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 관련 독자적인 인증제도 마련해야

과학적 신뢰성 위한 전문성 보완 시급

 

최성헌 센터장 2
[환경일보 김경태 기자] 환경 데이터 즉, 환경시험·검사 결과는 환경정책의 기본이 되고 모든 환경오염 진단의 기초자료가 된다. 오염에 대한 진단이 잘못되면 처방이 바뀌고 이는 미래에 대한 잘못된 예측으로 이어질 수 있다. 결국 잘못된 환경 데이터는 시간과 노력, 예산의 낭비로 끝나기 때문에 데이터의 신뢰성 확보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편집자 주>

 

환경 데이터의 측정·분석에 대해 흔히들 QA(정도보증, quality assurance), QC(정도관리, quality control)라고 표현하는데, 법률적으로는 ‘정도관리’가 맞는 표현이다. 그러나 아직 학계에서조차 학문적인 정의가 부족하다는 것이 최성헌 센터장의 설명이다. 최 센터장은 “지금까지 QC라고 하면 시료만 놓고 분석했지만 현대에 이르러 그것만으로는 부족해, 분석뿐 아니라 데이터를 신뢰할 수 있는 ‘백데이터’의 필요성이 제기됐다”라며 “그런 면에서 QA, QC를 모두 포함한 법률적 의미의 정도관리가 필요하다”라고 말했다.

 

국립환경과학원의 환경측정분석센터는 말 그대로 측정분석기관을 관리하는 곳이다. 단순히 일을 잘하는지 지도·감독하는 차원을 넘어 기술적으로 분석능력이 향상될 수 있도록 지원하고 분석능력이 있음을 인정하는 곳이다. 최 센터장은 “환경분야에서는 ‘정도관리’라고 표현하지만 국가적으로는 인증제도가 맞다”라며 “다만 인증제도라고 하지 못하는 것은 인증기구라는 조직이 필요하지만 환경부에는 그러한 기구가 없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환경분야 검사기관만 700개

 

지식경제부가 담당하는 시험검사기구는 약 1600여개에 달한다. 성격이 다르지만 환경분야에도 600~700개의 시험검사기구가 있다. 그래서 이전부터 환경분야의 일괄적인 인증제도 필요성이 제기됐지만 지경부와 갈등 때문에 여전히 답보상태다고 한다. 최 센터장은 “지경부는 콜라스(KOLAS, Korea Laboratory Accreditation Scheme, 지식경제부 기술표준원 한국교정시험기관인정기구에서 시행)라는 인증제도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우리나라의 모든 인증을 관리하겠다는 태도다”라고 전했다.

 

지경부와 환경부는 부처도 다르고 연구의 목적 자체도 다르다. 아울러 법률적으로도 인증기구는 부처별로 필요에 따라 만들 수 있다. 그러나 일부에서는 ‘좁은 땅덩어리에 인증기구가 여러 개 있으면 비효율적일 수 있다’라며 반대하고 있다. 이에 대해 최 센터장은 “콜라스 제도는 15년 이상 국제적으로 활동해 국제회의 투표권도 가지고 있다. 아울러 시험검사기관을 최종 인증하는 권한을 갖고 있는데, 이 두 가지를 모두 인정한다”라며 “그러나 환경, 해양, 국토 등 모든 분야에서 그들이 전문성을 가지고 있다고 보기 어렵다. 따라서 전문성 부분은 담당부처에 달라는 건데, 지경부가 거절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특히 지난해부터 시행되고 있는 3차 기본계획 운영과정에서는 지경부도 이러한 사항에 어느 정도 합의했지만 아직 구체적인 성과는 없다고 한다.

 

환경분야에서 인증제도가 필요하다고 주장하는 이유 가운데 하나는 검사기관의 자발성과 적극성이다. 인증을 원하는 검사기관이 자발적으로 자료를 제출하고 이를 실제로 시행하는지에 따라 인증 여부가 결정되지만 환경분야는 자발성 여부에 상관없이 수백 개의 검사기관을 관리하고 있다. 모든 기관을 일괄적으로 교육하기 어렵기 때문에 지난해 말에도 ‘환경시험·검사 QA/QC 핸드북’과 용어집을 만들어 배포했으며 매년 숙련도 시험을 통해 표준숙련도 분석이 만족할만한 결과가 나오는지를, 3년에 한 번 실제로 품질문서를 잘 지키고 있는지, 품질문서가 부족한 것이 없는지를 점검한다.

