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은 회장 1.
▲사진=박종원 기자
문제 해결 위한 학문적 소통과 이해의 장

환경의 사회 인식 제고와 정책 생산 주력

 

[환경일보 김경태 기자] 전 세계적으로 환경과 기후변화는 빼놓을 수 없는 이슈가 되고 있으며 이에 능동적이고 적극적으로 대처하기 위한 각 분야 전문가들의 연구와 정보공유가 절실한 실정이다. 환경은 물론, 산업계 등 각 분야의 오랜 경험을 쌓은 전문가들이 모인 한국환경한림원의 출범에 이목이 쏠리고 있다. <편집자 주>

 

환경 분야 최고 전문가들의 모임인 ‘한국환경한림원(이하, 한림원)’은 지난해 11월 창립총회 및 기념식을 갖고 출범했으며 12월 환경부 사단법인 등록을 거쳐 1월에 서울 강남구 도화빌딩에 사무실을 마련했다.

 

준비위원장이자 초대 회장을 맡은 아주대학교 이상은 교수(이하 이상은 회장)는 한림원 출범에 대해 “저탄소 녹색성장 패러다임과 같이 환경문제에 관한 논의가 다양한 분야의 융합이 필요해짐에 따라 이에 대응하기 위한 민간 차원의 첫 걸음”이라며 “학(學)·연(硏)·산(産)의 자연과학과 인문사회과학 등 모든 분야 민간 환경전문가들이 참여해 다양하고 복잡한 환경문제 해결을 위한 학문적 소통과 이해의 장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위상에 맞는 회원 자격 고민

 

기존에 환경한림원과 비슷한 역할을 하는 단체가 없는 것은 아니었다. 환경 관련 학술단체들이 모여 정부에 의견을 전달하기 위한 창구기능을 하던 단체가 있었지만 현재는 사라지고 없다. 환경 원로단체 ‘일사회’에서 활동하던 이상은 회장은 조직의 발전방향에 대한 연구를 의뢰받고 고민하다 환경한림원을 계획했다고 한다.

 

특히 환경공학회와 환경정책학회의 회장을 동시에 맡았던 이상은 회장은 당시 이재용 환경부 장관으로부터 전문가들과 만날 수 있는 자리를 마련해줄 것을 요청받고 인문사회와 자연과학 양 분야의 전문가들과의 환경부와의 만남을 주선했다. 이 회장은 “당시 10여명이 참석해 식사를 통해 여러 발전적인 이야기들을 나눴고 환경부 역시 매우 긍정적으로 평가했다”라고 말했다.

 

이 회장은 한국공학한림원 창설 과정에 참여한 경험과 일사회에서 논의된 내용 등을 바탕으로 2009년부터 본격적인 한국환경한림원 창설 준비에 들어갔다. 이 회장은 “전문가들이 모여서 사회와 국가에 메시지를 던지고 조언을 할 수 있는 조직이 필요하다고 생각해 시작했는데 다행히 많은 분이 호응해서 출발이 순조롭게 시작할 수 있었다”라고 말했다.

 

그렇다고 한림원 창설이 쉬운 문제는 아니었다. 한림원을 만드는 과정에서 어려운 과제 중 하나가 바로 회원 자격. ‘한림원’이라는 이름이 갖는 무게를 고려하면 아무나 회원으로 받아들여서는 곤란하기 때문이다.

 

이 회장은 “한림원을 만들면서 가장 큰 고민이 위상에 맞는, 권위를 유지하기 위한 정회원의 자격을 정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창립을 지원한 환경 원로들도 사회적으로 존경받는 최고의 전문가들만이 회원이 될 수 있어야 한다는 의견을 내놓았다. 결국 이 회장은 “종신회원 관련 이야기도 나왔지만 다른 한림원의 사례를 참고해 70세 이상은 원로회원으로 모시기로 했다”라며 “일단 일사회에 계신 분들을 대상으로 신청받고 외부 전문가 초빙을 추진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창립총회.

▲출범 배경에 대해 이상은 회장은 “바람직한 정책방향을 제시하고 융합적인 솔루션을

제시하기 위해서”라고 밝혔다. <지난해 열린 창립총회, 사진=김경태 기자>


경제·산업적 가치 함께 고려

 

환경한림원은 기존 일사회 회원과 함께 창립발기인대회에 발기인으로 참여한 전문가들을 중심으로 창립회원을 구성하고 있으며 원로회원, 정회원, 후보회원, 외국인회원으로 구분하고 있다. 창립 당시 120여 명의 정회원으로 출범했으나 앞으로 산업계, 학계, 연구기관, 정부, 시민사회, 언론계, 법조계 등에서 활동한 환경전문가들을 영입해 200여명 선을 유지할 계획이다.

 

이들과 함께 환경 보호뿐 아니라 경제적·산업적 가치 등도 모두 고려한 대안 마련에 나선다. 특히 매월 환경 포럼을 열어 현안을 논의할 예정이다. 학술분과에서는 환경정책에 대한 연구도 진행한다. 이 회장은 “독자적 연구를 하는 수준까지 발전시키고 경제발전과 환경보전이 조화롭게 상생할 수 있는 정책을 제안해 환경 분야 최고의 두뇌집단이 되겠다”라고 앞으로의 계획을 밝혔다.

