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양과학서이자 낭만적인 수학책 그리고 자연에 대한 명상집

 

에코북
수학을 가르쳤던 지은이가 쓴 이 식물기에는 자연에 대한 예리한 관찰과 애정이 담겨 있다. 지은이는 이곳에서 수학 자체의 아름다움 뿐만 아니라 수학을 통해 자연을 어떻게 이해하는지 보여 주고 있다. 따라서 이 책은 수학에 대한 올바른 이해와 흥미를 찾을 수 있는 좋은 교양과학서이자 낭만적인 수학책 그리고 자연에 대한 명상집이다.

 

지은이는 식물들을 우리와 다름없는 생명으로 바라보며 깊은 애정과 믿음을 표현하고 있다. 그것은 우리 존재의 바탕인 자연과 생명들에 가까이 다가가는 것이다. 세상사에서 잠시 벗어나 순수한 자연으로 돌아가 자신을 되돌아 보는 것은 의미 있는 일이다. 잎맥의 아름다운 무늬, 잎들의 배열, 나뭇가지의 갈라짐, 덩굴 꼬임의 방향, 짝수 줄의 버들강아지, 솔방울이 만드는 신비한 숫자들...식물에서 수학은 우리에게 생소하다. 수학은 물리학이나 공학 등에서나 필요할 것이라고 생각된다. 식물에서 수학이 언급되는 경우는 잎의 나선형 배열에서 나타나는 피보나치 수 정도다. 이에 대해서도 대개 단편적 소개에 그치는 정도고 깊이 있는 설명은 접하기 어렵다.

 

저자는 ‘어떤 대상이든 규칙 있는 형태나 패턴들은 충분히 수학적 대상이 될 수 있다. 식물도 예외가 아니다. 우리가 식물을 수학적인 시각으로 볼 때 그 형태는 보다 구체적으로 보이고 그 이유와 의미가 분명히 들어 난다’고 말하고 있다. 책에는 보여주는 식물들의 다양한 수학적인 모습들은 발코니든 앞뜰이든, 주변에 흔한 풀과 나무들에서 바로 확인할 수 있는 모습들이다. 그리고 이 책을 통해 독자들은 이제까지 막연하게만 바라보았던 주변에서 자라는 풀과 나무들에서 보지 못했던 새로운 모습들을 발견할 것이다. 또한 독자들은 주변에서 그리고 책에는 실린 많은 사진과 그림들을 통해 그들의 형태를 보다 구체적으로 알게 된다. 저자는 식물의 형태의 기능적인 면에 주목한다. 그 같은 형태를 통해 낭비되는 공간을 줄여 소재를 절약하거나 햇빛을 잘 받을 수 있는 이유 등을 수식과 그림들을 통해 보여 준다. 여기에서 우리가 미처 생각지 못했던 수학이 동원되기도 한다. 그리고 식물에 오묘한 수학적 형태가 존재한다는 사실에서 독자들은 자연과 생명에 대한 새삼스런 경이로움을 느끼게 된다.

 

책에는 다양한 식물 형태에 대해 언급하지만 그 중에 나선형 잎차례를 구성하는 격자 배열의 아름다운 수학 형식에 주목한다. 나선 형태는 식물에서 가장 보편적으로 나타나는 형태이고 격자와 연분수라는 흥미로운 수학 형식으로 묘사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식물에서 나타나는 황금비와 피보나치수, 우리가 추리소설 ‘다빈치 코드’ 통해 잘 알려진 수학 형식에 대해 말한다. 구리고 다양한 격자들의 기하학적 분석을 통해서 그 이유에 대해 알기 쉽고 분명하게 설명을 하고 있다. 또한 황금비에 대한 우리 상식의 허실에 대해서도 말하고 식물의 다른 형식의 격자 배열과 다른 방식의 형태에 대해서도 언급한다. 이 과정을 통해 저자는 수학을 가르쳤던 경험을 살려 학생들과 독자들에게 수학에 대한 새로운 희망과 도전의식을 심어 주려고 애쓰고 있다. 수학이 왜 필요할 것인가에 관한 것 뿐 아니라 인류가 이룩한 수학이란 지성의 의미와 아름다움 그리고 이를 통해 과학자들이 수학을 통해 자연 현상을 어떻게 이해할 수 있는지 구체적인 실례를 통해서 때로는 서정적으로 설명하고 있다.

 

식물에서 나타나는 격자 구조를 다양한 시각으로 바라볼 때 우리는 고급스러운 수학 세계에 도달한다. 그러나 그 수학은 교실에서와 같이 단조롭고 어렵지 않을 뿐만 아니라 이제까지 수학을 배우며 경험하지 못한, 수학의 아름답고 신비로운 세계다. 그 세계는 수학자들에 도전해 온 여러 가지 수론의 문제인 소수, 제타함수, 오일러 함수, 카오스, 비유클리드기하학 등... 또한 지금까지 어떤 수학자도 풀어 내지 못한 수학의 난문제-리만가설, 케플러 추정-들과 연관시키는 것도 가능하다. 그것을 식물의 형태와 관련해 그리고 학생들이 배운 수학만을 활용해 설명하고 있다. 이를 통해 수학에 대한 시야를 보다 넓히고, 생각하고, 연습하는 기회가 될 것이고 수학에 대한 도전 정신을 갖게 할 것이다.

 

저자는 수학의 새로운 세계에 도달하는 길은 교육을 통해 제공되는 따분한 수학 공식에만 매달리는 것이 아니라 호기심을 갖고 무조건 도전해 보는 정신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나침판을 잃었을 때’ 새로운 육지를 발견할 가능성이 많다는 말은 그런 뜻일 것이다. 책에는 수식의 풀이 과정을 대개 각 단원 뒤 해설 난에 두었다. 수학을 잘 모르는 독자를 위한 배려다. 그리고 본문은 해설을 읽지 않고도 이해할 수 있도록 구성돼 있어서 일반 독자는 본문만으로 수학과 자연에 대한 감동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책에는 수학과 생명이란 두 가지 주된 흐름이 있다. 어느 쪽 선율에 귀를 더 기울일 것인가는 독자의 선택이지만 어떤 경우라도 책이 전하고자 하는 의도를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다만 저자는 수학보다는 생명을 더욱 주된 선율로 삼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저자는 ‘우리 자신과 마찬가지로 살아 있는 존재’, ‘아직 이해할 수 없고, 신비스러운 존재’ 로서 생명들이라는 점을 강조한다. 이점에서 이 책은 수학책보다는 식물기에 가깝다고도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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