 

시험검사법 개정 대비해야

 

환경과학원 핸드북.

▲환경측정분석센터는 현장의 검사기관들의 전문성

제고를 위해 핸드북, 용어집 등을 발간하고 현장평

가도 병행하고 있다.

이와 관련 최 센터장은 “일부에서는 현장평가가 시험 보는 것 같다며 기분 나빠하는 곳도 있다. 그러나 무엇이 문제점인지 확인하려면 평가가 필요하다”라며 “못하는지 잡아내기 위해서가 아니라 문제점을 파악하고 이를 고치기 위해 평가가 있는 것”이라며 검사기관의 인식변화를 촉구했다.

 

과학이라는 분야에서 신뢰성이 담보되지 않으면 실험을 통한 데이터 생산이라는 기본 업무 자체가 의미가 없어진다. 최 센터장은 “예전에는 국내에서만 활용했기 때문에 괜찮았지만 FTA 등을 통해 측정분석 분야의 개방이 늘면서 국제적인 신뢰성이 중요한 시대가 닥쳤다”라며 “현장에서는 이를 두고 위기라고 표현하지만 국제적 인정을 받을 수 있는 체계를 만든다면 얼마든지 세계와 경쟁을 벌일 기회가 될 수 있다”라고 말했다. 미래에 대한 대비 없이 예전에 하던 방식만 고집하는 것이 문제라는 것이다.

 

여기에 지난해 개정된 시험검사법이 내년부터 본격 시행될 예정이다. 이에 대해 최 센터장은 “예전에는 민간측정검사기관이 신청을 통해 등록만 거치면 영업을 할 수 있었지만 앞으로는 기술요건 중 정도관리가 포함돼 검증을 받지 못하면 등록을 할 수 없게 된다”라며 “기존 검사기관 역시 측정·분석능력이 떨어지면 ‘정도관리 검증서’를 회수할 수 있다”라고 설명했다. 측정분석기관들로서는 발등에 불이 떨어진 셈이다.

 

인력관리가 가장 큰 문제

 

우리나라 측정분석기관들은 전반적으로 영세한 곳이 많다. 이런 곳일수록 인력의 이동이 잦으며 소규모 기관일수록 개인의 능력에 의존하는 경향이 커, 우수한 인력이 한두 명만 빠져도 분석능력이 현저하게 떨어진다는 것이 최 센터장의 설명이다. 그는 “품질문서에 인력관리와 인력교육을 어떻게 할지 명시하고 이를 제대로 시행하는지를 감시해보면 잘 안 지켜지는 곳이 많다”라며 “품질문서를 만들었으면 그대로 이행하라고 말해도 따로 놀고 있다”라고 말했다.

 

아울러 그는 “능력과 경험이 부족한 사람이라면 자체적인 교육이나 외부 위탁교육을 통해 보완하고 현장에 투입하는 시스템이 필요하지만 실제로는 단시간에 가르쳐서 현장에 내보내고 있어 데이터의 신뢰성이 떨어진다는 경우가 많다”라며 “QA, QC가 뭔지도 모르는 사람이 데이터를 마구 생산하는 일까지 벌어진다. 현재 분석업체를 보면 역시 인력관리가 가장 큰 문제다”라고 지적했다.

 

한편 최 센터장은 전문성 확보도 지적했다. 그는 “대기 등 다른 분야와 달리 수질분야에서 시료를 채취할 때 법에서는 아무런 언급이 없다”라며 “그냥 물통 하나 들고 가서 채취하면 된다, 이런 생각으로 만든 것 같은데, 미량오염물질 검사를 할 때는 이런 식으로 해서는 곤란하다”라고 말했다. 아울러 그는 “충분한 기술자격을 가진 사람들이 보편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여건이 부족하다고 본다”라고 지적했다.

 

아울러 그는 “우리나라의 먹는 물 검사항목이 58가지이지만 WHO 기준은 150가지이다. 항목만 비교해도 분석수준이 떨어진다는 것을 알 수 있다”라며 “검사역량을 키우지 못하면 외국에 분석을 의뢰하는 일이 계속 벌어지게 되며 앞으로 살아남기 어렵다. 분석능력을 국제적인 수준까지 올라가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라고 말했다.

 

mindaddy@hkbs.co.kr

저작권자 © 환경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