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대만 일삼는 조직’ 낙인, 이제는 벗어 던져야 

국민을 설득할 수 있는 비전과 희망 제시해야

 

안병옥 소장2
[환경일보 김경태 기자] = 환경운동이 시작된 1980년대 이래 한국의 환경은 나아졌는가? 안병옥 소장은 “환경운동의 목적은 환경훼손을 줄이는데 그치는 것이 아니라 이를 되돌리는 것이지만 한국 사회에서 목적을 달성했다고 보기 어렵다. 이 부분은 환경운동이 성찰해야 할 문제다”라고 진단했다. <편집자 주>

 

환경에 대한 인식 변화는 어떨까? 안 소장은 “과거와 달리 환경에 대한 인식 개선이 이뤄지기는 했지만 불완전하다”라고 밝혔다. 그는 “100명이면 100명 모두 환경이 중요하다고 대답할 것이다. 그러나 환경을 위해 지갑을 열 수 있는가? 불편함을 감수할 수 있는가, 이렇게 물으면 대답이 달라질 것이다”라고 말했다.

 

아울러 경제, 부동산, 일자리, 복지 등 다른 사회 이슈와 중요도를 비교하면 1990년대 말에는 2위까지 올라갔던 적이 있었지만 지금은 10위권 언저리에 머물고 있다. 당장 해결해야 할 문제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기후변화에 대처해야 한다고 생각하면서도 한편으로 전기요금 인상에는 반대하는 모순이 존재한다.

 

차선책도 선택할 수 있어야

 

이명박 정부 들어 환경운동에 대한 평가에서 안 소장은 “녹색성장의 여러 가지 고쳐야 할 점이 있고 한계가 분명히 있지만 그래도 의미가 있는 부분이 있는데 그런 것들마저 4대강과 원전이 집어삼켜버렸다”라며 “4대강 사업은 워낙 덩치가 큰 문제였기 때문에 환경단체들은 회원을 상대로든, 스스로든 심리적 압박감이 컸다. 이 사업을 막지 못하면 환경단체의 존재 이유가 없다고 느꼈을 것”이라며 아쉬움을 나타냈다.

 

결국 다른 중요한 이슈가 있어도 4대강 사업 관련 활동과 병행할 역량이 부족했다는 것이다. 그러면서도 안 소장은 “냉정하게 원칙적으로 말하자면 그래도 다른 환경이슈들도 다뤘어야 했다”라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도 아니면 모’ 식의 반대에 대한 비판도 제기된다. 이는 환경단체뿐 아니라 정부에 대한 비판이기도 하다. 새만금 당시 100% 매립을 통한 개발을 추진한 자치단체와 생태계 보전을 주장하는 시민단체의 대립 속에서 일부 환경단체들은 이미 갯벌이 썩기 시작한 17%는 개발하되 나머지 지역은 보전하는 대안을 제시했다.

 

그러나 지자체는 ‘당연히 모두 개발해야 할 땅’이라며 반대했고 강성 환경주의자들은 ‘환경운동 하는 사람이 어떻게 개발에 동의할 수 있느냐’라며 비난했다. 안 소장은 “새만금은 전북도민에게 마지막 남은 동아줄이기 때문에 환경운동을 하는 사람들도 그런 감정을 이해해야 한다”라며 “환경운동은 나의 신념을 지키려고 하는 것이 아니라 환경을 지키려고 하는 것이다. 마음이 아프지만 현실을 고려해서 차선책을 찾는 노력이 필요하다”라고 말했다.

 

안 소장은 “국책사업의 주체는 국가다. 이에 비해 환경단체는 힘이 약하다”라며 “투쟁, 반대도 반드시 필요하다. 그러나 저울추가 너무 한쪽으로 기울면 국민이 선입견을 품고 환경단체를 보게 된다. 정말 포기할 수 없는 가치와 차선책으로 양보하더라도 지켜야 할 가치를 구분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가력배수갑문(8련, 2중문).

▲새만금 사업 당시 시민단체와 지자체 간 중재안을 내놨지만 양쪽 모두에게 거부당했다.

타협이 존재하지 않았던 것이다. <사진제공=농림수산식품부>


시대는 변화를 요구한다

 

과거 환경운동연합을 만들 당시 김지하 시인은 ‘환경이라는 말은 나와 주변을 구분 짓는 이원론적인 사고방식에서 기인하기 때문에 위험한 사고방식이다. 환경운동이 아니라 생명운동을 전개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안 소장 역시 “언제부터인가 환경운동의 의미가 자연생태계를 보전하는 운동으로 축소되고 있다. 생활협동조합의 건강한 먹을거리 찾기를 환경운동이 지향하는 모습 중 하나인데 왜 굳이 생협운동으로 불리는가, 환경운동의 울타리를 넓혀야 한다”라고 말했다.

 

또한 안 소장은 “아름다운가게, 한 살림, 생협과 같은 방식이 시민들에게 더 쉽게 다가갈 수 있고 인정받을 수 있는 방식이라는 것을 환경단체들이 모르는 것은 아니다”라며 “정부가 무분별한 개발을 하지 않는다면 우리 역시 생활 속 실천운동으로 갈 수 있을 것이다. 환경단체는 ‘이 사업을 막지 못한다면 환경운동가로서 존재 이유가 없다’는 절박감 때문에 반대에 나서는 것이 반복되고 있다”라고 말했다.

 

아울러 그는 “실제로 환경단체들이 반대만 하는 것이 아니다. 시민들과 함께 실천활동, 지역환경오염 감시 등의 활동 등 다양한 활동을 하고 있지만 언론은 정부와 NGO 간의 대결 구도를 만들고 그와 관련된 기사만 쏟아낸다”라며 “예전과 비교해 일간지 환경 관련 지면이 줄어들면서 독자의 시선을 끌고자 갈등 중심으로 보도하고 있는 것 같다”라고 지적했다.

 

그는 “언론이 다뤄주지 않는 것도 문제지만, 무분별한 개발 반대와 시민들에게 대안을 제시할 수 있는 활동이 균형을 갖추지 못한 것도 사실이다. 환경도 지키면서 일자리, 복지 등과 통합적으로 해결할 방법을 고민하는 시간이 필요하다”라고 말했다.

 

환경운동가들에게 반대는 익숙하다. 많이 해봤으니까. 그러나 변화하는 시대는 이것만으로는 부족하다며 더 많은 것들을 요구한다. 안 소장은 “환경운동가가 대통령이 됐다고 생각했을 때 환경만 생각할 수는 없는 노릇 아닌가. 전체적인 시각을 갖췄을 때 국민을 설득할 수 있다”라고 말했다.

 

mindaddy@h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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