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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6년 간 3차례나 곡물가격이 폭등하는 등 단기간에

반복적인 폭등세가 나타나고 있다.

세계 곡물가격이 다시 요동치고 있다. 시카고상품거래소 (CBOT)의 옥수수·대두·밀 가격이 6월 중순 이후 급등하기 시작해 옥수수와 대두 가격은 사상 최고치를 갱신했다. 이에 따라 지난 2007~2008년 식량위기와 애그플레이션(agflation, 농산물 가격 급등으로 일반 물가도 동반상승하는 현상)이 재발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확산되고 있다.

 

한국은 다른 나라보다 국제 곡물가격 급등에 특히 취약한 편이다. 2010년 옥수수, 밀, 콩의 자급률이 각각 0.8%, 0.8%, 8.7%에 불과하다. 그리고 연간 1500만 톤의 양곡을 수입하는 세계 곡물수입 5위권의 국가이기 때문에 국제 곡물가격 급등에 경제가 매우 민감하게 반응할 수밖에 없다.

 

한국은 세계 5위 곡물수입국

 

지난 7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2000년 5월 이후 가장 낮은 전년 동월 대비 1.5%로 안정세를 나타내는 가운데 곡물가격 급등이 물가에 새로운 악재로 떠올랐고 가뜩이나 어려운 서민생활은 더욱 쪼들리게 됐다. 특히 사료를 수입에 의존하고 있는 축산업은 또 한 번 큰 타격을 입을 것으로 예상된다.

 

국제 곡물가격은 1980년대부터 2006년 중반까지 수차례 등락이 있었으나 대체로 일정한 가격변동 범위에서 장기간 안정추세를 유지했다. 그런데 2006년 국제 곡물수급 불안으로 2007~2008년 가격이 급등하면서 사상 최고치를 경신, 애그플레이션이 발생했다. 그리고 2010년 중반 러시아 등의 이상기후 발생으로 2011년 중반까지 또 곡물가격이 급등했다.

 

이후 안정세를 유지하던 곡물가격이 불과 1년 만에 다시 급등하기 시작해 올 7월 들어서는

옥수수와 대두 가격이 연일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먼저 옥수수를 보면, 7월20일 톤당 325달러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고 이후 약간 등락하면서 8월9일 현재 톤당 322달러로 2달 전인 6월11일에 비해 35.6% 상승했다.

 

대두 역시 7월20일 톤당 646달러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고 이후 약간 하락해 8월10일 현재 톤당 628달러로 2달 전보다 20.1% 상승했다. 마지막으로 밀은 2012년 8월10일 현재 톤당 325달러로 2008년 2월27일의 최고치인 톤당 470달러에는 미치지 못하였지만 2달 만에 무려 40.1% 나 상승했다.

 

가뭄.

▲미국 중서부 곡창지대에는 50여년 만의 최악의 가뭄이 발생, 곡물 수급이 더욱 어려워질

 것으로 보인다.


미국, 50년 만의 최악의 가뭄

 

최근 곡물가격의 급등 원인은 미국, 남미, 러시아, 유럽 등 세계 각지에서 발생한 이상기후 현상으로 인한 곡물 작황 부진 때문이다. 특히 미국 상황이 매우 심각하다. 6월부터 거의 비가 오지 않아 올 상반기 6개월 동안 미국 전체의 강수량은 예년 평균의 60% 정도에 불과하다. 미국 내에서도 콘벨트 (Corn Belt)라 불리는 중서부 곡창지대에 50여년 만의 최악의 가뭄이 발생했다. 여기에 6월 이래 극심한 더위가 이어져 중서부 일부 지방에서는 낮 최고 기온이 40℃가 넘는 곳도 나타나고 있다.

 

극심한 가뭄과 고온 현상이 계속되자 곡물 생산에 비상이 걸렸다. 미국은 세계 최대의 옥수수, 콩 생산국인 동시에 세계 최대의 옥수수, 콩, 밀 수출국이다. 특히 가뭄 피해지역인 중서부지방은 미국 내 옥수수 생산량의 90%가 재배되고 콩 역시 주재배지이므로 이번 가뭄으로 옥수수, 콩 생산량이 매우 감소할 것으로 전망된다.

