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작정 떠나는 무모한 무탄소 여행 ‘하나

 

[환경일보] 박종원 기자 = 한 달에 한 번. 출근도 마다하고 친환경적인 이동수단을 이용해 무탄소 여행에 도전하는 박 기자의 당일치기 여행기. 첫 여행은 서울의 동서를 따라 흐르는 한강의 북쪽 자전거 길을 따라 떠났습니다. 보통이라면 사무실 책상에 멍하니 앉아 아침 회의를 기다릴 시간이지만 오늘 아침은 자전거를 타기 위한 준비로 분주하다. 타이어에 바람도 넣고, 물통에 물도 가득 채우고, 각종 공구에 DSLR 카메라까지 가방에 담고 집을 나섰다. <편집자주>

 

어제는 날씨가 그렇게도 좋더니 하필 ‘무·무·무’ 첫 날부터 날씨가 흐리다. 일단 집을 나서 가까운 놀이터에 도착했다. 모든 운동을 시작하기 전 준비 운동은 필수다. 특히 잠도 덜 깬 상태에서 자전거를 타는 일은 매우 위험하기 때문에 충분하게 몸을 풀어줘야 한다.

 

1.

▲ 출발 전 놀이터에서 어렵게 찍은 기념사진이다. 날씨가 잔뜩 흐린 것을 알 수 있다. 자전거를 탈 때

는 눈에 잘 띄게 화려하거나 밝은 옷을 입는 것이 좋다.


놀이터에서 몸을 풀고 있는데 초등학생들이 신기하게 쳐다보며 지나갔다. 노란 옷에 헬멧까지 쓰고 평일 아침 댓바람부터 자전거를 타려는 모습이 신기해 보이는 걸까? 그렇게 초등학생 무리가 지나가고 첫 출발인 만큼 기념 사진을 찍기로 했다. 그러나 혼자 사진 찍는 일은 너무나 어렵다. 수십 장의 촬영 끝에 겨우 한 장의 사진을 얻었다.

 

2.
▲ 석계역 근처 횡단보도 앞. 출근시간이 넘었는데도 불구하고 차량의 행렬이 끝없이 이어졌다.

서울의 교통난은 정말 심각하다. 출근시간이 넘었는데도 불구하고 대체 저 많은 차들은 어디로 가는 걸까? 긴 차량의 행렬을 벗어나 드디어 중랑천자전거도로에 진입했다. 중랑천자전거도로는 위로는 동두천까지 아래로는 한강자전거도로와 이어진다. 날씨가 흐려서인지 자전거도로에는 사람이 거의 없었다. 가장 처음 목격한 남자는 대학생으로 보이는 남자였는데 수업에 늦었는지 정말 열심히 페달을 밟았다. 나도 천천히 페달을 밟으며 몸을 풀기 시작했다.

 

4.

▲ 중랑천 자전거 공사현장의 모습. 공사현장에는 각종 공사장비들이나 자재들이 있을 수 있으므로 서

행하며 주의해야 한다.


남학생이 사라지고 공사현장이 펼쳐졌다. 중랑천 및 한강의 자전거도로들은 여러 구간에서 크고 작은 공사가 계속 진행 중이다. 특히 공사구간에서는 포장상태가 좋지 않고 자전거도로와 인도 구분이 없는 곳이 있기 때문에 항상 조심해야 한다.

 

5.

▲ 반포대교에서 만난 MTB 그룹. 자전거도로를 모두 점령하고 다니며 사람들에게 소리를 지르기도 했

다.


공사현장을 무사히 지나 열심히 달려 반포대교에 도착했다. 멀리 한강을 바라보며 천천히 달리고 있는데 뒤에서 6명의 MTB 그룹이 나를 추월해 갔다. 이런 상황에서 대부분의 남자들이라면 질주본능을 느끼기 마련이다. 잠시 취재는 잊고 그들을 추격하기 시작했다. 그들은 자전거도로를 모두 점령하고 달리고 있었다. 심지어 자전거도로를 건너는 사람들에게 소리를 지르기도 했다. 난 6명의 뒤에바짝 붙어 3~4㎞를 달리며 사진을 찍고는 보란 듯이 한꺼번에 추월해버렸다. 그렇게 추월하고 나서야 질주본능을 가라앉힐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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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강대교의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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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성산대교의 모습.

 서강대교, 양화대교를 지나 성산대교에서 사진을 찍고 있는데 또 한 그룹이 단체 라이딩을 즐기고 있었다. 이번 그룹은 반대편 자전거도로 까지 넘어가며 위험하게 달리고 있었다.

한강을 가로지르는 서강대교와 성산대교의 모습은 붉은색이 인상적이었다. 다만 날씨가 흐려 아쉬웠다.

