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isuk lee
단기간에 효과 발생, 추가비용 부담 없어

소비활동에 의한 간접적 배출 고려해야

 

2020년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 달성을 위해서는 산업부문뿐만 아니라 비산업 부문의 감축 노력이 중요하게 강조되고 있다. 환경부의 2008년 기후변화대응 종합계획에 따르면 수송, 가정, 상업 등 비산업 부문의 온실가스 배출량이 전체의 43%를 차지하며 산업부문보다 단기간에 효과가 발생하고 추가비용 부담이 없어 비산업 부문 수요관리를 통한 온실가스 감축 필요성이 언급되고 있다.

 

이처럼 일반 소비자와 이들의 소집단인 가정은 소비 행위의 기본 단위이며 온실가스 감축의 잠재적 영향력이 큰 집단이므로 녹색소비의 촉진과 이를 통한 저탄소 사회로의 이행을 위해서는 이들의 소비 행태를 이해하고 온실가스 배출에 미치는 영향을 정량적으로 파악할 필요가 있다.

 

가정과 소비자는 생활 속에서 직접적으로 에너지를 소비해 온실가스를 배출하는 개체이기도 하지만 제품 및 서비스 이용 등의 소비활동을 통해 생산 시스템에 간접적으로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이러한 직·간접적 영향이 모두 고려돼야 한다. 특히 2006년 기준 가계 소비지출행태에 따른 온실가스 배출량을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가구의 에너지 사용에 따른 직접적 온실가스 배출은 국가 전체 배출량의 10% 정도에 해당하지만 광범위한 소비활동에 의한 간접적 배출을 포함하면 국가 전체 배출량의 약 40%에 영향을 미친다.

 

이러한 결과는 화석연료 연소에 국한해 가계 온실가스 배출량을 추계하는 경우 가계의 소비지출행태가 미치는 영향을 과소평가할 수 있다는 점을 시사하며 제품 및 서비스의 이용뿐만 아니라 전후 단계를 모두 포함하는 전 과정에서 영향력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해석할 수 있다.

 

즉 에너지 통계나 온실가스 통계의 측면에서 가계소비지출은 에너지 연소 또는 온실가스 직접 배출량에 초점을 맞춰 분석되는 경우가 많은데, 이에 반해 전 국가적 경제활동 내에서 가계소비지출에 의해 파급되는 영향은 정량적으로 파악되지 못했다. 실제로 한국환경정책·평가연구원의 분석 결과 가계소비지출에 의한 간접적 온실가스 배출량에서는 전기·가스·수도 부문의 지출액이 전체의 약 4.6%임에도 불구, 전체 온실가스 배출량의 51%를 차지하고 있어 최종수요와 중간재 산출에 의한 영향력이 큰 항목임을 알 수 있다.

 

이 부문은 실제 가계소비지출 항목 중에서 주거 연료비에 해당하므로 가정에서의 주거용 에너지 소비는 직접적으로 온실가스를 배출할 뿐만 아니라 이를 공급하기 위한 산업 시스템 내에서도 간접적으로 온실가스를 배출한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따라서 이러한 분석방법을 통해 가계소비지출의 간접적 효과를 정량화하고 국가 온실가스 감축을 위한 소비 부문의 중요성을 재확인할 수 있게 된다.

 

또한 간접적인 온실가스 배출량이 많은 산업에 해당하는 소비지출 항목이 무엇인지 파악하기 위한 기초자료를 제공해 온실가스 배출의 잠재력이 높은 가계소비지출 항목을 도출할 수 있고 보다 실효성 높은 온실가스 감축 정책 설계에 도움을 줄 것으로 기대된다.

 

실제로 비산업 분야의 온실가스 감축 정책은 대부분 주거 에너지나 운송기구용 에너지 소비 절약에 집중돼 시행되고 있으며 연구를 통해 나타난 결과 역시 이들 항목의 영향력이 가장 높게 나타나 정책 시행의 타당성을 확보할 수 있다.

 

하지만 이러한 직접적 에너지 소비에 의한 영향 외에도 생산·공급을 통해 발생하는 간접적 영향이 포함돼 있음을 규명하고 해당 산업에 대한 정책을 검토하는 것은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예를 들어 자동차 운행을 자제하고 대중교통 이용을 권장하거나 친환경자동차로 교체를 유도하지만, 이로 인한 간접적 파급효과 역시 존재할 수 있기 때문에 이에 대한 고려가 우선돼야 한다.

 

화석연료 소비와 관련된 산업 외에도 농림어업, 금속제품 도소매 및 음식·숙박, 기타 제조업 및 서비스업에서 유발되는 배출량이 상당부분 존재하지만, 가계 온실가스 감축 정책에서 이들 항목이 전혀 고려되지 못하고 있다는 점 역시 중요한 시사점이다.

 

결국 어떠한 형태의 소비지출이라도 에너지 소비 및 온실가스 배출에 영향을 줄 수밖에 없지만 소비와 생산 시스템을 총체적으로 고려해 정책적 필요성의 우선순위를 세우고 적정 수준의 정책을 설계할 수 있을 것이다.

 

현재 산업별 온실가스 배출량에 대한 통계는 공식적으로 단일화돼 있지 않은 상태이므로 앞으로 더욱 정확한 최신의 산업별 온실가스 배출량 자료를 확보해 분석결과를 보완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방법론 측면에서도 온실가스 배출량 증감 요인 분해 등 분석 과정을 보완하고 분석 범위를 확대해 가계 온실가스 감축 정책 수립에 중요한 정보를 제공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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