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중공업.

▲부모는 주말에 자녀와 농장 체험 등을 통해 평일에 함께하지 못한 역할을 더욱 충실히

 수행하고자 한다. <사진=현대중공업>


맞벌이 부부가 증가하고 형제·자매 없이 평일에 혼자 시간을 보내는 아이들이 증가하면서 자녀의 전인적 인격 형성을 위한 부모들의 추가적인 관심이 높아졌다. 이 같은 부모들의 투자 의사를 반영하며 일과 삶의 균형을 맞춰 변해가는 직장 환경에 따라 주말 가족 여행 산업이 활황을 보이고 있다. <편집자 주>

 

2012년 3월 기준, 한 인터넷 여행 업체의 대관령 양떼 목장 둘러보기나 딸기 따기 체험 같은 국내 테마 여행 예약 건수는 작년 같은 기간보다 40% 증가했다. 국내 항공사의 제주 주말 노선 티켓은 예약을 일찌감치 서둘러야 하고, 주말 가족 캠핑족도 증가 추세다. 국내 스포츠용품 생산업체 중 하나는 2012년 2월 캠핑용품 매출이 전년 대비 150%, 3월은 300% 증가하였다고 발표했으며 별도의 캠핑장을 운영하는 국내 특급 호텔들의 주말 예약률은 작년 동기간 대비 15% 높아졌다. 전반적으로 2008년 700억 규모였던 국내 캠핑 시장은 올해 3900억으로 성장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부모는 주말에 자녀를 위해 충분히 시간을 할애함으로써 평일에 함께하지 못한 부모의 역할을 더욱 충실히 수행하고자 한다. 다양한 경험을 함께 나누며 자녀와 소통을 하고, 아이가 더욱 전인적인 사람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최대한 많은 기회를 제공하려 노력한다. 전 연령대를 걸쳐 부모와 자녀가 함께하고 싶은 여가가 ‘여행’이라는 설문 결과는 주말에 함께하는 다양한 체험이 부모와 자녀 모두에게 중요한 가치를 지니고 있음을 내포한다. 이에 부모들은 가족과 함께하는 매주 주말을 위해 부지런히 검색하며 계획을 세우는데 시간을 아낌없이 투자한다.

 

롯데호텔.

▲2008년 700억 규모였던 국내 캠핑 시장은 올해 3900억으로 성장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사진=롯데호텔>


부모로부터 외면당한 제품

 

건강한 소비를 찾는 부모들은 ‘무엇이 더 건강한가?’를 탐색하는 동시에, ‘무엇이 건강하지 않은가?’를 염두에 두고 행동에 반영한다. 따라서, 경험을 통해 자녀에게 건강하지 못한 소비라고 판단하거나, 정보 습득을 통해 소비에 위험성이 있다고 느껴지면 소비를 중단하기도 한다.

 

하나의 예로 들 수 있는 것이 변화된 패밀리 레스토랑의 위상이다. 90년대 말, 한국에 상륙한 패밀리 레스토랑은 어린 자녀를 둔 가족들에게 폭발적인 인기를 누렸다. 하지만 어린이를 겨냥했던 한국 최초의 패밀리 레스토랑인 Coco’s, 캐릭터 테마로 인기를 끌었던 스누피 플레이스와 같은 패밀리 레스토랑들은 현재 시장에서 사라졌다. 남아있는 T.G.I.F. 및 Outback Steak House 등의 주 고객층도 어린이를 동반한 가족들보다는 대학생들로 변하였다. 왜 패밀리 레스토랑은 가족을 지키지 못했던 걸까?

 

패밀리레스토랑.

▲현재의 패밀리 레스토랑에 가족은 없다. 부모들이 프리미엄 소비가 아이들에게 더 좋은

음식이 아니라는 것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2010년 국내 패밀리 레스토랑의 대대적인 구조조정이 있던 시점에 업계 관련자들은 획일화된 음식과 서비스, 그리고 고가의 포지셔닝이 패밀리 레스토랑 몰락의 주요 원인이었다고 지적했다. 현재는 그렇게 비싼 편이 아니지만 한국에 도입된 초반만 하더라도 패밀리 레스토랑의 음식 가격은 상당히 높은 편에 속했으며 당시 패밀리 레스토랑을 처음 경험하는 부모들은 아이를 위해 기꺼이 지불했다.

