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주행거리 연장 전기차 콘셉트카 아이오닉.
▲현대차 주행거리 연장 전기차 콘셉트카 아이오닉 <사진제공=현대자동차>
 
주요국 또는 주요 기업의 성장동력으로 주목받던 전기자동차에 대한 시장의 반응이 매우 냉담하다. 전기자동차가 팔리지 않는 이유는 너무 비싼 가격 대비 부족한 성능, 안전성에 대한 확신 부족, 그리고 사용자의 불편함에 있다. 이러한 단점을 상쇄할 만한 차별성이 부족한 것도 문제다. <편집자 주>

 

자동차 산업 이해관계자의 현실적 선택은 부정적 전망이 만연한 전기자동차에 대응하기보다는 내연기관 자동차에 집중하거나 그 연장선상에 놓인 하이브리드 자동차 개발에 역점을 두는 분위기다.

 

그러나 이렇게 생각하고 전기자동차에 대한 긴장의 끈을 느슨하게 하고 있다가 전기자동차 시장의 분위기가 바뀐다면 어떻게 될까? 전기자동차 시장이 뜻밖에 빨리 열린다면 준비가 부족한 자동차 기업들은 어려움에 빠질 수밖에 없다.

 

애플이 아이폰으로 시장을 평정해나갈 때 준비가 부족했던 글로벌 휴대폰 기업들처럼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도 있다. 전기자동차 시장이 예상처럼 천천히 형성된다 해도 여유롭게 준비할 만한 시간이 있는 것은 아니다.

 

전기차는 기존 차와 완전히 다르다

 

개발 주기와 제품 수명이 짧은 IT 부품과 달리 자동차 부품은 개발에서 생산까지 이어지는 기간이 매우 길다. 더구나 전기자동차는 동력 전달, 가속과 변속, 제동 등에서 기존자동차와 완전히 다른 새로운 제품이다.

 

획기적 기술이 등장할 여지도 높지만 이를 상용화하기까지 시간이 많이 필요하다는 것도 간과할 수는 없다. 전기자동차 시장이 밝지 않은 가운데서도 많은 글로벌 자동차 기업 또는 부품 기업이 개발의 고삐를 늦추지 않는 이유일 것이다. 그리고 각국 정부의 전기자동차에 대한 의지도 별로 퇴색되지 않았다.

 

최근 시장의 움직임을 보면 성능, 가격, 디자인 면에서 생각보다 전기자동차가 경쟁력을 빠르게 회복할 가능성도 보인다. 테슬러와 아우디 등이 내연자동차 못지 많은 성능의 전기자동차에 도전하고 있고 2인승 전기자동차인 르노의 Twizy, 기어박스를 완전히 제거한 BMW i 시리즈 등 외형에서 풍기는 느낌만으로도 전기자동차라는 인식을 심어줄 색다른 모델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한국 지엠.

▲GM의 Volt는 리터당 100km에 달하는 믿기 어려운 연비를 강조하며 2010년 말부터

시장에 본격적으로 등장했다. <사진제공=한국 지엠>


색다른 모델 속속 등장

 

전기자동차는 기존자동차와 전혀 다른 제품이다. 절반이 넘는 부품이 제거돼야 하고 나머지 부품도 새롭게 개발되거나 개선돼야 한다. 내부 구성품이 달라지는 만큼 외관도 달라질 필요가 있을지 모른다.

글로벌 기업들이 이미 앞서가는 전기자동차에 국내 기업이 기술적, 그리고 제품적 완성도를 갖추어 대응하려면 앞으로도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 전기자동차 시장의 움직임이 더디지만 방심하면 미래 자동차 산업에서 생존에 위협을 받을 수 있다. 오히려 느리게 진행될 때를 우리의 경쟁력을 갖출 기회로 활용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전기자동차는 내연자동차보다 차체와 각종 모듈 또는 부품이 독립적으로 결합할 여지가 큰 만큼 관련기업 간 수평적 협력의 필요성도 커 보인다. 전기자동차 생태계 구성에 관한 고민이 필요해 보인다.

 

2010년 5월 10일,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2015년까지 100만대의 전기자동차를 보급하겠다는 야심 찬 계획을 발표했다. 미국의 자존심이라 불리던 GM 파산선고의 충격이 채 가시기도 전에 전기자동차를 통해 미국의 자동차 산업을 되살리겠다고 선언한 것이다.

 

성장동력을 물색하던 주요국들도 앞다투어 전기자동차 육성계획을 발표했다. 주요국 정부가 발표한 수치만 산술적으로 합산해도 최소 500만대가 넘는, 실로 전기자동차의 르네상스 시대가 열리는 듯했다. 우리 주변에서 전기자동차를 쉽게 접하는 것도 멀지 않았다고 많은 사람이 믿기 시작했다. 실제로 글로벌 자동차 산업을 좌우하는 GM, 르노-닛산, 미쓰비시 등 거대 기업들이 물밀듯이 전기자동차 시장에 등장했다.

 

한국전기연구원.
▲한국전기연구원은 급속충전기 코디에스를 개발했다. <사진제공=한국전기연구원>

각국 정부 파격적 지원책 발표

 

2007년 1월, 디트로이트 모터쇼를 통해 시장에 처음 공개된 GM의 Volt는 리터당 100km에 달하는 믿기 어려운 연비를 강조하며 2010년 말부터 시장에 본격적으로 등장했다. 출시 첫해부터 연간 5만 대를 생산하겠다고 장담한 닛산은 2012년까지 연간 50만 대의 전기자동차를 생산하겠다고 선언했다. ‘오마하의 현인’이라 불리는 워런 버핏이 투자하는 회사로 관심을 받던 중국의 BYD는 한번 충전으로 300km를 주행할 수 있는 전기자동차인 E6를 발표했다.

 

전기자동차의 본격 양산 시점에 맞추어 각국 정부는 파격적인 지원 정책을 발표했다. 대당 천만 원에 가까운 지원금은 물론, 각종 세금 면제, 주차장 할인 등 시선을 끌 만한 지원 방안이 등장했다.

누구도 전기자동차 시장의 폭발적 성장을 의심하지 않는 분위기였다. 전기자동차에 대해 쇄도하는 사전 주문량만으로도 연간 판매 목표를 훨씬 초과하는 수준이었고, 대표적 친환경 산업으로서 전망도 유망했기 때문이다.

 

전기자동차의 심장이라 불리는 2차전지에 관한 관심은 더 뜨거웠다. 새로운 먹을거리를 찾던 수많은 기업이 전기자동차 시장 성장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2차전지에 대한 공격적 투자를 결정한다. 2차전지로 기업들의 투자가 집중됨은 시장의 요구에 답하는 ‘싸고, 좋고, 빨리 충전되는 2차전지’의 출현이 그리 멀지 않았음을 암시해 주는 듯했다.

 

<자료=LG경제연구원, 정리=김경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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