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바른 물이용·관리가 선진국으로 가는 길

인간의 욕망이 환경을 오염시킨다는 생각 바꿔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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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일보] 박종원 기자 = 우리보다 먼저 OECD에 가입하고도 환경후진국 수준에 머물러 있는 멕시코가 2010년 칸쿤에서 개최된 기후변화총회를 계기로 지속가능성장정책센터를 설립하는 등 녹색성장 정책을 시도하고 있다. 최근 우리나라를 대표해 개소식에 참석하고 멕시코와 공동연구, 세미나 등의 협력방안을 논의하고 온 박석순 원장을 마나 직접 이야기를 들어봤다. <편집자주>

 

한·멕시코 간 공동 연구 추진

 

멕시코 정부는 우리나라 녹색성장연구소(GGGI)와 같은 지속가능성장정책센터(Center for the Sustainable Growth Policy)를 설립하고 지난 3월23일 개소식을 가졌다. 개소식에는 멕시코의 펠리페 칼데론 대통령, 노벨평화상 수상단체인 유엔 정부간 기후변화위원회(IPCC) 파차울 의장, 오존층 파괴의 화학적 매커니즘 연구로 노벨상을 받은 멕시코 출신 마리오 몰리나(Mario Molina) 등 유명 인사들과 멕시코 주재 세계 각국의 대사들이 참석했다. 전 세계적으로 녹색성장 정책을 선도하고 있는 우리나라는 개소식에 특별 초청을 받고 국립환경과학원 박석순 원장을 대표로 홍성화 주 멕시코 대사 등이 참석했다. 박 원장은 “멕시코는 대기, 먹는 물, 생활하수, 쓰레기 등과 같은 도시환경문제가 심각하다”라며 “우리가 멕시코와 환경 협력을 하게 되면 두 국가 모두에게 많은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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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멕시코 지속가능성장센터 개소식에서 노벨평화상 수상단체인 유엔 정부간 기후변화위원회

(IPCC) 파차울 의장과 함께. <사진제공=국립환경과학원>

 

개소식이 끝나고 난 후 박 원장과 일행은 멕시코 국립환경과학원을 방문해 양 기관의 주요 연구를 설명하고 공동연구, 세미나 등 협력방안을 논의했다. 그는 “양국 환경협력이 시작되면서 올해 특히 한국-멕시코 국제공동심포지엄을 서울에서 개최하기로 합의했다”라고 말했다.

 

또한 멕시코 방문 후 미국에 들러 환경 분야에 뛰어난 연구 활동을 보이는 뉴저지 주 럿거스

대학, 프린스턴대학 등을 방문해 국제 공동연구와 심포지엄 개최, 연구원 파견 등을 협의하고

펜실베이니아 주 ERM사를 방문해 4대강 수질예측 향상을 위한 공동연구를 합의했다. 이 밖에도 미시건 주 오대호환경연구소를 방문해 기후변화에 따른 호수 수질과 생태계 변화에 관한 연구진행 과제, 향후 연구원 파견 등에 관해 논의했다고 밝혔다.

 

“취임 이후 다양한 역점 사업 추진”

 

국립환경과학원은 박 원장의 취임과 더불어 다양한 사업들을 진행하고 있다. 대국민 환경서비스 강화를 위해 전국 시도보건환경연구원과 함께 추진하고 있는 에코벨 사업, 잘못된 황사 방지책을 바로잡기 위한 관개시설, 초지조성 등으로 황사발생의 근원적 저감대책 등이 그가 내놓은 역점사업들이다. 이 밖에도 그는 “많은 사람들은 산림은 무조건 환경에 좋은 것으로만 알고 있다”라며 “산림의 장점을 살리기 위한 환경기능 연구에도 힘쓰고 있다”라고 말했다. 특히 “좋은 기능이 많지만 잘 관리하지 않으면 나쁜 기능도 있다”라며 “낙엽이 쌓이거나 노후목, 고사목 등을 그대로 두면 강우 시 수질오염원이 되고 부패할 때 메탄가스와 같은 고강도 온실가스가 발생한다”라고 설명했다. 특히 “국토의 64%나 되는 산림을 환경에 좋은 점만 가질 수 있는지 정밀 연구를 시작할 것”이라며 “인력이나 예산에 한계가 있어 아쉽다”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박 원장은 “조만간 서울대학교와 MOU 체결이 있을 것”이라며 “이 역점 사업의 준비가 끝나고 정상궤도에 오르면 새로운 역점사업이 시작될 것”이라고 밝혔다.

