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mw 프리미엄 전기 컨셉카인 i3와 i8.

▲전기자동차가 가격 경쟁력을 갖추는 시점이 생각보다 당겨져 현재의 절반 수준인 전기차도

가능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사진제공=BMW코리아 >


글로벌 경기 불황으로 각국이 신재생에너지에 대한 정부 지원 규모를 줄이는 일이 빈번하지만, 전기자동차에 대한 주요국의 의지는 별로 퇴색되지 않았다. 최근의 시장 움직임으로 보면 생각보다 전기자동차가 경쟁력을 빠르게 획득할 가능성도 보인다. <편집자 주>

 

미국은 올해부터 전기자동차에 대한 보조금을 오히려 30% 넘게 인상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고, 전기자동차 판매 부진으로 육성 방향에 대해 혼선을 겪던 중국도 ‘신에너지 자동차 산업 발전 계획’을 발표하여, 전기자동차 산업 육성에 대한 변함없는 의지를 재천명하였다. 내연기관 자동차의 본산인 독일도 2020년까지 100만대, 2030년까지는 600만대의 전기자동차를 자국에 보급하겠다는 계획을 올해 초에 발표했다.

 

이에 비해 우리나라는 아직 전기자동차에 대한 준비가 부족하다. 내수 시장에서 2015년에 전기자동차 및 하이브리드 자동차의 비중을 20% 이상으로 확대하고자 하는 정부의 의지는 확연하지만, 정부의 보조금이나 지원 정책에서 일관된 목소리를 찾기가 쉽지 않고, 관련 기업들의 적극적 사업 의지도 상대적으로 부족하다. 이런 상황이 지속된다면 과거 스마트폰 시장에서 초기 대응에 주춤했던 잘못을 되풀이할 가능성도 크다. 자동차 산업에서 오랜 기간 분투하며 어렵게 쌓아온 경쟁력에도 치명적인 손상을 입힐 수도 있다.

 

자동차 모델별 가격 비교.
▲자동차 모델별 가격 비교<자료=LG경제연구원>

전기자동차의 혁신 가능성

 

테슬라의 모델 S를 시발점으로 자동차로서 기본 성능인 주행 성능을 전기자동차도 확보할 가능성이 보이기 시작한다. 독일의 아우디가 올해 말에 출시 예정인 전기 스포츠카 ‘R8 e트론’은 최고 속도가 시속 250km까지 가능하고 주행 거리도 215km에 달한다.

 

두 번째, 전기자동차가 가격 경쟁력을 갖추는 시점도 당겨질 수 있다. 딜로이트가 2011년 조사한 바로는 자동차 구매자의 8%는 3천 달러 미만의 가격 격차면 전기자동차를 구매할 용의가 있다고 밝혔다. 보조금 상승으로 미국 시장에서 닛산의 Leaf와 기존자동차 모델인 도요타의 Corolla와의 가격 격차는 4300 달러이다. 가격 경쟁력을 갖추는 근본적 해결책은 아니지만, 주 정부의 지원금까지 고려하면 3천 달러 미만의 격차도 가능하며, 이 차이는 도요타의 Prius와의 차이보다 더 적다.

 

지금은 2차전지 위주로 원가 절감에 몰입하지만, 파워트레인에 필요한 부품 그리고 기타 부품까지도 가격 경쟁력 확보를 위한 범위에 포함될 수 있다. 2차전지 위주로 형성된 전기자동차 부품 생태계가 점차 범위를 넓혀간다면 현재 전기자동차 가격의 절반 수준인 전기자동차도 가능할 것이다.

 

무리하게 설정된 2차전지의 원가 하락 목표를 현실적으로 수정하고, 다른 부품도 함께 노력한다면 50% 수준의 원가 절감도 가능할 수 있다. 전기자동차에서 2차전지의 원가 비중은 25%이고, 이를 80% 절감하면 원가 비중은 5%로 낮아지는 반면 나머지 부품의 원가 개선이 어려워 원가 비중의 점유율이 75%로 같다면 결국 전기자동차의 원가 하락 수준은 20%에 불과하다. 하지만, 모든 부품의 원가를 50% 낮춘다면 현재 가격의 절반 수준도 가능하다.

