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스안내양

▲하동군이 지역 관광 활성화와 어르신들의 대중교통 이용 불편을 해소 하고자

도입한 행복버스 안내도우미, 버스안내양으로 각오를 밝힌 박선희 씨(오른쪽)

【하동=환경일보】강위채 기자 = “어서 오세요! 화개 의신마을 갑니다. 짐은 이리주시고 조심해서 타세요.“

 

지난 12일 경남 하동시외버스터미널. 마침 이날은 하동 5일장이어서 장보러 나온 어르신들로 여느 때보다 북적거린다.

 

농촌지역이라는 특성 때문에 대부분의 승객은 허리가 굽고 머리칼이 희끗한 할머니와 할아버지다. 손에 손에 장보따리를 든 어르신들 사이로 깔끔한 유니폼에 휴대용 미니마이크를 허리에 찬 안내양들(?)의 카랑카랑한 목소리가 정겹다. 70∼80년대 소위 ‘오라∼이!’로 대변되는 이들은 하동군이 지역 관광 활성화와 어르신들의 대중교통 이용 불편을 해소하고자 도입한 행복버스 안내도우미다.

 

붉은 색 계열의 체크 남방에 검정색 바지, 곤색 베레모를 쓴 박선희씨(하동군 적량면). 자그마한 체구에 밝은 미소를 띤 박 씨는 언뜻 보기에 30대 중·후반으로 보이지만 25살·16살 두 딸을 둔 46살의 보통 어머니다.

 

“안내도우미가 될 거라고는 생각지도 못했어요. 사회복지와 관광 안내에 관심이 있었는데 결과적으로 이렇게 됐네요.” 박 씨는 원래 공무원이 되고 싶었다. 그래서 재작년에 대구에 있는 한 대학에 들어가 사회복지 공부를 하고 올 2월에 졸업했다.

 

“다른 사람보다 이른 20살에 결혼해 자식 키우고 5형제의 맏며느리 역할을 하다 보니 공부할 기회가 없었어요. 늦었지만 공부를 해야겠다 싶어 학교에 들어갔죠.” 지난 10년 간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고 사회봉사라는 꿈을 실현하기 위해 공무원 시험 준비를 했는데 나이에 걸려 실패하면서 이 길로 접어들었다.

 

“처음에는 약간 주저했어요. 과거 이미지 때문에요. 그런데 마음을 고쳐먹으니까 이 일도 의미 있고 보람 있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어르신들에게 도움이 된다는 게 사회봉사이기도 하잖아요.” 그래서 그는 거리낌 없이 안내도우미를 선택했다. 관광안내에 관심이 있었던 것도 이 길을 선택한 밑 그름이 됐다.

 

“대학 다닐 때 교수님하고 학생들이 하동에 놀러왔었는데 제가 관광지 안내를 다했어요. 그런 경험도 안내 도우미 역할에 도움이 될 같아요.”

 

이 일이 버스를 이용하는 어르신들에게 도움을 주는 일 뿐 아니라 관광 안내도 겸하는 만큼 관광명소 공부도 열심이다. “안내양 역할은 그냥 할 수 있을지 모르지만 관광안내는 기본적인 지식이 있어야 하잖아요. 그래서 하동군에서 발행한 ‘하동 스토리텔링’ 같은 관광책자로 틈틈이 공부도 하고 있어요.”

 

이제 막 일을 시작했지만 보람도 느끼고 있다. “연세 드신 어르신들 부축해 드리고 짐 받아 드릴 때 고마워해요. 그런 게 보람이죠. 관광해설사나 문화해설사 같은 전문가는 아니지만 외지 관광객들에게 하동을 안내해주는 것도 보람 있고요.”

 

하동에서는 시험 운행을 거쳐 12일부터 안내 도우미제를 본격 운영하고 있다. 하동 대표 관광지인 최참판댁과 쌍계사, 청학동, 삼성궁 등 4개 노선에 안내도우미 3명이 투입됐다. 각자 하루 3개 노선을 왕복하는 이들은 이날도 따끈따끈한 하동 소식을 가슴에 안고 힘찬 ‘오라∼이’를 외치며 첫 출발을 자축했다.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행복버스 안내도우미가 지리산과 섬진강, 수많은 관광명소를 보유한 하동군의 또 하나의 명물이 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wichae1700@h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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