 

“가난이 환경의 최대 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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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립환경과학원 박석순 원장이 저술한 ‘부국환경이 우리의 미래다’.

최근 박 원장은 ‘부국환경이 우리의 미래다’라는 책을 발간했다. 이 책에서 그는 “가난이 환경의 최대 적이다”라며 “지금까지 지구의 자연을 가장 많이 파괴한 것은 개발이 아니라 빈곤과 전쟁이었다”라고 말하고 있다. 특히 “매년 우리나라 산림 면적보다 더 넓은 지역의 산림이 사라지고 있다”라며 “산림파괴가 일어나는 곳은 모두 가난한 나라”라고 설명했다. 또한 “황사의 원인이 되는 사막화와 그 외 생물멸종 등 지구의 심각한 환경문제가 대부분 가난한 나라에서 일어나고 있다”라며 “가난한 나라는 먹는 물, 하수처리, 쓰레기 등 생활환경도 아주 열악하다”라고 말했다.

 

이 책에서 박 원장은 부국으로 가는 원동력이자 국토환경관리의 핵심요소는 ‘물’이라고 이야기 하고 있다. 그는 “물은 과거에도 지금도 국부 창출과 환경관리의 핵심요소”라며 “과거 농경문화에서는 농업의 원료가 물이고 식량이 물에서 나오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현대문명에서도 첨단산업일수록 더 많은 양질의 물을 필요로 하고 있기 때문에 물을 잘 관리하고 이용하는 나라가 선진국”이라고 말했다.

 

절약과 나눔의 녹색문명 보급 필요

 

부강한 환경선진국으로 가기 위해서는 국민이 더 많은 환경지식을 이해하고 노력해야 한다. 아무리 좋은 정책을 만들어도 국민들의 적극적인 협조나 노력이 없다면 성과를 낼 수 없기 때문이다. 그는 “우리 국민들 중에는 환경에 무관심한 사람도 많고 관심이 있는 사람들은 대부분 ‘개발반대’, ‘환경보호’만 외치고 있다”라며 “많은 사람들은 잘 살려고 하는 인간의 욕망이 자연을 파괴하고 환경을 오염시킨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이런 생각을 바꿀 필요가 있다”라고 말했다. 그는 “잘 사는 나라에서 엄격한 법과 제도로 자연을 보호하고 환경오염을 방지하고 있지만 가난한 나라에서는 그렇지 못하다”라고 설명했다. 따라서 “우리도 환경을 지키기 위해서 더 잘살아야 한다”라며 “이념을 바꿔야 한다”라고 말했다. 박 원장은 잘 사는 곳의 문제도 지적했다. 그는 “잘 사는 곳에서는 너무 많은 자원이 낭비되고 쓰레기가 넘쳐나는 것이 문제”라고 했다. 반면 “가난한 곳은 생필품마저 부족하다”라며 “잘 사는 곳에서 절약해 가난한 곳에 나눠주는 ‘절약과 나눔의 녹색문명’이 보급돼야 인류와 지구의 지속가능한 미래가 보장될 수 있다”라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박 원장은 국립환경과학원이 나아갈 방향에 대해 말했다. 그는 “과학원이 설립된 이후 과학과 기술의 발전, 환경정책 및 제도 선진화에 크게 기여했지만 앞으로의 역할이 더욱 중요하다”라고 말했다. 특히 “전 세계적인 기후변화와 에너지 위기로 인류문명의 대전환기를 맞이하고 있고 우리의 경제영토가 넓어짐에 따라 우리가 돌봐야 할 환경도 공간적 범위가 크게 확대됐다”라며 “연구원들을 전공에 맞게 배치해 모든 사람이 보다 능률적으로 연구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라고 밝혔다. 박 원장은 “앞으로 보다 넓은 분야를 연구하고 연구 수준도 국가 위상에 걸맞게 할 것”이라며, 특히 “모든 국민이 건강하고 쾌적한 환경에서 생활할 수 있도록 헌법에 명시된 환경권 보장을 위한 대국민 환경서비스를 크게 향상시키겠다”라고 말했다.

 

pjw@h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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