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일보 조은아 기자] ‘DMZ(demilitarized zone, 비무장 지대)’는 한국전쟁기간 가장 치열한 전투가 벌어진 곳으로, 이후 60여년간 인적이 끊어지면서 훼손됐던 생태계가 회복, 세계적으로 손에 꼽힐만한 다양한 특성을 지닌 생태계로 변화됐다. DMZ 생태계조사 단장으로서 20여년간 DMZ 생태를 연구하고 있는 코리아DMZ협의회 김귀곤 상임대표를 만나봤다. <편집자주>

 

특정지역 아닌 ‘유역’에 체계 둔 연구 필요

남북협력 통해 생태공동체 구현이 목표

 

김귀곤 대표 (1)--.

▲코리아DMZ협의회 김귀곤 상임대표

 

DMZ에 대한 생태계 조사는 북측의 무응답 및 정전협정을 이유로 진행되지 못했었다. 하지만 2000년 9월 경의선 철도와 남북연결도로 건설에 따른 생태계 조사 및 산림청 임업연구원 조사 등 극히 제한된 지역에 조사를 실시했으며, 그 결과 약 2716여종의 동식물이 서식하는 것으로 조사됐고 67종의 희귀 동식물이 서식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코리아DMZ협의회의 김귀곤 상임대표는 인터뷰가 시작되기도 전 DMZ에 대한 설명부터 꺼내놓았다.

 

“DMZ는 세계 유일의 분단현장이자 근 60년간 인간의 발길이 통제된 금단의 땅입니다. 전쟁의 상처가 고스란히 배어 있는 곳이지만 반면 이 공간은 생명의 땅이기도 하죠. 일부지역이지만 그동안 진행된 현장조사를 통해 DMZ는 수많은 멸종위기생물들이 서식하는 생태공간이라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연구자료 총망라 데이터베이스 구축해야

 

‘DMZ의 대부’라 불리는 김귀곤 상임대표는 서울대학교 명예교수이자 현재 환경부 DMZ 남북연결철도 및 도로 환경생태공동조사 단장, DMZ생태계조사 단장, 유네스코(UNESCO) 한국위원회 DMZ 소위원회 위원장 등을 맡고 있으며, 지난 2010년 창립된 코리아DMZ협의회에서 DMZ미래연합 이춘호 대표와 공동대표를 맡고 있다.

 

김 상임대표는 지난 1991년 유엔개발계획(UNDP) 국가사업인 ‘경기북부지역에서의 환경적으로 건전하고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한 조사·연구’를 위해 처음 DMZ에 발을 들여놓은 최초의 장본인으로서 이후 20여년 동안 단 한 번도 DMZ에 대한 연구의 끈을 놓은 적이 없다.

 

“현재 일부 지역에서 생태조사가 이뤄지고 있지만 지역 특수성으로 인해 민감한 지역이다 보니 출입제한 등 여러 가지 한계를 담고 있습니다. 또한 여러 기관들이 DMZ에 대한 연구 및 조사를 진행하고 있으나 그 데이터를 총망라하는 데이터베이스 시스템이 아직 구축돼 있지 않을 뿐더러 그 데이터 또한 상당수가 민통지역(민간인 통제구역)으로 편도돼 있어 실제 DMZ 안의 데이터는 부족한 실정이죠. DMZ의 정확한 현황조사를 위해서는 DMZ 전체 지역의 생태지도 작성 및 토지이용 현황 데이터 구축 등이 우선적으로 마련돼야 하며, 이를 통해 제안점이나 취약점 등을 파악해야 합니다”

 

DMZ는 한탄강, 북한강, 임진강, 금강, 남강 등의 유역에 위치해 있는 만큼 어느 특정지역을 대상으로 할 것이 아닌 우리와 북한이 공유하고 있는 유역에 기본체계를 둬야 한다는 것이다. 이처럼 남과 북이 유역을 공유하고 있어 북한 및 국제사회와의 협력 또한 DMZ 연구에 중요한 부분이다. 코리아DMZ협의회가 창립된 이유도 DMZ 내에서의 평화, 생태보전, 지속가능한 목표달성을 위해서였다.

 

“DMZ에 대한 관심은 국제적으로도 높아지고 있습니다. 이에 정부와 여러 기관, 관련 전문가들이 DMZ에 대한 다양한 형태의 계획과 활동 등을 제안하고 있는데, 때로는 이 과정에서 상충되는 부분도 많이 있습니다. 이런 부분을 정부가 종합조정을 거쳐 정책화해 DMZ 정책의 지속성을 담보함으로써 통일, 평화 그리고 생태계 보전 등 환경 친화적으로 활용하는 노력이 이뤄졌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하지만 정부가 할 수 없는 부분이 존재하는 만큼 코리아DMZ협의회는 민간차원에서 그런 부분을 보완하고자 한 거죠”

 

코리아DMZ협의회는 통일연구원, 국방연구원, 국토연구원, 한국문화관광연구원, 경기개발연구원, 강원발전연구원, DMZ미래연합, 한국DMZ연구소, 한반도발전연구원 등 30여개의 연구기관과 민간단체가 참여해 그간 산발적으로 이뤄진 DMZ에 대한 연구와 논의를 종합하고 조정하고 있다. 또한 국내분과, 남북분과, 국제협력분과 등을 두고 남북협력을 통해 생태공동체와 평화공동체를 어떻게 구현해 낼 것인가에 대해 초점을 맞추고 있다.