 

9.
▲ 하늘공원을 오르기 위한 하늘계단은 약 300여개로 이뤄져 있다.

성산대교를 지나 난지한강공원에 도착했다. 잠시 화장실에 들른 나는 점심을 더 맛있게 먹기 위해 하늘공원과 노을공원에 오르기로 했다. 하늘공원은 맹꽁이 전기차를 타고 오르거나 하늘계단을 통해 걸어 올라가야 한다. 자전거를 타고 오르는 것도 힘들지만 하늘계단 또한 매우 높아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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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맹꽁이 전기차가 오르는 길을 찾아가는 길에는 개나리가 노랗게 피어있었다.

자전거를 탄 나는 맹꽁이 전기차가 오르는 길을 찾아 출발했다. 날씨는 흐리지만 바람도 선선하고 길 양옆으로 개나리가 노랗게 피어있었다. 노란 꽃들을 뒤로하고 드디어 하늘공원 오르막길 시작. 마치 뒤에서 나를 잡아당기는 듯한 기분을 받으며 페달을 밟고 또 밟았다. 이런 높은 오르막을 오르다가 멈추면 다시 올라가기 힘들기 때문에 멈추지 말고 계속 올라가야 한다. 느리지만 열심히 페달을 밟아 마침내 하늘공원 입구에 도착했다.

 

13.

▲ 하늘공원에서 목격한 어떤 어르신의 자전거에서 목격한 막걸리 병. 자전거 음주운전은 절대 금물이

다.


힘들게 도착한 하늘공원 입구에서 어떤 어르신의 자전거에 꽂혀 있는 막걸리 병을 보고 깜짝 놀랐다. 자전거 음주운전은 절대 금물이다. 하늘공원 입구를 지나 저 멀리 하늘공원 정상이 보인다. 정상 에서 하늘공원의 모습을 그리고 있는 아이들을 만났다. 몇몇 아이들은 나를 유심히 관찰하며 직접 그리기도 했다. 나는 잠시 쉬며 간식도 먹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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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늘공원으로 올라가는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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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을공원에 전시되어 있는 김영원의‘그림자의 그림자’앞에서.

노을공원은 하늘공원보다 경사가 더 높았다. 마침내도착한 노을공원에는 사람이 거의 없었다. 사람이 없어서 혼자 또 기념사진을 찍었다. 노을공원을 내려와 슬슬 배도 고파지고 북쪽 한강자전거도로의 끝을 보기 위해 열심히 달리고 또 달렸다. 드디어 북쪽 한강자전거도로의 끝인 방화대교를 지나 행주산성 근처에 유명한 어탕국수집을 찾았다.

 

어탕국수는 경남 함양 음식으로 미꾸라지, 잉어, 붕어, 메기 등을 3~4시간 고아 뼈를 거르고 산초로 비린 맛을 없앤 국물에 소면을 넣은 음식이다. 50년 전통의 어탕국수집은 점심시간이 지났는데도 손님으로 북적였다. 주말이면 자전거를 타고 많은 사람들이 찾아오기 때문에 자전거를 보관할 수 있는 방이 따로 마련돼 있었다. 손님이 많아 모르는 사람 2명과 같은 테이블에 앉았다. 개인적으로 민물고기 를 좋아하지 않기 때문에 비리지 않을까 걱정했지만 주 메뉴인 어탕국수를 시켰다. 배추김치, 단무지무침, 두부조림의 간단한 찬과 함께 팔팔 끓는 뚝배기에 어탕국수가 나왔다. 걱정과는 다르게 비린 맛 하나 없이 고소했다. 오래 달려온 탓에 배가 고파서 국수는 물론 밥까지 말아서 먹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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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팔팔 끓는 뚝배기에 나오는 어탕국수. 비린맛 없이 고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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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마트폰 어플‘카디오트레이너’를 이용해 실제 이동거리를 측정했다. 왼편은 출발점에서 행주산성

까지의 이동경로, 오른편은 행주산성에서 출발점까지 이동경로.


밥을 먹고 나오니 날씨는 더욱 흐려 지고 바람이 불기 시작했다. 금방이라도 비가 내릴 것 같아 한 번도 쉬지 않고 열심히 달려 출발점으로 열심히 페달을 밟아 복귀했다. 날씨는 흐렸지만 다행히 첫‘무·무·무’를 무사히 마쳐서 다행이다. 다음 ‘무·무·무’때는 날씨가 좀 더 좋기를 기대한다.

 

※ 박기자에게 멋진 여행 코스를 추천하실분이나 함께 자전거를 타고 떠날 독자님을 모집합니다. 코스 추천이나 기타 문의 사항은 환경일보 페이스북이나 pjw@hkbs.co.kr 로 메일 보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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