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 4회에 걸쳐 아동 영양실조 문제의 심각성을 함께 생각해보고 이에 대처하는 다양한 프로그램을 소개한 Hi5(하이파이브) 캠페인 기획연재를 함께 진행했다. 굶주림에서 아이를 구하는 것은 결코 불가능한 일이 아니다. <편집자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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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건교육을 받은 사람들이 더 나은 소득을 위해 마을을 떠나면서 아이들은 의료

사각지대에 놓인다. <사진=세이브더칠드런>


아프리카 동부 탄자니아의 론도 Rondo 마을에서는 색다른 요리교실이 열렸다. 마을 보건요원(Community Health worker)이 아이들이 좋아하는 영양죽 만들기를 시연한 것이다. 동네 어귀 나무그늘에 삼삼오오 모여 앉은 엄마들은 귀를 쫑긋 세우고 보건요원의 한 마디 한 마디를 놓치지 않고 듣는다. 죽을 쒀 줘도 잘 먹지 않고 나날이 말라가는 아이들을 돌보느라 궁금한 것이 많던 참이다.

 

요리교실의 참가자인 스와무(Swaumu) 씨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이제 16개월이 된 작은 아이가 제 언니와는 다르게 늘 기운이 없고 축 처져 있어요. 옥수수로 쑨 죽을 먹이는 데 입맛이 없는지 좀처럼 먹으려 들지를 않아요. 마을 보건 요원이 아이를 보더니 영양실조라며 아이의 입맛을 찾아 주고 영양가도 높은 음식을 먹어야 한다고 했어요. 요리교실에 와보니 마을 텃밭이나 동네 시장에서 구할 수 있는 재료로 맛도 있고 영양가도 높은 죽을 만드는 방법을 가르쳐줘서 좋아요. 이제까지는 맨 죽을 먹였거든요”

- 탄자니아, 스와무

 

“영양실조 개념 이해 못 해”

 

아동 영양실조를 줄이기 위한 보건요원의 활약은 이뿐이 아니다. 인도 라자스탄 지역으로 가보자. 마을 보건요원으로 일하는 샤시카라(Shashikala) 씨는 임신한 여성이 있거나 어린 아이가 있는 집마다 들러 임산부의 상태를 확인하고 아이들의 몸무게를 쟤고, 엄마들을 교육한다. 시골 마을에서 가장 가까운 병원이 100km 이상 떨어져 있으니 샤시카라 씨와 같은 보건요원이야말로 유일무이한 의료기관인 셈이다.

 

“집집마다 들러 아이들이 소아마비 예방접종을 했는지 영양상태는 괜찮은지 확인해요. 엄마에게 아이가 ‘영양실조’라는 걸 설명하고 보건소에 가도록 설득하는 게 쉽지 않아요. 소아마비 예방접종이라면 주사를 안 맞으면 무슨 일이 생기는지 그 결과가 눈에 보이지만 영양실조는 보이지 않으니까요. 보통 엄마들은 영양실조가 무슨 말인지 잘 몰라요. 알더라도 인정하고 싶지 않아 하고요. 그럴 때는 알기 쉽게 설명하고 가족을 설득해야 해죠. 가끔은 실랑이도 벌여요”

- 인도, 마을 보건요원 샤시카라

 

개발도상국 곳곳에서는 마을 보건요원을 중심으로 한 영유아 살리기 노력이 한참이다. 설사나 폐렴, 영양실조처럼 치료하기 쉬운 질병으로 아이들이 사망하는 배경에는 눈에 잘 띄지 않지만 심각한 보건의료 인력난이 자리하고 있기 때문이다.

 

저개발국에서 어렵게 보건의료 교육을 받은 인력들이 더 나은 벌이를 위해 고향을 떠나고 나면 마을에는 병원이 있어도 일할 의사나 간호사가 없어 어렵게 지은 시설이 무용지물이 되는 상황이 벌어진다.

전 세계 질병의 24%가 창궐하는 아프리카의 보건의료 인력은 전 세계 3%에 불과할 정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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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동 영양실조의 예방과 치료에서 마을 보건요원의 활약은 핵심적이다.

<사진=세이브더칠드런>


보건요원이 유일한 의료인력

 

이런 상황에서 샤시카라 씨 같은 마을 보건요원의 역할이 중요해진다. 마을에서 오래 살아왔고 앞으로도 마을을 떠날 계획이 없는 여성들, 아이를 키워본 경험이 있는 평범한 동네 이웃이 간단한 교육을 받은 후 마을의 보건요원으로 일하면 영유아 사망을 줄이는 데 유력한 대안이 된다.

 

특히 아동 영양실조의 예방과 치료에서 마을 보건요원의 활약은 핵심적이다. 영양실조는 아동 사망 원인의 3분의 1을 차지하고 있다. 허약해진 아이를 마지막으로 쓰러뜨리는 질병은 폐렴이나 설사 등이지만 이 모든 질병의 배후에는 영양실조가 자리 잡고 있다.

 

세이브더칠드런이 진행한 연구에 따르면 20개 저개발국에서 말라리아로 인한 아동 사망의 57%, 폐렴으로 인한 사망의 52%가 굶주림에 원인이 되어 나타났다. 영양상태와 질병에 대한 면역력은 불가분의 관계에 있기 때문이다.

 

이처럼 영양실조가 커다란 위협이 되는 이유 가운데 하나는 가난한 동네에서일수록 예방 중심적 치료가 뿌리내리기 어렵기 때문이다. 빈곤층일수록 먹고살기에 바빠, 또 의학 정보에 접근하기 어려워서 ‘값비싼 선택’을 하게 된다. 병이 심각해져 도시의 큰 병원에 가야 하는 상황이 되기 전에는 건강을 돌볼 여유가 없는 것이다.

 

검증된 예방조치 널리 퍼뜨려

 

반면 의학 전문지 란셋(Lancet)은 요오드 소금 섭취, 모유 수유, 비타민 A이나 아연 첨가물 섭취, 손 씻기 습관 등 비교적 간단한 조치를 확산하는 것만으로도 영양실조와 5세 미만 영유아 사망률을 25% 이상 줄일 수 있다고 발표했다. 마을에 살면서 매일 집집마다 들러 부모를 만나고 아이를 살피는 보건요원이야말로 이처럼 검증된 예방 조치들을 널리 퍼뜨리는 데 윤활유 같은 역할을 한다.

 

세이브더칠드런은 2009년부터 전 세계 30여 국에서 펼치는 글로벌 캠페인 Hi5(하이파이브)를 통해 전 세계 지도자들에게 보건요원 확충의 필요성을 알리는 데 힘써왔다. 그 결과 전 세계적으로 모자란 마을 보건요원 40만 명 가운데 약 8만4000명을 추가로 확충하는 성과를 거뒀다. 세이브더칠드런은 보다 많은 보건요원이 지구촌 곳곳에서 아이를 보살필 수 있도록 Hi5 캠페인 동참을 촉구하고 있다.

 

<자료제공=세이브더칠드런, 정리=김경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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