 

무조건적 개발보다 환경영향 최소화 고민 필요

 

무당개구리.

▲DMZ 경계에 위치한 강원고 고성군의 안호저수지 주변 습지에서 발

견된 무당개구리.

 

남북공동이 DMZ에 대한 생태연구데이터를 공유하고 데이터베이스화한다면 이는 한반도의 자산일 뿐만 아니라 국제적으로도 유용한 자산이 될 수 있다고 강조한다. 하지만 DMZ에 대한 가치가 부각되면서 이를 상업적으로 이용하려는 데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덧붙였다.

 

“최근 DMZ 보전과 함께 개발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습니다. 물론 참기능과 가치에 맞는 기본계획이 있다면 해야죠. 하지만 그것이 진짜 참기능에 부합하는지, 가치충족이 되는지 등에 대한 평가가 먼저 이뤄져야 합니다. 단순한 종합관리계획만으로는 부족하다는 것입니다. 정밀조사를 통해 ‘이 지역은 절대보존지역이다, 이 지역은 상대보존지역이다, 이 지역은 지속가능 이용이 가능하다’라는 등의 지역적 고시가 이뤄져야 합니다. 생태관광과 같은 개발에 무조건 반대하는 것이 아닌 환경적 영향을 최소화할 수 있는 방향에서의 종합계획과 전략조사를 바탕으로 해야 한다는 것이죠. 이런 과정이 간과된 정책은 DMZ의 미래 지속성을 위태롭게 하기 때문입니다”

 

미국 시사주간지 타임지는 지난 2009년 DMZ를 ‘아시아의 명소 25’으로 선정하는 등 해외에서도 관심이 높아질 뿐만 아니라 국내에서도 DMZ의 생태·문화적 가치가 대두되면서 민통지역은 관광을 위한 개발압력을 받고 있으며, 이미 크고 작은 활동들이 실질적으로 일어나고 있다.

 

이와 관련해 환경부는 DMZ의 보전을 위해 지난해 2011년 남측 DMZ와 민통선 및 접경지역 일부를 유네스코에 ‘DMZ 생물권보전지역’ 지정 신청서를 제출한 바 있다. 이 일대가 생물권보전지역으로 지정되면 핵심지역은 습지보전법, 문화재보호법 등에 따라 연구 및 모니터링과 같은 최소한의 기능만 수행하고 자연상태로 엄격히 보호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물론 DMZ가 국제적으로 보전지역으로 지정되는 일은 매우 반가운 일입니다. 하지만 DMZ는 남북이 유역을 공유하고 있는 데 보전지역으로 남측 지역만 지정된다면, 다시 말해 남측지역만을 대상으로 관리계획이 적용된다면 자칫 역기능이 발생할 수도 있습니다. 향후 보전지역 지정이 됐을 경우 이것이 개발을 위한 행위 타당화의 수단으로 활용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접경생물권보전지역의 큰 틀을 먼저 마련하고 단계적으로 지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합니다”

 

환경과 인간이 공존하는 ‘생태도시’ 건설 연구도

 

철원 비무장지대.

▲DMZ에서 생태조사를 진행하고 있는 모습. 지뢰 및 각종 위험에 노출

돼 있는 만큼 철저한 안전수칙 준수 및 무장은 필수라고 한다.

 

한편 김 상임대표는 평생을 발 벗고 나서는 DMZ 연구와 함께 또 하나 관심에 두고 연구하고 있는 것이 있다. 바로 ‘생태도시’이다. 환경과 인간이 공존하는 이상적인 생태도시의 건설은 삶의 질을 높이려는 인간의 주거환경 지향점으로, 이 생태도시의 연구는 김 상임대표가 영국레딩대학교 계획대학원 및 영국런던대학교(UCL) 건축 및 계획대학원 때부터 이어지고 있다. 최근에는 ‘도시CDM(청정개발체제, Clean Development Mechanism)’ 확립을 위해 적극적으로 나섰다.

 

“도시CDM은 도시 단위에서 온실가스 감축 노력을 기울여 기준배출량 대비 감축한 양만큼의 탄소배출권을 부여하고 UN녹색기후기금을 지원할 수 있게 하는 것이 기본골자죠. 지난 1월29일부터 31일 광주에서 진행된 ‘GEO-5 세계 정부간 회의’에서 가시적인 성과와 도시CDM의 모형이 발표됐습니다. 이는 도시CDM의 모형에 대한 최초의 발표였습니다”

 

김 상임대표는 그동안 경기도 생태공원, 서울 용산공원, 파주 운정신도시, 울산, 동해, 대전, 창원, 군포, 김천, 강원도(평창 강릉 포함), 서귀포 등 환경생태 계획에 참여한 바 있다.

 

“DMZ 보전과 생태도시 조성, 이 모두가 인간과 자연을 위한 것입니다. 바로 ‘생명’의 가치를 위한 것이죠. 이것만큼 중요한 궁극의 목적이 또 있을까요. 이 모든 제 노력이 부디 ‘생명’을 위해 더 많이 쓰이길 바랄 뿐입니다.”

 

lisian@h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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