xEV 중심의 중대형 전지 재료 시장에서는 소형 전지 재료 시장과 다른 경쟁 구도가 형성될 가능성이 점점 커지고 있다. 기존 소형 전지 재료 기반 기업들이 중대형에서도 주도권을 행사하는 가운데 신규 진출 기업의 급증, 시장에서의 재료 혁신 요구 증대, 다양해진 사업 모델 등장으로 기존 경쟁 구도에 변화의 조짐을 보이고 있다. <편집자 주>

 

다임러 전기차.

▲다임러 같은 자동차업체들이 전기차 개발을 위해 화학기업과 손을 잡는 일이

늘어나고 있다.<사진은 다임러의 전기차>


재료 혁신 요구 증대

 

다양한 전지 솔루션이 요구되는 전기자동차의 특성상 전지 재료 혁신 요구 수준이 높아지면서 기업 간 재료 혁신 경쟁이 갈수록 뜨거워지고 있다. HEV의 경우 기존 내연기관 자동차의 연비 개선이 목적으로, 순간적인 가속 및 제동이 필요하므로 출력 밀도 향상이 가장 중요한 요소로 부각된다. 전지 재료 측면에서는 분리막 저항을 감소시키고 고전도도 전해액을 개발하며 고출력 양극재와 음극재 개발 등이 요구된다.

 

EV의 경우 1회 충전으로 주행 거리를 극대화하기 위한 에너지 밀도 향상이 필요하다. 따라서 전지 재료 측면에서 고용량 양극재와 음극재, 고전압용 전해액, 고속 충전용 음극재 개발 등이 중요해진다.

 

HEV와 EV 내부로 들어가면 더 다양한 니즈가 발생하고 다양한 솔루션들이 요구될 것이다. 기존 내연 기관 자동차에서 세단, SUV, 트럭 등 각각 요구되는 스펙이 다양했던 것처럼 HEV, EV 시장에서도 더 많은 요구 조건들이 생겨날 것이다. HEV와 EV에서도 볼 수 있듯이 고객의 다양한 니즈와 현재 개발 수준과의 차이가 존재한다.

 

이는 성숙하고 과점화된 소형 전지 재료 시장과는 다른 새로운 기회 요인이 여명기의 중대형 전지 재료 시장에 존재함을 뜻한다. 어떤 고객과 개발 파트너가 되느냐에 따라 전지 재료 기업에 요구되는 솔루션이 달라질 것이고 이에 상응하는 재료 혁신의 요구 또한 다양해질 것이다. 앞으로 중대형 전지 재료 시장은 재료 혁신의 용광로로 변모할 것이다.

 

시장 구도 변화.
▲전지 재료 시장 경쟁 구도 변화<자료=LG경제연구소>

사업 모델의 다양화

 

‘전지 재료-전지-어플리케이션’으로 이어지는 가치 사슬의 주도권 경쟁에 다양해진 사업 모델의 출현으로 새로운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과거 소형 전지 시장에서의 헤게모니는 전지 기업이 쥐고 있었다. 그리하여 전지 재료 기업은 제한된 특정 기술 분야에 집중하고, 전지 기업을 대상으로 중립적인 관계 형성을 통해 일정한 영향력을 미쳐왔다. 하지만 중대형 전지 시장에서는 완성차 기업의 전지 재료 분야로의 사업 확대, 전지 기업의 전지 재료로의 사업 확대, 전지 재료 종합 기업의 등장 등 기존 소형 전지 시장에서와는 다른 다양한 사업 모델이 등장하고 있다.

 

독일 완성차 기업 다임러(Daimler)는 전기자동차 사업 역량 확보를 위해 전지 재료를 포함한 전지 사업 확대에 힘을 쏟고 있다. 다임러는 2008년 독일 화학 기업 에보닉(Evonik)과의 전략적 제휴를 통해 자동차용 전지 기업 Li-Tec Battery GmbH를 설립했다.

 

hev, ev용 전지 재료 개발 방향성 비교.
▲HEV, EV용 전지 재료 개발 방향성 비교<자료=LG경제연구소>

2013년 300만 규모의 셀 생산을 목표로 설비 투자와 개발을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분리막 분야에서 강점을 지닌 다공성 세라믹 코팅 기술을 바탕으로 전지의 안전성 확보, 고용량화 달성 등 전지 재료 기술의 내재화를 통해 자사 전지 수요 대응은 물론, 타사 전기자동차의 전지 수요까지 대응하려고 계획하고 있다.

