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통·스토리텔링에 능한 정책연구로 서울의 ‘친환경도시’ 변신 시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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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창현 서울연구원장

[환경일보] 안상미 기자 = 서울시정개발연구원은 8월1일자로 서울연구원으로 이름을 바꾸고 시민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는 ‘소통형 연구원’을 시도하고 있다.

 

개칭과 함께 새로 만들어진 서울연구원의 로고는 서울의 ‘ㅅ’과 ‘ㅇ’을 상징하면서 배산임수의 자연친화적이었던 과거의 서울을 표현한다. 이는 자연과의 교감, 사람과의 공감이 이루어지는 도시정책을 수립하겠다는 이창현 서울연구원장의 의지가 담긴 것이기도 하다.

 

과거 서울시정개발연구원이란 이름에서 과감히 ‘개발’을 빼낸 대신 서울시의 ‘공공성’에 ‘생명성’을 불어넣겠다는 이 원장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자연과의 조화 꿈꾸는 ‘서울연구원’

 

올해로 개원 20년째인 서울연구원은 서울의 정책을 수립하고 미래를 계획하고 연구하는 연구집단, 즉 도시의 ‘씽크탱크’역할을 맡고 있다. 새이름 ‘서울연구원’은 도시정책을 연구하는 기관답게 이름을 바르게 하는 ‘정명(正名)’의 의미와 서울의 미래를 바로 보는 ‘정견(正見)’의 의미를 담고 있다. 지금까지 서울시정개발연구원이란 이름으로 서울시의 성장을 함께 해왔다면 앞으로는 성장시대 이후의 패러다임을 구축하기 위해 이름을 바꾸고 다시금 출발선에 섰다.

 

개칭과 함께 이창현 서울연구원장이 구상하는 것은 개발 중심의 성장에서 조금 각도를 달리해 ‘공존을 위한 연구’를 통한 도시정책이다. 급격한 산업화와 난개발로 형성된 지금의 서울을 친환경도시로 복원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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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연구원의 새 로고

서울연구원의 새 로고는 서울의 ‘ㅅ’ 과 ‘ㅇ’을 상징하는데 더불어 ‘ㅅ’은 산을 표현하고, ‘ㅇ’이 있는 곡선은 강을 표현한다. ‘ㅅ’과 ‘ㅇ’이 이어지는 모습은 서울의 성곽을 나타낸다.

 

이 원장은 “19세기 초 서울은 배산임수의 구조에 사람들의 주거지가 형성된 자연스러운 생태를 갖추고 있었다. 하지만 지금의 서울은 산업화와 난개발로 인해 자연과의 조화가 사라졌다”며 “당장 무언가를 부수고 개발하기 보다는 기존의 성곽을 따라 도시를 가꾸는 마스터플랜을 짜서 장기적으로 과거 서울의 아름다운 환경을 복원하자는 것”이라며 개칭의 배경을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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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제시대인 1929년 서울의 모습과 빌딩이 빼곡하게 개발된 2009년 서울의 모습을 파노라마로

비교한 사진으로 도시원형복원의 필요성을 설명하는 이창현 서울연구원장.

 

물의 ‘공공성·생명성’ 살려낼 것

 

최근 기후변화의 여파로 한강에 녹조현상이 생겨 서울시민의 안전한 상수공급에 적신호가 켜진 바 있다. 슈퍼와 편의점 등의 생수판매량 급증에서는 시민들의 수돗물에 대한 불안감이 여실히 드러났다. 이같은 현상을 보며 이 원장은 삶의 질이 높은 서울을 만드는 방안의 일환으로 안전한 상수공급에 대한 계획을 전했다.

 

이 원장은 기본적으로 물은 시민 모두에게 값싸고 깨끗하게 공급한다는 원칙이 지켜져야 하며 수돗물이 못미더워 페트병에 담아 파는 물을 마시는 것보다 어릴 적 수도꼭지에서 바로 물을 받아마시던 시절처럼 물이 안전하고 깨끗해야 옳다고 주장한다. 그는 자연스레 강물이 흐르고 깨끗한 수도를 복원시키는 방안을 연구하고 싶다고 전했다.

 

이 원장은 “지금은 자연에서 샘솟는 우물이 말라버렸지만, 작은 약수부터 되살리고 그 물줄기들이 흘러모인 한강의 옛 모습을 찾아야 한다”며 “그것이 물의 공공성과 생명성을 함께 살리는 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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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과거 조선시대 서울의 배산임수 구조를 설명하는 이창현 원장.

