있었다. 지상에서는 녹이 슬기 때문에 잘 사용하지 않지만 대기가 없는 우주에서는 반사거울을 사용하는 것이 훨씬 쉽다는 것을 알게 됐다. 자세한 예를 들어 가며 설명해 주시고 기기까지 살펴보게 해 주신 본부장님께 다시 한 번 감사드린다. 정말 유익하고 재미있는 경험이었다. 개인적으로 이런 프로그램들이 확산되길 바란다. 책만 보는 것보다 이렇게 직접 권위 있는 전문가를 만나 말씀을 듣는 편이 훨씬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외국은 이러한 경험들을 매우 귀중하게 여기기 때문에 학생들도 열성적으로 참여하며 이해도를 높일 수 있다고 들었다. 효과적인 현장학습체계가 확산되기를 바란다.

 

<대전 연구단지 KRISS = 환경일보 김석원•지백연 학생기자(서울사대부고 1학년), 사진 및 정리=환경일보>

 

■ 한국표준과학연구원(Korea Research Institute of Standards and Science, KRISS)

국가측정표준을 확립하고 측정관련 과학기술을 연구 개발해 그 성과를 보급함으로써 국가 경제 발전과 과학기술 발전 그리고 국민 삶의 질 향상에 기여하고 있다. KRISS는 1975년 설립 이래 국가측정표준 대표기관으로서 국가과학기술 발전의 토대를 제공했으며 중화학공업, 반도체, 조선, 항공, 자동차 등 우리나라의 주력산업 제품의 품질을 국제적 수준으로 향상시키는데 중추적인 역할을 수행했다. 또한, 교정시험서비스의 제공, 중소기업에 대한 기술 지원을 통해 우리나라 산업의 국가측정표준 품질을 선진국 수준으로 높이는데 기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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