 

세 번째, 차별적 디자인에 대한 실마리도 풀리고 있다. 2인승 전기자동차인 르노의 Twizy, 기어박스를 완전히 제거한 BMW i 시리즈 등 외형에서 풍기는 느낌만으로도 전기자동차라는 인식을 심어줄 색다른 모델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닛산 리프.

▲일본의 전기차 리프는 기존자동차 모델인 도요타의 셀롤라와 가격차가 4300달러이다.

여기에 정부 지원금을 고려하면 3천 달러 미만의 격차도 가능해 소비자들이 구입을

고려할만 하다. <사진제공=닛산>


한두 개 부품 혁신만으론 부족하다

 

많은 전기자동차 관련 기업들이 2차전지만 바라보는 경향이 있다. 물론 2차전지는 전기자동차 성능과 가격 수준에 매우 중요한 부품이다.

 

하지만, 전기자동차의 경쟁력을 올리는 실마리가 2차전지에만 달린 건 아니다. 전기자동차 같은 수많은 부품이 복잡하게 얽혀있는 조립 제품의 개선은 한두 개 부품만의 혁신만으로 이루어지지 않는다. 2차전지 가격이 낮아지면 전기자동차는 팔리기 시작한다는 단편적 생각보다 ‘경쟁력 강화를 위한 전기자동차 제품 자체의 완성도 개선’이라는 과제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 전기자동차의 완성도가 높아지면서 시장 분위기도 바뀔 가능성이 있다.

 

전기자동차는 기존자동차와 전혀 다른 제품이다. 절반이 넘는 부품이 제거돼야 하고, 나머지 부품도 새롭게 개발되거나 개선돼야 한다. 내부 구성품이 달라지는 만큼 외관도 달라질 필요가 있을지 모른다. 글로벌 기업들은 이미 대응하고 있는 전기자동차에 국내 기업이 기술적, 그리고 제품적 완성도를 갖추어 대응하려면 앞으로도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 세계 5위권 안에 들어갈 정도로 경쟁력이 인정받은 국내 자동차 업계도 기존자동차에서의 역량을 믿고 준비를 소홀히 할 때는 아니다. 시장을 만들어가고 경쟁 구도를 주도하려면 가격을 낮추기보다 제품 완성도를 높이기 위한 준비를 우선으로 해야 한다.

 

ls전선(대표 구자열)이 한국환경공단이 발주한 전기자동차 급속 충전 인프라 구축을 완료했다.
▲전기차 외에 충전 등 관련 인프라 역시 빠르게 발전하고 있다. <사진제공=LS전선>

시너지 높일 부품 생태계 고민해야

 

조립 제품의 완성도를 향상하려면 부품 간에 자연적으로 형성된 연결고리가 지속해서 순환하는 부품 생태계가 형성될 필요가 있다. 상호 보완하는 관계 속에 제품력이 좋아지면 제품 전체적인 관점에서 원가구조의 개선도 더불어 발생하고, 전기자동차의 비싼 가격에도 해결 기미가 보일 수 있다.

 

특히 전기자동차는 내연기관 자동차보다 기업 간에 수평적인 협력이 더 필요해 보인다. 기업 간의 지속적인 협업으로 협력 수준도 높을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기존자동차는 엔진을 변경하면 차체 전반적인 설계 변경이 수반되었지만, 전기자동차는 차체와 각종 모듈 또는 부품이 독립적으로 결합할 여지가 크다. 부품 변경이 독립적으로 가능하기에 부품의 모듈화 수준이 기존자동차보다 훨씬 높다.

 

전기자동차에서는 기존자동차 산업에서 볼 수 있는 ‘완성차 기업이 주도하고 부품 협력 기업이 따라오는 방식’이 아닌 ‘수평적 분업 관계로 모듈을 구성하는 방식’에 기반을 두고 설계 단계부터 개방적으로 이견을 조율하는 대등한 관계 형성이 필요할 수도 있다.

 

전기자동차 시장은 느리게 움직이고 있지만 방심하고 있으면 미래 자동차 산업 경쟁에서 생존에 위협을 받을 수도 있다. 앞으로 다가올 변화에 준비하며 새로운 기회를 찾을 수 있도록 전기자동차 관련 기업들과 정부의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다. <끝>

 

<자료=LG경제연구원, 정리=김경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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