 

서울, 신재생에너지로 살아남는 법

 

기후변화로 인한 폭염, 폭우 등의 변화가 빈번하게 벌어짐에도 불구하고 정부부처, 지자체의 구체적인 방안은 발표되지 않았다. 이에 대한 서울시의 대응책으로 이 원장은 ‘신재생에너지’와 ‘탈핵정책’을 꼽았다.

 

이 원장은 “화석연료에 근거한 현재의 석유문명에서 전환하기 위해 신재생에너지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서울시의 모든 옥상에만 태양광발전시설을 설치해도 큰 변화가 있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와 관련된 계획이 ‘서울햇빛지도’다. 서울햇빛지도는 건물현황 자료를 입력하면 태양광 발전설비의 전력생산량과 설치규모 등에 관한 정보를 얻는 수단으로 연구원 내 기후에너지연구센터가 연구 중이다. 현재 서울시는 태양광발전시스템 320MW, 수소연료전지발전시스템 230MW를 도입한다는 계획을 수립하고 추진 중이다.

 

또 한 가지 이 원장이 주목하는 ‘탈핵정책’은 지난 4월 박원순 서울특별시장이 발표한 ‘원전 하나 줄이기 종합대책’과 연관된다. 종합대책은 159만 TOE(석유환산톤)의 에너지를 절감하고 41만TOE의 신재생에너지를 생산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 원장은 “핵에너지에서 벗어나 안전한 사회를 위한 대안을 반드시 만들어야 한다”며 “에너지를 절약하고 전기요금을 낮추는 개념이 아니라 석유문명에서 근거한 소비지향적 라이프 스타일을 바꾸는 새로운 패러다임을 기획해야 한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도시행정가 모두 ‘스토리텔러’ 되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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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창현 원장이 서울연구원의 새 로고를 설명하고 있다.

서울연구원으로 개칭하면서 이 원장은 언론정보학부 교수답게 ‘시민과의 소통과 협력’을 연구원의 핵심가치로 삼았다. 본인을 ‘소통전문가’라고도 칭하는 이 원장은 “사람들과 소통·공감하는 과정을 통해 서울의 특성과 기후적 환경에 맞는 대응책을 마련하는 게 중요하다. 개발중심의 도시정책은 또 다른 용산사태로 가는 길일 뿐이다”라고 소통의 필요성을 시사했다.

 

현 시대의 소통필수품인 SNS에 관해서는 “SNS의 강점은 시민의 생활현장이 드러나기 때문에 가까이 소통하기에 가장 좋은 매체다. 그러한 SNS의 개척자가 박원순 서울시장이 아닌가. 나역시 SNS에 귀를 열고 서울시정에 적용하며 ‘시민친화적’ 연구를 방향으로 잡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이 원장은 “도시행정을 하는 모든 이들은 스토리텔러가 되야 한다”고 주장했다. “스토리텔링이 없으면 아무리 좋은 정책을 내놓아도 시민과 공감할 수 없다. 도시의 모든 공공기관, 시장, 연구자들 모두가 스토리텔링을 해야 한다. 우리 연구원들에게도 늘 스토리텔링을 부탁하는 이유가 바로 그것”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이 원장의 책상에는 시정과 관련된 서적, 신문과 함께 유명한 소설가의 신작이 놓여있었다. 문학작품도 자주 읽냐는 질문에 “문학은 과거 구전되던 이야기의 형식이 활자로 인쇄된 것인데, 스토리텔링의 원천이기도 하다. 그래서 평소 문학작품도 즐겨 읽는 편이다”라고 답했다.

 

마지막으로 이 원장은 “서울은 세계환경도시로 거듭나야 하고 가능성도 충분하다. 그러기 위해 내게 부여된 원장 임기 3년동안 자연과의 교감, 사람과의 공감이 가능한 정책 연구를 성실히 해야할 것”이라는 포부를 밝혔다.

 

아울러 <환경일보>에 “서울은 물론 모든 도시들이 성장시대 이후의 변화에 대응하고 지구촌이 직면한 기후변화, Peak Oil(석유생산정점) 등의 위기를 기회로 바꿀 수 있는 전환도시를 준비해야 한다. 이를 위해 <환경일보>가 비판과 분석적인 시각을 마다하지 않고 환경전문언론으로서 흔들리지 않는 위상을 지키길 바란다”는 당부도 잊지 않았다.

 

<대담=김익수 편집대표·정리=안상미 기자·사진=박길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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