 

미국 A123 Systems는 전지 재료 전문 기업에서 전지 전문 기업으로 자리매김해 전지 사업의 수직 전개를 추구하고 있다. 인산철리튬(LiFePO4)에 기반을 둔 양극재 제조 기업으로, MIT에서 2001년 창업하여 셀 제조사, 모듈/팩 제조사 등을 차례대로 인수해 기존 전지 기업의 아성에 강력하게 도전하고 있다.

 

특히 전극을 나노 입자로 코팅하는 기술(Nanophosphate)을 바탕으로 한 차별적 소재 경쟁력으로 올해 A123는 BMW와 Fisker, GM 사에 전지 팩을 공급할 예정으로 알려졌다. 양극재의 경우, 인산철 외 다른 재료도 적극 개발 및 활용하는 등 전지 재료에 대한 경쟁력 확보에 더욱 힘을 쏟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일본의 대형기업 중 유일하게 네 가지 주요 전지 재료를 모두 취급하는 기업인 미쓰비시화학은 글로벌 공급망 구축을 목표로 원가 절감과 품질 향상을 추구하고 있다. 보통은 한 종류의 재료에 집중하는 데 비해 각각의 전지 재료 특성에 맞게 최적의 위치에 생산 거점을 배치하고, 글로벌 공급 체제를 정비해 나갈 구상으로 2016년 3분기까지 300억 엔 규모를 투자, 800억 엔의 매출 목표를 세웠다. 계획 중의 하나로 올해 안에 일본과 영국, 미국, 중국에 6개의 전지 재료 공장을 동시에 가동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미쓰비시화학 역사상 찾아볼 수 없는 연속 투자 형태로 평가받고 있어, 종합 전지 재료 기업으로의 변화 의지를 보여주는 대목이라 할 수 있다.

 

lg 전기차 배터리 공장.

▲LG화학은 지난 2010년 미국 미시건주 홀랜드(Holland)시 현지에서 ‘LG화학

전기자동차용 배터리 공장 기공식’을 개최하는 등 적극적인 해외 진출을 모색하고 있다.

<사진=LG Chem>


일본 중심의 시장 질서 재편

 

전지 재료 시장 내 경쟁이 치열해 지면서 지금까지 소형 전지 재료 시장에서 강자로 군림한 일본 기업들의 위상이 점차 흔들릴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현재 여명기인 xEV 중심의 중대형 전지 재료 시장에 전방 수요 경쟁과 맞물리면서 절대 강자가 없는 춘추전국 시대가 올 가능성도 있다. 혁신 재료 개발, 가치사슬 내 주도권 확보 등의 경쟁 양상은 어떤 방식으로든 기존 전지 재료 시장의 경쟁 구도에 균열을 일으킬 것으로 보인다. 이는 시장 내 재료 혁신의 여지가 많고, 시장 잠재력 또한 크기 때문이다.

 

중대형 전지 재료 시장의 변화 움직임은 xEV용에 국한된 것이 아닌 전지 재료 시장 전체의 변화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 전기자동차의 특성상 다양한 솔루션들이 시장에서 요구되고 있고, 전방 산업에서 요구되는 빠른 기술의 변화로 중대형 전지 재료 시장에서의 변화 또한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이렇게 xEV용 전지 재료 개발에서 촉발된 다양한 혁신 재료는 다시 소형 전지 재료 시장으로 확대되거나 전력 저장 시스템 시장의 확대를 앞당겨오는 등 전지 재료 시장 전체 경쟁 구도 변화의 진원지가 될 가능성이 충분하다.

 

이러한 관점에서 기업이나 정부도 전지 재료 시장에서의 변화를 성장 기회로 활용할 필요가 있다. 전지 시장에서 국내 기업이 남다른 경쟁력을 구축한 것은 사실이지만, 전지 재료는 아직 상당 부분 수입에 의존하고 있는 실정으로 상대적으로 경쟁력이 취약한 상황이다. 전지 재료 시장의 규모와 성장 잠재력, 전지 산업에 미칠 영향 등을 판단할 때, 국내 기업들이 전지 재료 부분에서의 역량도 꾸준히 확보하는 노력이 필요해 보인다.

 

<자료=LG경제연구소, 정리=김경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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