 

그러나 점차 그와 같은 프리미엄 소비를 통해 아이들이 더 좋은 음식을 먹는 것이 아니라는 것, 또한 탬버린 파티가 내성적인 자녀들에게는 다소 부담스러운 서비스라는 것을 깨달은 부모들은 그 소비를 줄여나갔다. 추가적인 소비를 통해서 자녀가 신체적 혹은 정신적으로 크게 건강해지지 않는다고 판단, 해당 소비를 지속해야 할 유인을 느끼지 못한 것이다.

 

2011년 9월 CNBC 웹사이트에 게시된 ‘10 Toys That Failed’를 통해서도 아이들의 ‘건강함’을 최우선시한 부모의 선택을 엿볼 수 있다. 자료는 그간 실패했던 대표적인 장난감 10개를 소개하는데, 그 중 6가지는 안전에 문제가, 나머지 4개는 정서적 공감을 얻지 못해 생산이 중단된 사례로 해석된다. 안전을 우려하여 높은 인기에도 불구 생산이 중단된 사례는 버거킹의 포켓몬 장난감을 들 수 있다. 1999년 포켓몬이 어린이들의 가장 큰 화두였던 시절, 미국의 버거킹에서는 어린이 메뉴에 포켓몬 알을 넣어 팔며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

 

출시 당시 신문 지면에 장난감이 떨어져 죄송하다는 광고를 실을 정도로 큰 인기를 누렸지만 1999년 12월에 생산을 중단하는 결정을 내린다. 해당 장난감 알의 크기, 엄밀히 말하면 알을 반으로 갈랐을 때의 크기가 유아의 코와 입을 막아 질식을 유발하는 정확한 크기였기 때문이다.

 

아이의 정서를 생각해 부모의 선택을 받지 못한 경우로는 2002년 바비인형 라인의 Happy Family Midge를 들 수 있다. 이 인형은 임산부를 컨셉으로 하여 아이가 들어가 있는 배를 부착 가능한 형태로 만들어 놓았다. 하지만 이 인형은 부모들로부터 청소년 임신을 부추긴다는 우려를 낳아 생산이 중단되었고, 인형이 속한 Happy Family Line 전체가 선반에서 사라졌다.

 

젊은 부모는 다르다

 

가족.

▲젊은 부모들은 개선할 수 있다면 부족한 모습을

 외부에 드러내는 것도 부끄러워 하지 않는다.

자녀에게 정말 건강한 소비인지, 그렇지 않은지를 판단하려면 부모의 경험이 가장 강력하지만, 다양한 제품과 서비스를 모두 경험하기란 불가능하다. 그 대안으로, 부모들은 자녀를 위한 제품이나 서비스를 이용하기 전에 적극적으로 관련 정보를 습득, 학습하고 있다.

 

젊은 부모들이 베이비부머 세대와 크게 차이를 보이는 점 중의 하나는, 양육을 가정 내에서 시행착오를 통해 수행하는 것으로 보지 않는다는 점이다. 자녀가 한두 명밖에 없는 상황에서 최대한 성공 경험을 취하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에, 개선할 수 있다면 부족한 부모의 모습을 외부에 드러내는 것도 부끄러워하지 않는다. 2006년부터 방영된 육아 방송 ‘아이가 달라졌어요’는 장수 프로그램이 됐고 유사 컨텐츠인 ‘TV밥상 꾸러기 식사’가 2009년부터 방송돼 지속적인 호응을 얻는 것은 이 같은 변화를 반영한다.

 

즉 올바른 육아에 대한 적극적인 정보 습득과 학습에 대한 니즈는 자연스럽게 급증하였고, 연관하여 자녀를 위한 건강한 소비 관련 정보를 공유하고 고민을 나누는 활동 역시 활성화되었다. 레신스키의 통계에 따르면 83%의 미국 엄마들은 관심 가는 제품의 TV 광고를 보면 온라인으로 조사하고, 이를 소비 선택에 반영한다고 한다. 회원 수 150만 명을 넘어선 대표적인 국내 육아 상담 까페 ‘맘스 홀릭 베이비’에는 육아 용품 사용 후기, 브랜드 관련 품평, 여행 상품 관련 정보 공유 등이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다. 이는, 부모들로부터 건강한 평을 받지 못한 제품은 빠른 속도로 결국 시장에서 외면될 가능성이 더욱 커짐을 의미한다.

 

<자료제공=LG경제연구원, 정리=김경태 기자>

저작권자 © 환경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