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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춘선을 타고 춘천을 방문한 어르신들이 관광안내도를 살펴보고 있다.<사진=박종원 기자>

[환경일보 박종원 기자] 개통 당시 ‘어르신철’이라고 불릴만큼 어리신들이 많았던 경춘선은 온양온천역이 있는 장항선과 함께 노인들이 많이 이용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과연 경춘선을 이용하는 노인들의 모습은 어떤지 살펴보기 위해 경춘선의 시작인 상봉역에서 춘천역까지 직접 지하철을 타고 어르신들을 만났다. <편집자 주>

 

서울 상봉역에서 출발해 망우, 청평, 가평을 거쳐 춘천까지 이어지는 총 길이 81.4㎞의 경춘선이 지난 2010년 12월 21일 개통됐다. 기차가 아닌 전철이 개통되면서 춘천은 어르신들이 나들이 가기 좋은 코스 중 하나가 됐다. 경춘선 복선전철이 개통하고 춘천으로 나들이 가는 어르신들이 많아졌다. 그러나 춘천의 대표적 음식인 닭갈비와 막국수를 먹는 일 외엔 즐길 문화가 별로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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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춘선 전철 안. 오전 11시가 넘는 시간에도 많은

 사람들로 북적인다. 어르신들이 많아 젊은이들은

 대부분 서 있다.

오전 11시, 이르지 않은 시간에도 경춘선의 출발역인 상봉역에는 전철을 기다리는 사람들이 많았다. 머지않아 도착한 춘천행 전철에 올라서자 MT를 가는 대학생, 군인, 어르신들로 북적였다. 최모 할아버지(73세)는 “바람도 쐴 겸 놀러온다. 주로 역 주변을 배회하다가 돌아간다”고 했고 친구들과 함께 자주 춘천을 찾는다는 김모 할아버지(70세)는 “경춘선이 개통되고 친구들과 가끔 놀러온다. 주로 닭갈비와 막국수를 먹고 해가 지기 전에 돌아간다”고 했다.

 

마침내 1시간 넘게 지하철을 타고 춘천역에 도착하자 어르신들이 지하철에서 쏟아졌다. 역 앞에는 관광안내도를 보며 어디로 갈지 고민하는 어르신들과 음식점에서 마중 나온 승합차에 단체로 올라타는 모습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었다.

 

“개통 전과 다를 바 없어”

 

지하철에서 만난 대부분의 어르신들이 닭갈비와 막국수를 먹으러 간다는 말에 10분 정도 버스를 타고 명동 닭갈비 거리를 직접 찾아갔다. 닭갈비 거리는 20여개의 크고 작은 닭갈비 집들이 다닥다닥 붙어있었지만 예상과 달리 한산했다. 닭갈비집 사장님들은 “추워진 날씨 때문에 손님이 없다”며 “경춘선 개통 후 잠깐 손님은 늘었지만 예전과 다를 바 없다. 어르신 손님들은 전체 손님의 20% 정도 밖에 되지 않는다”고 했다. 춘천시 관광안내소 관계자도 “경춘선 개통 후 잠깐 어르신들이 늘었지만 지금은 예전과 마찬가지다”라고 말했다.

 

닭갈비집 사장님은 “손님은 적고 가게는 많으니 힘들 수 밖에 없다”며 “우리집뿐만 아니라 주변 닭갈비집들도 모두 같은 상황”이라고 하소연했다. 현재 춘천에는 신북 막국수·닭갈비거리, 동면 막국수·닭갈비거리, 명동 닭갈비거리 등 5개의 막국수·닭갈비거리가 있다.

 

불편한 교통과 비싼 가격

 

불편한 교통도 문제였다. 5개의 막국수·닭갈비 거리는 춘천역에서 1~11㎞ 거리에 위치하고 있어서 어르신들이 택시나 버스를 타고 가야만 했다. 최근에는 이런 어르신들의 불편함을 덜기 위해 승합차로 단체 손님들을 아예 실어가는 경우도 많다고 한다. 식사 후에는 다시 춘천역까지 태워다 주기 때문에 골목까지 직접 찾아오는 어르신들이 없다는 것이다.

 

어르신들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가격이었다. 2011년 2월부터 춘천시에서 공개한 ‘닭갈비 막국수 가격조사’에 따르면 11월 기준으로 닭갈비와 막국수는 1인분에 각각 평균 9798원, 5690원이었다. 닭갈비집 사장님의 말에 따르면 “실제로 2명이 오셔서 1인분만 드시고 가시는 분들도 종종 있다”고 했다.

이와 반대로 어르신들이 많이 이용하는 것으로 알려진 온양온천역의 경우는 역 앞 보행자 신호 시간을 연장하는 등 교통을 정비하고 역 내부에 어르신들이 공연·영화상영 등을 하며 휴식을 취할 수 있는 노인방문객 센터를 열었다. 또한 노인들에게는 온천가격을 50% 할인해주고 온천관광 외에도 다양한 볼거리, 먹거리, 체험프로그램 등을 만들어 ‘인상 깊은 아산 만들기’에 주력하여 좋은 결과들을 얻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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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명동 닭갈비거리. 20여개의 크고 작은 닭갈비집들이 늘어서 있다.


다양하고 저렴한 관광상품 필요

 

장항선, 경춘선, 중앙선 등 지하철로 갈 수 지역들이 많아지고 무료승차가 가능한 노인들이 이동할 수 있는 곳들이 늘어나고 있다. 온양온천역이 이런 점을 잘 활용해 긍정적인 효과를 냈다면, 춘천역은 이를 잘 활용하지 못하고 있다. 이러한 무료승차를 잘 활용하여 지방자치단체들은 주변시설들과 연계해 교통이 불편한 노인들을 위해 무료 셔틀버스 운행 등의 서비스를 제공하고 지역적 특색에 맞는 프로그램 개발을 통한 노인들을 위한 다양한 문화들이 필요하다.

 

pjw@h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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