 

기존 학회가 이름 그대로 특전 분야의 전문가들이 학문 발전을 위해 만든 조직이라면, 한림원은 학문 발전을 넘어 오랜 경험을 쌓은 전문가들이 사회에 기여할 수 있는 조직이라는 차이점이 있다. 이 회장은 “앞서 과학기술, 공학, 의학 한림원 3개가 왕성한 활동을 선보였는데 이에 미치지 못할까 걱정이다”라고 말했다.

 

환경한림원에 대해 환경부도 매우 우호적인 분위기다. 지난해 11월 한림원 창립총회에서 유영숙 환경부장관은 “복잡한 환경문제에 대응할 수 있는 통합 아카데미 영역의 선제적 시도”라며 “차세대 인재육성을 위한 큰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한다”라고 밝힌 바 있다.

 

한림원이 본격적인 발전을 이루려면 인적자원과 상시적 활동 공간, 예산 등 3가지 조건이 필요하다. 이 과정에서 예산 등에 큰 도움을 준 것이 현재 이사장을 맡은 도화엔지니어링 곽영필 회장이다. 곽 이사장은 1960년대 공무원으로 재직하며 ‘수도권 광역상수도’의 기획과 건설을 담당했고 수도협회 회장을 맡아 지금의 상하수도협회로 성장시킨 바 있다. 이 회장은 “원래 나서기를 꺼리는 분이라 조심스럽게 부탁했는데 흔쾌히 응해 주셔서 안심했다”라고 말했다.

 

현판식.

▲한국환경한림원은 환경뿐 아니라 경제적·산업적 가치 등도 모두 고려한 대안을 마련한다는

 계획이다. 사진은 올초 사무실 개소와 함께 열린 현판식 모습. <사진=한국환경한림원>


포럼 및 정책보고서 발간 추진

 

앞으로 환경한림원이 추구하는 바는 무엇일까? 이 회장은 환경에 대한 사회의 인식변화와 함께 이를 정부에 건의해 정책에 반영하는 것을 당면 과제로 밝혔다. 그는 “환경은 개발의 발목을 잡는 거추장스러운 장애물이 아니라 건전한 성장을 위한 필수요소라는 점을 사회 전체가 인식해야 한다”라며 “정책 제안이나 포럼 개최 등도 모두 이러한 인식제고를 위한 활동이며 아울러 국제 환경교류 활성화를 위한 사업도 계획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아울러 그는 “국민과 정부, 전문가들 그리고 가장 중요한 회원들이 ‘이게 정말 필요한 단체다’라고 생각하게 해야 한다. 초대 회장으로서 막중한 책임감을 느낀다”라고 말했다.

 

이를 위해 한림원은 내적 조직력을 단단히 하기 위한 작업과 동시에 외부 활동을 병행할 예정이다. 이 회장은 “회원들이 내부 모임을 통해 자신이 몰랐던 다른 분야의 지식을 접하고 활발한 논의를 통해 정부에 건의할 수 있는 정책을 생산할 것”이라며 “아울러 포럼과 세미나, 정책보고서 발간 등을 통해 사회, 특히 젊은 세대와 소통하는 것도 중요하다”라고 말했다.

 

그렇다고 기존의 한국환경정책평가연구원(KEI)이 하는 환경정책 생산을 대신하겠다는 의미는 아니다. 환경한림원은 좀 더 큰 그림을 그릴 계획이다. 이 회장은 “정책 제안이라는 표현 때문에 극히 일부에서 압력단체를 만드는 것 아니냐는 의심이 있지만 다른 한림원을 봐도 그런 역할은 불가능하다”라고 선을 그었다. 아울러 그는 “있으나 마나 한 조직이 돼서는 안 되겠지만 한림원은 선택지를 하나 더 늘려주는 것뿐”이라고 말했다.

 

전경.

▲이상은 회장은 “이슈가 터졌을 때 전문가집단이 목소리를 내는 것이 극히 제한적이다”라며

 안타까움을 표시했다.


전문가 목소리 듣기 어려워

 

환경전문가의 역할과 관련해 이 회장은 “이슈가 터졌을 때 전문가집단이 목소리를 내는 것이 극히 제한적이다”라며 안타까움을 표시했다. 비슷한 예로 지난해 일본 대지진으로 방사능 유출이 문제가 됐을 때 당시 한국과학기술한림원은 기자회견을 통해 “최악의 상황을 가정한다고 해도 우리나라에는 별다른 영향을 줄 수 없다”라는 전문가적 견해를 밝혔다. 그에 비해 환경 전문가들의 목소리는 내기 쉽지 않다.

 

또한 그는 “언론에서 환경 전문가를 찾아서 물어보고 기사를 쓰는데, 어디에 물어보면 더욱 종합적인 견해가 나오더라, 이러한 전문가 집단이 필요하다”라며 “대표적으로 낙동강 암모니아로 떠들썩했는데 문제가 되지 않는 것을 가지고 문제로 삼았다. 그런데 그것을 아직도 바꾸지 못했다”라고 말했다 아울러 그는 “도롱뇽 문제만 해도 공사 다 끝나고 나서 ‘문제 없다’라고 밝혀봐야 소용없다. 발언시기를 놓치면 안 하느니만 못하다”라고 덧붙였다.

 

환경한림원의 당면 목표는 법정단체가 되는 것이다. 이후 조직이 안정되면 환경한림원이라는 권위에 맞는 환경분야 시상식도 계획하고 있다. 이 회장은 “학계, 산업계, 공공부문의 목소리를 모아서 바람직한 정책방향을 제시하고 융합적인 솔루션을 제시할 수 한림원이 되겠다”라고 밝혔다.

 

mindaddy@h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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