xEV의 보급 및 확대의 열쇠로 중대형 전지 재료 시장이 주목받으면서 완성차 기업과 전지 기업들도 전지 재료 시장으로 사업 영역을 확대하고 있다. 전지 재료 시장의 경쟁 양상이 복잡해지면서 중대형 전지 재료 시장뿐 아니라 전체 전지 재료 시장 변화의 조짐마저 보이고 있다. <편집자 주>

 

수소연료전지차(수정).

▲전지는 전기자동차 부품 중 가장 무겁고 가격도 가장 비싸기 때문에 전기차 발전의 성패를

 좌우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1991년 리튬이온전지의 실용화가 성공한 이후 전지 시장은 큰 폭의 성장을 이뤘다. 리튬이온전지는 휴대용 스마트 기기의 전원으로서 현대 사회에 없어서는 안 되는 존재가 됐으며 최근에는 고유가 시대의 대안, 녹색 성장의 기대주로 기대를 모으는 전기자동차의 구동원으로 큰 주목을 받고 있다. 자동차용 등으로 새로운 중대형 전지를 개발하고자 하는 기업들의 다양한 연구 개발 활동이 펼쳐지고 있지만 성능, 가격 등 점점 더 고도화되고 있는 고객의 요구에 비해 전지 개발 속도가 이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어 전기자동차 시대의 도래를 앞당기지는 못하고 있다.

 

시장 조사 기관인 모니터 그룹에 따르면 소비자의 전기자동차에 대한 기대 가격은 2만달러 내외였지만 실제 공급 가격은 이보다 96% 비싼 수준(2012년 Leaf 기준, 인센티브 포함 가격)으로 나타났다. 또한 기대 주행 거리는 400km 이상이었지만 실제 주행 거리는 160km 내외로 소비자들의 기대 수준과는 2배 이상의 격차가 났다. 실제로 많은 완성차 기업들은 2015년까지 중·단기적으로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자동차(PHEV), 전기자동차(EV) 도입 확대보다는 기존 내연기관 자동차의 개선을 통한 환경 규제 대응과 하이브리드 자동차(HEV) 적용 확대에 보다 무게를 두는 실정이다.

 

다수의 xEV 차량 출시

 

리튬이온전지 시장 전망.
▲리튬이온전지 시장 전망<자료=LG경제연구소>
에너지 소비 절감, 환경 규제 등이 갈수록 강조됨에 따라 중장기적으로 자동차에서 xEV의 보급 및 확산은 불가피할 전망이다. 올해 북경 모터쇼에서도 이러한 흐름을 반영해 다수의 xEV 차량이 출시되었다.

 

이에 따라 전지 시장도 휴대전화와 노트북 등 스마트 기기에서 사용되는 소형 중심에서 xEV 중심으로 성장축이 옮겨가고 있다. 다이와 증권의 2020년 리튬이온전지 시장 전망에 따르면 소형 시장은 2011년 대비 1.4배 증가한 1조 2000억엔 규모로 예상되는데 중대형 시장은 10년 새 17배 이상 증가한 2조엔 규모를 뛰어넘을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전기자동차의 보급에 달렸지만 xEV용 전지 시장은 소형 전지 시장을 훌쩍 뛰어넘는 거대한 시장으로 성장할 가능성이 크다. 음극재의 경우 노트북용 전지에는 수십g이 사용되지만 자동차용으로는 수 kg이 사용될 정도로 규모가 다른 면만 보더라도 시장의 성장성은 짐작하고도 남을 수준이다.

 

하지만 중대형 전지 시장은 잠재력에 비해 성장 속도가 기대에 못 미친다는 것이 일반적인 견해이다. 소형 전지는 현재 시장의 성숙과 재료에 요구되는 특성이 거의 정해져 고객 간 사양의 차별화가 그리 크지 않다. 하지만 중대형 전지는 이제 시작하는 단계로 요구 성능 수준, 고객 기업 간 요구 특성이 다양하다. 고용량, 고출력, 긴 수명 등 전지의 성능 개선, 거센 비용 압박 등 고객 수준은 높아지고 있지만 전지 개발은 이를 충족시키지 못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이 전방 산업 성장의 Bottle-neck이 되고 있다는 데에 전문가들의 견해가 일치하고 있다. “전지는 전기자동차 부품 중에서 가장 무겁고 가격 또한 고가여서 앞으로 전기자동차의 성패는 전지 재료 기술의 발전 여부에 달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라는 아사히화성 연구 임원의 말처럼 전지 재료의 기술 개발과 혁신에 기업들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핵심기술은 아직 아날로그 의존

 

그림 1.

