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일보 박종원 기자] 인류 생존에 큰 영향을 미치는 식량의 재배방식과 식생활을 바꿔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또한 먹거리를 소비해서 얻는 에너지보다 생산하는데 더 많은 에너지를 소비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기후변화행동연구소는 28일 환경재단 레이첼카슨홀에서 ‘기후변화 시대의 식생활 변화’에 대한 주제로 월례포럼을 가졌다. 이날 포럼에는 한살림연합 이근행 교육연수부장의 ‘기후변화시대의 농업과 먹거리’, 원광대학교 식품영양학과 이영은 교수의 ‘기후변화 적응과 우리 식문화’에 대한 발표 및 질의응답이 이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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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후변화행동연구소 안병옥 소장은 “먹을 것은 삶에 있어 가장 중요한 문제”라며 “안전한 먹거리를

위한 고민이 필요하다”라고 말했다.


우리 먹거리에 고민 필요

 

기후변화행동연구소 안병옥 소장은 인사말에서 “먹을거리는 인류의 삶에 있어 가장 중요한 문제”라며 “외국 먹거리에 의존하는 우리나라의 먹거리들이 안전하게 살아남을 수 있도록 고민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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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살림연합 이근행 교육연수부장은 “먹거리는 인류 생존에

 영향을 줄 수 있는 핵심요인”이라며 “식량 재배방식과 식생활

을 바꾸지 않으면 위기를 피할 수 없다”라고 말했다.

이근행 교육연수부장은 기후변화 시대의 농업과 먹을 거리에 대한 발표에서 “인류가 생긴이래 먹을 것을 먹고 생명을 유지하는 삶의 패턴은 변하지 않았다”라며 “먹거리는 인류 생존에 영향을 줄 수 있는 핵심요인”이라고 말했다. 특히 “에너지, 수자원 부족으로 인해 먹을거리 생산의 한계를 극복할지가 문제”라며 “식량 재배 방식과 식생활을 바꾸지 않으면 위기를 피할 수 없다”라고 주장했다. 또한 “최근에는 원예 종자보다 곡물, 채소 종자들이 더 많이 팔린다”라며 “가정에서 먹거리를 직접 재배하는 인구도 늘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이 교육연수부장은 “돼지고기 100g, 토마토 1개를 생산하기 위해 석유 70㎖와 340㎖가 소모된다”라며 “현대의 농업은 석유없이 불가능하다”라고 말했다. 또한 “유기농으로 재배되는 먹거리들은 재배단계에서는 친환경적이지만 가공, 유통 등 재배 후에 소비되는 에너지들로 인해 결코 친환경적이지 않다”라고 설명했다. 특히 “먹거리 생산이 에너지를 이용함으로써 기후변화를 가져오고 그 기후변화가 먹거리 생산에 다시 영향을 미친다”라고 말했다.

 

먹거리 안전성 떨어져

 

이 부장은 “최근엔 기후가 천천히 변하지 않고 때와 장소를 알 수 없게 변하기 때문에 국제 곡물가격에 많은 영향을 줄 수 밖에 없다”라며 “먹거리를 통해 얻는 에너지보다 생산하는데 더 많은 에너지를 소비한다”라고 말했다. 특히 “경작, 가공, 운송 등 먹거리 생산과 소비의 전 과정에서 에너지를 소비한다”라며 “세계화와 자유무역(FTA)에 따라 먹거리의 이동거리, 에너지 소비량이 증가하고 생산주기를 무시한 재배와 저장량을 늘려 영양, 신선도, 안전성이 떨어진다”라고 설명했다. 또한 “미국에서는 이미 2000년부터 먹을거리를 대상으로 푸드마일을 적용한 연구가 진행되는 등 먹을거리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라며 “한국은 일본과 함께 1인당 푸드마일리지가 세계에서 가장 높은 나라다”라고 말했다.

 

푸드마일은 먹거리가 생산자 손을 떠나 소비자 식탁에 오르기까지의 이동거리를 뜻하고 푸드마일리지는 이동거리, 운송경로, 운송수단을 포함하는 지표로 높을수록 식품의 안정성이 떨어지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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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광대학교 이영은 교수는 “기후변화로 인해 농업 기술은

발달하지만 가격이 비싸 이요하는 것은 소수일 것”이라며 “선

진국일수록 엥겔지수가 낮아져야 한다”라고 말했다.


이영은 교수는 기후변화 적응과 우리 식문화에 대해 “제5차 IPCC 보고서에 따르면 2050년까지 전 지구의 평균온도 상승은 2.3℃ 지만 한국은 3.2℃가 오르고 강수량도 더욱 늘어날 것”이라며 “서울 기후가 부산과 비슷해지는 등 내륙을 제외한 전국이 아열대 기후로 변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특히 “기후변화로 인해 국내에서도 아열대 작물을 재배할 수 있다는 장점은 있지만 생산성 감소, 품질 저하 등 단점이 더 많다”라고 설명했다.

 

“전국이 아열대 기후로 변할 것”

 

기후변화가 수산물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서는 “항상성을 유지하는 사람과는 달리 바다에 사는 어류들은 변온동물이기 때문에 온도변화에 매우 민감하다”라며 “수온이 1℃ 상승하는 것은 기온10℃가 상승하는 것과 같은 효과”라고 말했다. 특히 “동해에는 한류어종의 어획량이 감소하고 난류어종의 어획량이 증가했으며 다랑어, 가오리, 상어 등이 출현하는 등의 변화가 이미 일어나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또한 “기후변화가 계속되면 농업 기술은 발달하지만 결국 가격이 비싸져 좋은 먹거리를 이용하는 것은 소수뿐”이라며 “선진국일수록 엥겔지수가 낮아져야 하는데 기후변화로 인해 엥겔지수가 계속 오를 수 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질의응답 시간에도 다양한 질문들이 쏟아졌다. “서구화로 인해 육류 섭취가 늘었지만 채식이야말로 환경운동의 첫걸음이지 않느냐”라는 질문에 이영은 교수는 “국민영양조사를 하다보면 식생활이 계속 서구화되고 있지만 한식을 찾는 수요도 꾸준하다”라며 “한식을 권하는 것은 채식이어서가 아니라 영양소적으로 채소와 육류 비율이 좋기때문”이라고 대답했다. 또한 “외국은 고유의 음식문화를 유지하면서 다른 음식문화를 접하는 반면 우리는 모두 퓨전화시켜 전통적인 문화가 사라지는 것은 아니냐”라는 질문에 “산업화를 위해서 퓨전화가 되는 것은 당연하다”라며 “20대들은 각 지역 특색에 맞는 음식을 먹고 싶어하지만 오히려 40~50대들이 돈을 벌기 위해 퓨전화를 생각한다”라고 대답했다. 푸짐한 한식상에서 발생하는 음식물 쓰레기 문제에 대해서는 “푸짐한 밥상을 기대하고 찾아오는 손님들에게 음식을 적게 내놓으면 매출이 줄어들까봐 사업자들이 변화하기는 힘들다”라며 “소비자들의 호응이 있어야 사업자들이 변화할 수 있다”라고 말했다.

 

우리 음식문화가 사라지고 패스트푸드 문화가 정착되는 현상에 대해 이근행 교육연수부장은 “패스트푸드의 가장 큰 문제는 생산과 소비의 흐름을 모르는 것”이라며 “안전한 먹거리를 만드는 것도 좋지만 먹거리가 어디서 어떻게 우리에게 오는지에 대한 올바른 개념을 가져야 한다”라고 대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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