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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변화는 아프리카에 큰 타격이다. 극심한 가뭄으로 목초지와 물이 마르면서 끼니를

 잇기가 어려워졌다.<사진=세이브더칠드런>


나날이 치솟는 식료품 값과 가뭄 등의 기후변화로 굶주림의 위협에 내몰리는 사람들 대부분은 농민이다. 굶주림에 시달리는 세계 인구의 3분이 1이 밀집한 사하라 이남 아프리카는 전체 인구의 70%가 농촌에 거주하는 소농이다. 작으나마 땅덩이를 가지고 농사를 짓고 가축을 키우는 사람들이 배고픔을 겪는다는 것은 정말 이상한 일이다. <편집자 주>

 

이런 사정은 에티오피아 아파(Afar) 지역에서도 마찬가지다. 이 지역 사람들은 농사를 짓고 가축을 키워 생계를 이어왔지만 최근 들어 극심해진 가뭄으로 목초지와 물이 메마르면서 끼니를 잇기가 어려워졌다. 가뭄으로 농작물 수확량이 매우 줄어든데다 마을 남자들이 가축을 먹일 풀이 있는 곳을 찾아 유목을 나가는 탓에 일손마저 줄었기 때문이다. 여기에 더해 가축을 키울 수 없게 된 사람들이 한꺼번에 시장에 가축을 내놓으면서 가치마저 폭락해 염소를 팔아도 끼니를 이을 곡식을 사기 어렵다.

 

남자들은 풀 찾아 유목 떠나

 

아파(Afar) 지역에서 농사와 목축업으로 생계를 잇는 농민들의 목소리를 들어보자.

 

“가뭄이 오면 가축들을 다 팔아요. 식구들 먹일 식량을 구하기 어려우니 가축이든 뭐든 내다 팔죠. 그리고 나면 남은 게 하나도 없어요. 가축을 키우고 농사를 지어서 살림을 늘리고 아이들을 학교에 보내고 싶은 꿈도 다 사라졌어요. 가축을 팔면 모든 재산을 잃는 거고, 모든 게 처음부터 다시 시작이니까요” (아두 히다 Abdu Hida, 남성, 농민)

 

“가뭄이 들면 마을 남자들이 가축을 먹일 풀을 구하려고 멀리까지 나가야 해요. 우리 집도 남편이 가축을 몰고 돌아다니기 때문에 혼자서 아이 넷을 키워요. 아이를 돌보면서 물도 길어야 하고 나무 땔감도 주워야 하는데, 물을 길어오려면 네 시간이 걸려요. 낮에는 볕이 너무 뜨거워서 해가 지면 강에 가는데 이 길에서 마을 여자들이 강간을 당했다는 소문이 많아요. 마을에 남자들이 없으니 흉흉한 일이 많이 생겨요” (아이사 Aisa, 여성, 농민)

 

사정이 이러니 굶주림이나 영양실조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식량원조만으로는 충분한 도움이 되지 않을 것 같다. 장기적으로 소규모 농사를 짓는 사람들이 기후변화와 같은 위기에 대응력을 높이고 농가 소득을 늘릴 수 있도록 하는 지원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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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근로를 통해 마을 공동 목초지를 만들면서 가축을 팔지 않아도 가뭄을 견딜 수

 있게 됐다.<사진=세이브더칠드런>


세이브더칠드런은 이 같은 이유로 동아프리카 지역에서 염소 보내기와 더불어 마을 목초지 보존 프로그램을 진행한다. 식량난을 겪는 지역에 우선 긴급구호 프로그램을 제공하고 가축 지원 프로그램을 통해 지역 주민들이 스스로 생계를 꾸려나갈 수 있도록 돕는 것이다. 이때 단순히 염소의 숫자를 늘리는 데에만 그치지 않고 가뭄이 들어도 염소들이 안정적으로 자랄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활동을 함께 펼친다.

 

그 방법의 하나는 마을 주민위원회를 구성해 주민들이 이 문제에 함께 대응하도록 하는 것이다. 마을 사람들이 주민위원회를 중심으로 의견을 모아 공유지에 울타리를 친 뒤 나중에 가뭄이 들면 이용할 목초지를 평상시에 함께 가꾸는 것이다. 주민들이 이렇게 힘을 모으면 세이브더칠드런은 공공근로 (cash for work) 프로그램을 통해 이들에게 약간의 현금을 지급한다. 이렇게 하면 당장 시장에서 곡물을 살 수 있으니 가축을 팔지 않고도 끼니를 이을 수 있다. 게다가 마을 목초지에서 풀을 구할 수 있으니 마을을 떠나지 않고도 가축을 키우고 농사를 지을 수 있어 소득도 늘어난다.

 

농민 대다수인 여성 지원 강화

 

“늘 건기를 걱정했어요. 가뭄이 들면 어떻게 견디나 하고요. 올해는 마을 목초지 가꾸기 프로그램에 참여하면서 끼니를 이을 수 있게 됐어요. 공공근로 프로그램에 참여하면 임금을 받으니까요. 그 돈으로 식구들이 먹을 식량을 살 수 있으니 당장 가축을 팔지 않아도 돼요 ” (아두 히다 Abdu Hida, 남성, 농민)

 

“학교 수업이 끝나면 염소를 돌봐요. 염소 열두 마리 가운데 작년 가뭄에는 한 마리도 죽지 않았어요. 마을에 목초지 보존 지역이 있어서 풀을 충분히 먹일 수 있었거든요. 그전에는 풀을 못 먹여서 염소들이 죽었고 그전에 염소를 팔려고 해도 너무 말라서 팔지 못했어요. 올해는 사정이 달라요. 마을 목초지에서 염소들을 모두 먹일 수 있으니 내년이면 염소가 더 늘어나고 집안 사정도 나아질 거에요” (무하마드 Muhammed, 16세, 남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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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 끼니마다 1개의 빵을 4명이서 나누어먹던 마리투 (Maritu, 왼쪽)와 친구 아드나 (Adna)가

 기대에 찬 눈빛으로 경작지 앞에 서 있다. <사진=세이브더칠드런>


이 외에도 세이브더칠드런은 소농 지원을 통해 아동 영양실조를 직접적으로 개선하고 빈곤층의 소득을 높이기 위한 다양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소농보다는 중산층 농민에게 생산 증대의 혜택이 주로 돌아간 과거의 녹색혁명 (Green Revolution)을 보완하는 ‘녹색들의 혁명 (Revelation of Greens)’을 확산하는 일이다. 녹색혁명이 옥수수나 밀 같은 주곡의 생산을 늘리는 데 중점을 두었다면, ‘녹색들의 혁명’을 통해서는 영양섭취의 균형을 맞추는 데 꼭 필요한 채소를 먹을 수 있도록 마을 텃밭 가꾸기 사업을 펼치는 것이 한 예이다. 이를 위해 전체 농업 생산자의 75%를 차지하는 여성 농민의 활동을 지원하고 지역 풍토에 강한 전통채소 씨앗을 보급한다.

 

이번 회에서는 주로 현장에서부터의 노력을 소개했지만 이것만이 전부는 아니다. 이와 더불어 식량농업 분야에 대한 해외 원조를 늘리고 소수 곡물 기업이 장악한 세계 먹을거리 유통 체계를 보다 평평하게 바꿔나가는 정책 개선 활동을 펴나갈 때 소농이 중심의 되는 ‘희망의 경작’을 이뤄갈 수 있을 것이다.

 

<자료제공=세이브더칠드런, 정리=김경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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