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통, 스트레스.

▲직장인 4명 중 1명은 심리건강이 ‘우려’ 수준이며

 6%는 매우 불안한 상태다.

변화의 속도가 빠르고 불확실성이 높아지고 있는 기업의 경영 환경을 헤쳐나가려면 기업 구성원들의 역할이 매우 중요할 것이다. 기업의 성과를 이끌어가는 원천인 직장인들이 현재 어떤 심리 상태를 가졌는지 LG경제연구원이 설문 조사를 통해 진단했다. <편집자 주>

 

심리 건강이 사회적 이슈로

 

불확실한 환경에서 위기를 극복하고 높은 가치를 창출하려면 기업 구성원들의 몰입과 열정이 전제되지 않으면 안 될 것이다. 기업의 구성원인 직장인들은 기업의 성과를 이끌어내는 원천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사람의 마음은 끊임없이 열정을 뿜어내는 화수분이 아니다. 어려운 시기라고 해서 열정과 노력을 지속적으로 강요하기만 한다면 구성원들이 가진 마음의 에너지는 금방 소진(Burn-out)돼 버릴 것이다. 기업이 구성원들의 마음 건강에도 주의를 기울일 필요가 있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지난해 12월 OECD는 한 보고서를 통해 심리(정신) 건강이 중요한 사회적 이슈로 부각되고 있으며, 기업의 생산성과 직장 생활의 ‘웰빙’에도 점진적으로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다’고 발표했다. 학자들도 이를 뒷받침할만한 실증적인 연구 결과들을 내놓고 있다. 대표적으로 미국 예일대 연구팀의 연구 결과에 따르면, 우울증에 걸린 근로자는 정신적으로 건강한 근로자보다 결근율이 2배 높고 직장에서 근무하더라도 생산성 손실은 7배에 달한다고 한다.

 

또한 2010년 WHO Europe에서 발간한 ‘직장에서의 정신 건강과 행복 보고서’는 직장인들의 심리 건강 문제로 인한 생산성 손실, 이직, 결근 등으로 발생하는 총 비용이 영국에서만 연간 약 26억 파운드(약 45조원)에 달한다고 추정했다. 캐나다 맥길 대학의 하노이스 교수는 심리적 건강에 문제가 생겼을 때 업무 실수, 잘못된 의사 결정, 동기 상실, 동료와의 갈등 등이 증가하기 때문에 직장인들의 업무 수행과 생산성이 저하된다고 지적했다.

 

대한민국 직장인들은 OECD 국가 중 가장 많은 시간을 직장에서 보내는 것으로 조사된 바 있다. 그렇다면 대한민국 직장인들 스스로 인식하고 있는 직장 생활에서의 심리 건강 수준은 어느 정도일까? LG경제연구원은 심리 건강이 무엇에 영향을 미치며, 직장인들은 지난 1년간 무엇을 가장 힘들어했는지 설문 조사를 통해 살펴봤다.

 

1 직장인 심리 건강 수준.
▲직장인 심리 건강 수준

응답자 6% “힘들어” 매우 부정적

 

직장인들에게 ‘성취동기의 수준’, ‘정서의 상태’, ‘직장 생활에 대한 만족 수준’을 물어보았다. 설문 조사 결과, 응답자 중 25%(직장인 4명 중 1명)는 심리 건강과 관련한 질문에 대해 우려할만한 수준이라고 응답했다. 특히, 응답자의 약 6%는 심리적으로 ‘매우 부정적이고 힘들다’고 응답하였다. 이는 ‘회원국 평균적으로 직장인의 20%(5명 중 1명)가 우울증과 불안 같은 정신 질환을 겪고 있다’는 OECD 조사 결과보다 다소 높은 수준이다.

 

성별로 보면, 여성이 남성보다 상대적으로 심리 건강 수준이 낮았다. 직급별로 보면, 상위 직급은 상대적으로 양호했지만, 하위 직급으로 갈수록 심리 건강 수준이 낮아지는 모습을 보였다.

 

주요 구성 요소별 결과를 보면, 100점 만점으로 환산했을 때 동기 수준은 상대적으로 높았으나(평균 52.1점), 정서 상태(평균 48.4점)와 현 직장 생활에 대한 만족도(평균 47.4점)는 낮았다. 특히 심리 건강 수준이 우려되는 집단은 약 90%가 자신의 정서 상태를 ‘매우 부정적이거나 다소 부정적’이라고 응답했으며 불안, 분노, 권태와 같은 부정적인 정서에 노출된 것으로 조사됐다.

 

전체적으로 볼 때, 하고자 하는 의욕은 있으나 직장 생활을 둘러싼 여러 가지 환경 요인이 녹록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즉 직장인들이 불확실한 경영 환경 속에서 갈수록 강화되고 있는 기업들의 성과주의와 혁신 문화에 많이 지쳐 있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제조업체에 다니는 H씨는 “올해는 고유가에 원화 강세까지 겹쳐 더 힘든 한 해가 될 것 같다. 성과 압박에 혁신 피로감까지 겹쳐 어깨를 짓누르는 것 같다”고 하소연하기도 한다.

 

1 심리 건강 수준과 이직 의도, 성과 사이의 관계.
▲심리 건강 수준과 이직 의도, 성과 사이의 관계

이직과 성과에도 영향 끼쳐

 

조사를 통해 심리 건강과 직장 생활의 질(Quality) 사이에 상당히 유의미한 상관 관계가 있다는 것이 확인됐다. 심리 건강 수준이 높은 집단(상위 10%)과 낮은 집단(하위 10%)을 비교한 결과, 심리 건강 수준이 높은 집단은 낮은 집단에 비해 이직 의도가 낮고 스트레스를 덜 받으며 스스로 인식하는 성과 수준도 높게 평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심리 건강 수준 상위 10% 집단의 이직 의도는 11%인 반면, 하위 10%는 57%에 이르렀다.

 

즉 심리 건강 수준이 낮은 사람들은 10명 중 약 6명이 이직을 원한다는 것이다. 성과에 대한 인식도 비슷한 결과를 보였다. 심리적으로 건강한 집단은 62%가 자신의 성과가 동료에 비해 우수하다(평가 등급 S, A)고 인식하는 한편, 심리적으로 건강하지 못한 집단은 약 25%가 동료에 비해 성과가 저조(평가 등급 C, D)하다고 평가했다.

 

CIPD(Chartered Institute of Personnel and Development)의 연구 결과도 이를 뒷받침해주고 있다. 연구에 따르면 ‘심리적으로 건강하지 못한 직원들은 집중력 저하(80%), 업무 수행 시간 지체(62%), 의사 결정의 어려움(60%), 여러 가지 일을 동시에 처리하는 멀티 태스킹 애로(57%) 등을 겪기 때문에 성과 저하가 불가피하다’고 한다. 즉 심리 건강 수준이 낮은 경우에는 현재 상황에 대한 불만과 불안 및 분노와 같은 부정적인 정서 때문에 업무에 대한 집중력이 떨어져 성과 저하가 불가피한 것이다. 반면 심리 건강 수준이 높은 경우에는 현 직장 생활에 만족하며 기대감이나 즐거움 등의 긍정적인 정서를 가지고 어떤 어려운 문제라도 해결하려는 의지가 높아서 성과가 좋게 나타날 것이다.

 

<자료=LG경제연구원, 정리=김경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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