 

더욱이 우려되는 것은 이런 상황이 계속 진행 중이라는 점이다. 미국 기상당국에 따르면 약간의 강우가 있겠지만 가뭄과 고온현상이 다음 달까지 계속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따라서 곡물수급 여건이 단기간 내에 좋아지기는 어렵고 비가 내린다고 하더라도 가격 하락은 제한적일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세계 밀 수출 4위 국가인 러시아에서도 여름 가뭄 피해가 심각하게 나타나고 있다. 러시아 농업부 발표에 따르면 가뭄으로 러시아 내 16개 지역 150만 ha의 농작물에 피해가 발생했고 남부의 로스토프주(州), 스타브로폴주, 칼미크주 등 9개 지역에서는 가뭄 관련 비상사태가 선포됐다.

 

러시아 농업부는 밀 수확량이 31%, 보리 수확량이 30.9% 감소하는 등 올해 곡물 생산량이 지난해보다 평균 32% 나 감소할 것으로 추산했다. 미 농무부의 7월 세계 밀 생산량 전망에서도 러시아 전망치가 불과 1개월 사이에 400만 톤이나 감소했다.

 

특히 러시아는 2010년 여름 최악의 불볕더위와 가뭄으로 곡물생산이 타격을 받자 전면적으로 곡물수출을 금지해 국제 곡물가격 폭등을 가져온 적이 있어 이번의 러시아의 사태에 국제 곡물시장이 주목하고 있다.

 

투기자본.

▲유럽 금융위기로 갈 곳 없는 투기자본이 곡물시장에 대거 유입되면서 가격 불안을 더욱

 부채질 하고 있다.


단기간 반복적인 가격 폭등 발생

 

이상기후가 이번 국제 곡물가격 급등의 주요인으로 작용했는데 이와 함께 투기자금도 하나의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유럽의 금융불안으로 새로운 투자처를 찾던 글로벌 투기자금이 가격이 급등하는 곡물시장에 대한 투자를 확대해 6월 중순 이후 국제 곡물시장에서 옥수수, 밀, 콩의 선물 순매수포지션(비상업)이 늘어나면서 곡물가격 상승을 자극했다.

 

곡물가격 급등은 과거에도 있었다. 그러나 최근의 국제 곡물가격 움직임과 관련해 몇 가지 주의 깊게 봐야 할 점이 있다.

 

첫째, 국제 곡물가격이 단기간에 반복적으로 폭등세가 나타나고 있다. 최근 약 6년 동안 3차례(2007~2008년, 2010~2011년, 그리고 2012년 6월~현재)나 가격 폭등이 발생했는데 이것은 과거 장기적인 국제 곡물가격 움직임과 비교해 볼 때 크게 다른 점이다.

 

둘째, 2007년 이전보다 확연히 높은 가격대가 형성되고 있다. 셋째, 종전과 달리 이상기후, 바이오연료용 곡물 수요 급증, 투기자금의 곡물시장 유입 등과 같은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한다.

 

그러므로 정부의 대책은 이런 가격변동 구조의 변화에 대한 인식에서부터 출발하지 않으면 안 된다. 기존에 취해진 대책들을 보면 단기적인 공급확보와 물가안정이 중심이다. 그러나 앞에서 언급한 것처럼 최근 국제 곡물시장의 가격 불안정성이 매우 심화되고 있기 때문에 이와 같은 대책으로는 작금의 식량위기에 대처하는 데 역부족이다. 물론 중장기대책도 시행되고 있다.

 

그러나 대부분 성급하게 마련되는 바람에 정책적 치밀성이 부족하고 더욱이 급등한 곡물가격이 안정되면 대책 추진력이 떨어져 중도에 흐지부지되는 경우가 적지 않다.

 

따라서 지금 무엇보다 필요한 것은 단기적인 공급확보 및 물가안정 대책과 더불어, 국내 자급력 강화를 기본으로 한 중장기 대책을 일관성 있게 지속적으로 추진하는 것이다.

 

<자료=국회입법조사처, 정리=김경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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