▲xEV용 전지 시장은 소형 전지 시장을 뛰어 넘는 거대

시장으로 성장할 전망이다.<사진=LG경제연구소>

그러나 실제 리튬이온전지 성능 개선과 혁신이 전지 재료로 이어지는 과정은 까다롭게 전개된다. 전지를 구성하는 네 가지 전지 재료의 절묘한 조합이 전지 성능 구현의 핵심인데, 대부분 축적된 경험이나 노하우 등 아날로그 기술에 의해서 결정되는 경우가 많다. 전지 성능 개선을 위해 좋은 재료를 쓰면 되는 것이 아닌가 쉽게 생각할 수 있다. 그러나 전지는 아주 좋은 성능을 보이는 양극재와 아주 좋은 성능을 지닌 음극재를 선택하여 전지를 설계하더라도 반드시 좋은 수명 특성을 보이는 것이 아니다. 개별 재료의 혁신이 전지의 성능과 직결되는 것은 아니라고 할 수 있다.

 

또한 리튬이온전지의 가격 압박 문제를 해결해 줄 강력한 대안으로 전지 재료의 원가 절감을 꼽을 수 있다. 전지 매출 대비 재료의 비중은 50% 수준이다. 시장 조사 기관인 Macquarie는 보호회로나 제어회로 등 기타 부분에서의 가격 하락 폭은 재료 부분 대비 낮을 것이며 전지 재료 부분에서 가격 하락 요구가 강해질 것으로 내다봤다. 재료비만 봤을 때 양극재 44%, 분리막 14%, 전해액 10%, 음극재 7% 등의 비중으로 구성되어 있다.

 

전지 성능 가격 측면에서의 전지 재료의 가치와 중요성을 간파한 많은 기업이 앞다퉈 개발과 사업화를 서두르고 있다. 현재 소형 전지 중심으로 성장해온 전지 재료 시장을 주도하고 있는 기업들은 주로 일본 기업들이다. 일본 기업의 전지 재료 시장 장악은 일본의 전지 산업 육성과 맥을 같이한다.

 

리튬이온전지의 주요 재료와 점유율.
▲리튬이온전지의 주요 재료와 점유율<자료=LG경제연구소>
전지 산업은 일본 경제산업성의 산업 정책의 일환인 ‘선샤인 계획(1974년)’에 기초해 일본에서 일찍이 발전할 수 있었다. 2000년대 초반부터 본격적으로 성장한 리튬이온전지 시장에서 Sanyo, Sony 등 일본 기업들이 주도권을 잡았고 한국, 중국 기업들이 그 뒤를 따르고 있다. 일본 전지 기업의 주도는 탄탄한 재료 기술과 일본 내 네트워크가 없이는 불가능하다고 할 정도로 전지 재료 기업의 뒷받침이 중요했다. 이러한 과정에서 쌓은 기술력과 규모의 경제를 바탕으로 전지 재료 시장도 일본 기업들이 장악할 수 있었던 것으로 풀이된다.

 

또한 이들은 지리적으로 근접한 전지 기업들을 대상으로 먼저 자사가 가진 기술 중에서 전지 기업이 추구하는 성능 및 코스트에 맞는 재료를 제안하고 이러한 관계를 바탕으로 성능과 생산성 향상을 도모했다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히타치화성은 음극재에서 우베흥산은 전해액, 아사히화성은 분리막 분야에서 탁월한 기술력을 바탕으로 현재 전지 재료 시장을 장악하고 있다.

 

<자료제공=LG경제연구소, 정리=김경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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