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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영향평가는 계속돼야 한다

이영수 박사

 

 

올해 말까지 한시적 운영, 존폐 위기 놓여

국민의 건강 위한 유일한 사전예방 장치

 

2000년대 중반 경기도 지역에서는 건설 예정인 발전소에서 배출될 수 있는 대기오염물질과 중금속 때문에 지역 주민과 사업자 간에 큰 갈등이 있었다. 또 골프장 건설로 인해 주변 주민과 골프장 사업자 간에도 분쟁이 있었다.

 

당시 지역 주민들이 가장 알고 싶어 했던 사항 중의 하나가 ‘본인과 아이들의 건강에 그 사업이 어느 정도의 영향을 미치는가?’라는 것이었다. 하지만, 당시에는 사업이 건강에 미치는 영향을 검토할 수 있는 제도적인 방법이나 도구가 없었기 때문에 지역 주민들이 알고 싶어 하는 사항에 대한 답을 제공할 수가 없었다. 다만, 앞으로 건강영향평가제도가 도입되면 그와 같은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는 주민과 관계기관 사이의 공감대 형성과 기대감이 있었다.

 

2012년 3월 29일, 환경영향평가 제도를 보다 효율적으로 운영하고자 환경부를 포함한 관련 기관 간의 토론회가 있었다. 토론회 프로그램 중에는 발전소 건설 환경영향평가 사례 발표가 있었다. 발전소에서 배출되는 중금속에 대한 지역 주민의 우려와 그에 대한 대책에 관한 사례였다.

 

환경부에서 운영하고 있는 건강영향 추가·평가 방법에 따라 중금속에 의한 건강 영향을 평가했으며 그 결과 ‘위해도 기준을 초과하지 않았음을 확인했다’는 사업자의 발표에 주민들이 수긍했고 그 후 주민과의 큰 마찰 없이 사업이 진행됐다는 내용이었다.

 

여기서 중요한 점은 중금속에 대한 주민의 우려가 건강영향평가라는 방법을 통해 해소됐고 나아가 사업자와 주민 간의 마찰을 사전에 없애는 데 큰 기여를 했다는 점이다.

 

현재 개발사업의 시행이 사업지역 주변 주민들의 건강에 미치는 영향을 살펴볼 수 있는 법적 장치는 환경보건법에 의한 건강영향평가 외에는 없다. 그런데 이러한 효과가 있는 건강영향 평가가 지금 없어질 위기에 처해 있다. 근거가 되는 환경보건법 제13조(건강영향 항목의 추가·평가 등)의 효력은 2010년 1월1일부터 2012년 12월31일까지 한시적으로 발휘되기 때문이다.

 

법 제정 당시 건강영향 추가·평가가 사업자에게 새로운 규제로 작용할 수 있을 것이라는 우려 때문에 3년 정도 시행한 후 그 효과를 살펴보고 계속할 것인지를 판단하고자 했을 것으로 생각된다.

 

그러나 건강영향 평가의 시행으로 인한 효과를 지금 이 시점에서 정량적으로 산출하기는 매우 어렵다. 또 그 효과가 쉽게 눈에 보이지도 않는다. 환경오염이 인체 건강의 문제로 나타나기까지, 또 제도 시행의 효과로 질병이 예방됐다는 가시적인 효과가 나타나기까지는 오랜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3년 정도 시행한 결과를 바탕으로 존속 여부를 판단하는 것은 현 시점에서는 바람직하지 않다.

 

한편, 건강영향평가의 법적 근거가 없어진다고 가정해보자. 어떤 일들이 생길 수 있을까? 법적 근거가 없어지면 인체 건강에 나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중금속, 발암물질 등을 배출하는 사업자는 이 물질들이 건강에 미치는 영향을 평가하지 않아도 된다. 그렇게 되면 주민들은 그 사업이 자신들의 건강에 미치는 영향을 알 수가 없게 된다.

 

또한 사업자는 건강에 미치는 나쁜 영향을 줄이지 않아도 되며 그 결과 장래 발생 가능한 질병의 치유에 필요한 비용을 사전에 줄일 수 없게 된다. 더 나아가 사업자-주민 간에 건강 영향으로 인한 환경갈등이 발생할 수 있고 이로 인한 사회적 비용도 예방할 수 없게 된다. 이 모든 피해는 국민이 질 수밖에 없다.

 

사회가 발전하고 소득 수준이 높아질수록 사회 구성원들은 본인과 가족의 건강에 더 큰 관심을 기울인다. 건강영향평가는 건강에 대한 국민들의 기대에 부응할 수 있는 현재로서는 유일한 사전예방을 위한 제도적 장치이다.

 

또한 건강영향평가는 미국, 영국, 유럽연합(EU), 세계보건기구(WHO) 등에서 올바른 의사결정을 하고자 널리 사용되고 있는 평가도구이다. 현재 우리나라는 걸음마 단계에 있다고 볼 수 있다. 제대로 키워보기도 전에 싹을 자르는 것은 옳지 않다.

 

특히 건강영향평가의 편익은 쉽게 확인하기 어렵다. 직접적인 효과가 눈에 보이지 않는다고 해서 그 중요성을 부정하는 것은 눈에 보이지 않는 깨끗한 공기의 소중함을 무시하는 것과 같다. 이와 같이 살펴보았을 때, 지금 건강영향평가의 존폐를 결정짓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건강영향평가는 계속돼야 한다.

편집국  webmaster@h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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