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시연박사 2.

▲원시연 박사는 “냉정하게 말하자면 개인의 노후준비를 국가가 모두 해줄 것이라고 기대해서는

   안 된다”라고 충고한다. <사진=박종원 기자>


대부분 노후준비 부족, 국민연금도 미흡

노인들 위한 주간보호시설 확충 시급

 

[환경일보 김경태 기자] 베이비 부머(Baby Boomer)란 전쟁이나 극심한 경기침체 이후 출산율이 급격히 증가한 시기에 태어난 이들을 말한다. 우리나라는 한국전쟁이 종료된 후인 1955년부터 1963년까지 출생한 약 720만명을 가리키며 이들은 올해 기준, 한국 나이로 50세부터 58세에 이르는 연령집단으로, 부양해야 할 노부모세대와 독립하지 않은 자식세대 사이에서 이른바 ‘끼인 세대’로 통칭된다. <편집자 주>

 

최근 베이비 부머에 대해 언론의 관심이 쏠리는 데 대해 원시연 박사는 “수년 내로 수백만 명에 이르는 은퇴자가 한꺼번에 쏟아져 나올 것으로 예상되지만 이들 상당수는 노후설계 준비가 부족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실제로 베이비 부머 중 절반 정도는 은퇴를 위한 저축이나 투자를 전혀 하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준비하고 있다는 나머지 절반은 월평균 약 32만2000원을 저축하고 있는데, 이는 베이비 부머가 예상한 은퇴 후 생활비 월 211만원에는 턱없이 부족한 수준이다. 심지어 은퇴준비를 아직 시작하지 못하고 있거나 은퇴준비 계획 자체를 세우지 못하는 경우가 조사대상자의 25%, 은퇴준비가 상당히 미흡하다는 응답자가 30.3%이다. 앞으로 수년 내에 수백만 명이 노후준비 없이 퇴직 또는 은퇴를 하게 돼, 한꺼번에 빈곤한 고령층이 쏟아질 위험이 크다.

 

“자녀에게 ‘올인’하지 마라”

 

그러나 대안이랄 수 있는 국민연금의 소득대체율조차 2028년에 이르러서야 40%에 달하게 된다. 100만원 벌던 사람이 40만원의 연금을 받는다는 것이고 그것도 40년을 꼬박 내야 가능하다. 만약 20년을 냈다면 20만원밖에 못 받는다. 100만원 월급 받던 사람이 20만원으로 생활이 가능할까? 이에 대한 보조수단인 기초노령연금조차 10만원이 안되며 부부 2인이라면 20%가 줄어든다.

 

이에 대해 원 박사는 “냉정하게 말하자면 개인의 노후준비를 국가가 모두 해줄 것이라고 기대해서는 안 된다. 중년에 접어들었다면 스스로 노후를 차분히 준비해야 한다”며 “아울러 자녀들에게 노후를 의지할 수 없다는 것을 깨닫는다면 자녀들에게 ‘올인’하지 마라”라고 조언한다. 개인연금, 보험, 재테크 등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는 것이다.

 

사회적으로는 퇴직연금, 고령연금에 대한 사회적 관심과 모니터링도 필요하다. 퇴직연금이 4인 이상 사업장까지 확대됐지만 사업자의 필요에 따라 이를 소홀히 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아울러 의료비에 대해 어디까지 책임질 수 있는지도 논란이다. 세계 최고 수준의 복지를 자랑하는 북유럽은 총 수입의 40%를 세금으로 가져가기 때문에 이를 한국에 즉각 도입하기는 어려운 실정이다. 원 박사는 “건강보험료, 복지재정 확충을 위한 추가 부담 등에 대한 진지한 고민이 필요하다”라고 조심스럽게 말했다.

 

‘어르신의 집’을 늘리자

 

부족한 연금에 병까지 든다면 자식들에게 민폐만 끼치게 된다. 보통 자식들은 노인이 된 부모들을 시설에 보내더라도 양심의 가책을 느끼는 것이 사실이다. 장기요양보험제도로 도움을 주더라도 개인과 보험재정에서 내야 하는 비용이 아직 부담스럽다. 그렇다고 간병인이 집으로 방문하는 서비스는 한계가 있다. 이에 대해 원 박사는 “아이들을 위한 ‘어린이집’이 있듯이 노인들을 위한 ‘어르신집’, 즉 주간보호시설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러나 국내에 노인들을 위한 주간보호시설은 턱없이 부족하다. 2011년 현재 서울의 60세 이상 인구는 약 150만명 이상에 달하지만 노인 여가복지시설은 종합복지관 30개, 소규모 복지센터 24개 등 모두 54개밖에 없다.

 

특히 문제가 되는 것은 치매 등 질병을 앓는 노인들을 수용하는 시설이 매우 부족하다는 것이다. 원 박사는 “부모의 간병을 위해 부부 중 한 사람이 경제활동을 하지 못하게 되면 부담이 더 커질 수밖에 없고 부부의 노후 역시 불 보듯 뻔하다”며 “주간보호시설은 24시간 보호시설이나 간병인을 두는 것에 비해 가격이 저렴하고 낮시간을 이용해 경제활동도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어 다양한 지원을 통한 시설 확대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은퇴 세대 가운데 처음으로 대부분 고졸 이상의 고학력인 베이비 부머를 위한 가장 좋은 대책으로 원 박사는 “그들을 위한 가장 좋은 복지대책은 바로 일자리를 만드는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일각에서 제기되는 ‘청년 일자리도 없는데 노인 일자리가 무슨 말이냐?’라는 비판은 잘못된 것이라고 강조했다. 원 박사는 “실제로 어르신들을 만나보면 하루 2~3시간 시간제로 용돈 정도 벌었으면 좋겠다고 말하는 분들이 많다”며 “정부의 공공근로 사업으로는 한계가 있으며 민간에서 이를 확대할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 외국에는 시간제로 캐셔 등을 3~4시간씩 돌아가면서 하시는 모습을 볼 수 있다”라고 말했다. 아울러 은퇴자들이 가진 전문성을 살려 보람을 찾을 수 있는 다양한 일자리 개발이 시급하다.

 

19대 국회 연금법 논의해야

 

원 박사는 자신의 노후는 스스로 준비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이를 위해 ‘1인 1연금’을 미리 준비해야 하지만 그런 측면에서 여성은 더욱 불리하다. 경제활동을 하는 남편은 연금을 내지만 가정주부들은 따로 자신을 위한 연금을 준비하지 않기 때문에 만약 이혼이나 사고 등 남편의 경제력에 기대지 못하는 경우에는 대책이 없는 실정이다. 국민연금제에는 분할연금제가 있지만 가뜩이나 적은 액수의 국민연금을 나눠야 하고 거기에 법적으로 연금에 기여한 기간 등을 계산해야 하기 때문에 더욱 줄어든다. 원 박사는 “남편에게 너무 의존하지 말고 주부들도 자기 연금을 스스로 준비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끝으로 원 박사는 기초노령연금단계적 상향조정 논의가 무산된 것에 대해 아쉬움을 나타냈다. 18대 국회의 연금제도개선특별위원회가 지난해 12월31일 결국 법 개정에 다다르지 못하고 운영을 끝마쳤기 때문이다. 원 박사는 “19대 국회에서는 기초노령연금과 국민연금을 통합하는 공적연금제도 개혁 방안을 반드시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mindaddy@h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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