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재식 박사 1
건축비 5% 추가로 패시브하우스 건설 가능

수요 부족으로 본격적인 상용화 미뤄져

 

1970년대 ‘오일 쇼크’ 이후 선진국들은 에너지 문제를 미리 대비해야 한다는 위기의식에 사로잡혔고 그때부터 에너지와 온실가스에 대한 선제 대응으로 세계를 선도하겠다는 전략을 세웠다. 강재식 박사는 “이러한 복잡한 일들의 최종적인 목표는 에너지를 절약하자는 것이고 그중에서도 건물 에너지를 절약하는 것”이라며 “건물 에너지를 절약하고자 30년 전부터 준비해온 로드맵의 종착역이 바로 에너지 소비가 없는 집(Zero House)”이라고 말했다. <편집자 주>

 

기후변화 위기를 맞아 EU를 중심으로 한 선진국들은 온실가스를 줄여야 한다며 목소리를 높이고 있으며 실제로도 가장 적극적인 온실가스 감축계획을 내놓았다. 그러나 이에 대해 강재식 박사는 조금 다른 의견을 내놓는다. 강 박사는 “유럽은 1990년대나 현재나 사는 것은 똑같다. 다시 말해 성장이 정체된 것이나 다름없다”라며 “반면 우리에게 온실가스를 줄이라는 것은 1990년대로 돌아가라는 말과 같다. 당시는 차는 몇 집에 한 대씩 있던 시절이고 분당, 일산도 없었다. 여의도와 테헤란로가 건설되고 있을 시기”라고 말했다. 온실가스를 줄이는 데 있어 EU와 우리가 큰 입장 차가 있다는 것이다.

 

EU는 30년 전부터 준비

 

산업은 영리가 목적이기 때문에 정책이 어떻게 바뀌는지에 대단히 민감하다. 따라서 산업계는 계속 정책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기술을 준비해 왔다. 온실가스 감축을 위한 교토 프로토콜이 마련되자 산업계도 움직여 30년 전부터 유럽에서는 패시브하우스, 북미는 제로에너지하우스 등을 준비했지만, 우리나라는 2009년에야 비로소 보급정책이 나올 만큼 뒤떨어진 상태였다.

 

이와 관련 강 박사는 “개인적으로 2008년 G8이 왜 G20가 됐을지 생각해보면 G8로 계속 유지하면 규제도 G8만 해당했을 것이기 때문”이라며 “더불어 OECD도 포함하면서 선진국과 선진국 진입 예정국도 포함된 것이다. 물론 한국도 예외는 없다”라고 밝혔다.

 

우리나라는 2009년 8월에 ‘그린 홈’ 정책을 발표했으나 법 제정에 걸리는 시간 때문에 본격적인 시행은 몇 년 뒤로 미뤄졌다. 강 박사는 “그린 홈에 관한 선진국보다 5년 정도 늦는다고 보면 된다. 하지만 한국의 최대 파워는 다이내믹함이다. 기술이 안되면 카피, 변형 등을 통해 어떻게든 따라간다”라며 낙관적으로 전망했다.

 

한국 역시 이전부터 연구자들과 기술개발진들은 계속해서 준비해 왔지만 수요가 없고 시장이 좁은 관계로 본격적인 상용화는 미뤄왔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 선진국과는 원천기술 측면에서 아직 차이가 크다. 강 박사는 “우리의 건설역사가 40년도 되지 않는데도 불구하고 엄청난 고도성장을 이뤘기 때문에 원천기술이 부족한 건 당연한 일”이라며 “원천기술의 차이는 쉽게 따라가지 못한다. 우리는 원천 기술을 기초로 한 응용을 통해 제품들을 만드는 전략을 취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아울러 그는 “원천기술에 대한 핸디캡은 기업들이 해결할 일이다. 로열티를 내고 사는 등 여러 가지 방법이 있다. 지금에 와서 소재 개발 등을 한다는 것은 대기업도 투자할 여력이 안 되고 사업성이 없는 일로 애플리케이션 위주로 간 것은 잘한 일”이라고 평가했다. 특히 우리의 기술력 평균은 선진국보다 낮지만 최첨단 기술, 최고의 기술분야는 거의 비슷한 수준까지 따라왔다는 것이 그의 분석이다.

 

제로에너지솔라하우스2.

▲화석에너지를 재생에너지로 바꾸는 것보다 기존 에너지의 낭비를 막는 것이 훨씬 효율이 좋다.

<사진은 에너지기술연구원의 제로에너지솔라하우스>


“새는 에너지를 먼저 줄여라”

 

한편 신재생에너지 도입과 패시브하우스와의 상관관계도 살펴야 한다. 강 박사는 “난방온도를 올리기 전에 먼저 따뜻한 옷을 입어야 한다”라고 표현했다. 난방을 위해 투입되는 에너지를 신재생에너지로 바꾸는 데는 엄청난 비용이 필요하지만 새어나가는 에너지를 줄이기 위한 비용은 그보다 훨씬 적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강 박사는 “신재생에너지는 다음 세대를 위한 투자이며 당연히 필요하다. 그러나 불필요한 에너지 손실을 줄이며 가능한 한 아끼고 효율적으로 사용하기 위한 작업이 선행돼야 한다”라고 말했다. 또한 그는 “태양에너지를 50% 사용하고 나머지 50%를 채우고자 기존의 보일러 등을 설치하는 일은 비효율적”이라며 “신재생에너지가 보조설비로 전락하지 않으려면 반드시 패시브적 요소가 반영돼야 성공할 수 있다”라고 말했다. 패시브 기술을 도입해 80% 이상의 에너지 소비를 줄이고 나머지 20%를 신재생에너지를 도입하면 화석연료 사용이 없는 제로 하우스가 완성되는 것이다.

 

에너지를 절약하면 장기적으로 절감비용만큼 투자자에게 회수된다. 그러나 기업이 비용을 투자해서 에너지 비용을 절감할 수는 있지만 건물 같은 경우 공산품과 달리 각각 상황이 달라 예측이 불가능하고 투자가 어렵다는 단점이 있다. 강 박사는 “고효율 패시브하우스를 만들면 ‘집주인’이 가장 먼저 혜택을 받는다. 다음으로 국가가 혜택을 받고 이어 제조산업, 건설산업사들이 혜택을 받으므로 대한민국에 모든 사람들이 다 혜택을 받는 것”이라며 “따라서 국가가 인센티브를 줘야 하는 명분이 분명하다”라고 말했다.

 

소비자 인식도 변해야

 

그렇다고 너무 성급한 것도 금물이다. 강 박사는 “엄청난 속도로 패시브하우스 분야를 쫓아왔음에도 조급함 때문에 잘 모르고 있다”라고 말했다. 그린 홈 개념이 본격적으로 도입된 것이 3년밖에 안 됐고 그간 많은 시도를 통해 기술 발전을 이루고 기반을 마련했다. 강 박사는 “독일이 2조5000억을 풀어서 100만호 리모델링을 했는데 우리도 같은 수준으로 하면 10년이면 가능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아울러 강 박사는 소비자들의 관심과 건설업체들의 분발을 촉구했다. 중소업체와 대기업의 유명 브랜드를 비교했을 때 단열 등의 성능을 정확히 알지 못하면 결국 유명 브랜드 제품만을 선호하게 되고 이는 결국 기업들의 투자 부진으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그는 “실제로 패시브로 건축해도 5%만 추가하면 충분하다”라며 “이 추가비용을 소유자와 정부, 자재산업, 건설사 등이 조금씩 나눠내면 정말 작은 금액이다”라고 강조했다.

 

mindaddy@h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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