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풍·가뭄·홍수 집중, 심각한 식량 위기 맞아
현지 실정에 맞는 적정기술 확보 필요

 

[환경일보] 김진호 기자 = 기후변화로 인해 현재 아시아·태평양지역의 개발도상국은 큰 위기에 처해 있고 국제 사회의 도움을 요청하고 있다. 그러나 원조 규모 보다 더 중요한 것은 원조를 받는 수혜국의 니즈이다. 공적개발원조(ODA)에 앞서 개도국에게 가장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를 파악하고 지원국과의 의사소통을 통해 국가별 특성에 맞는 맞춤형 지원이 필요하다. <편집자 주>

 

img_0550

 

기후변화는 식량, 기상재해, 환경, 가뭄 등 각종 문제를 일으켜 우리나라와 인접한 동아시아 국가들은 이미 피해를 입고 있다. 일례로 방글라데시는 기후난민이 발생해 빈곤국가로 전락하고 있으며 태국에서는 최대 홍수가 일어나 전 국토의 70%가 침수됐다. 

 

필리핀의 상황도 마찬가지이다. 필리핀 기후변화위원회 조이슬린(Joyceline Adeva goco) 차관보는 “열대 섬나라 국가인 필리핀은 최근 3년 동안 심각한 폭풍과 홍수 문제를 겪었다. 홍수로 도시 전체가 휩쓸렸으며 풍수해는 더욱 강해지고 있다”라며 기후변화의 심각성을 토로했다.

 

아울러 조이슬린 차관보는 “필리핀에는 산불·벌채로 인한 산림 감소, 대기오염, 도시의 고형폐기물, 홍수 등의 각종 재해와 재해로 인한 질병(말라리아, 수인성 전염병 등), 광산 문제 등의 환경 문제가 있다”고 전했다.

홍수그림1

▲기후변화는 식량, 기상재해, 환경, 가뭄 등 각종 문제를 일으켜 동아시아 국가들은 이미 피해를 입고

있다. 필리핀은 한국으로부터 기상, 조기경보시스템, 기후변화 예측모델 등 각종 기후변화 ODA를

지원받고 있다.


한국, 기후·기상·조기경보 등에 지원

 

기후변화가 불러온 가장 직접적인 위기는 이상기후로 인한 식량문제이다. 식료품 값이 상승하면서 저개발국 빈곤층의 식탁을 위협하기 때문이다. 보통 저개발국 빈곤 가정은 소득의 80%정도를 식료품 구입에 사용하며 곡물가격이 폭등하면 소득 전부를 식량 구입에 이용해도 끼니를 제대로 잇지 못하는 경우마저 생긴다. 따라서 빈곤층에 대한 식량지원 확대와 소규모 영농인의 소득을 늘리는 것이 필요하다.

 

실제 필리핀의 농산물 수확량은 기후변화가 야기한 홍수, 태풍, 가뭄으로 인해 크게 감소했다. 특히 필리핀 북부 및 남부 농촌 지역은 기상이변으로 곡물 수확량이 크게 줄어들어 빈곤 문제가 심각하다. 도서국가, 해안에 있는 국가들에게 ODA 사업은 절실하다.

 

공적개발원조(ODA)란 개발도상국의 경제발전과 복지 증진을 위해 공여 국가가 자체의 자금을 이용해 제공하는 순수한 원조로 정의된다. 현재 우리나라의 정부 및 민간 ODA 단체는 60여개가 있고 연간 지원 규모는 2조 단위이다.

 

조이슬린 차관보는 “필리핀은 한국으로부터 기상, 조기경보시스템, 기후변화 예측모델, 농업용수 확보 및 홍수피해 등을 줄이는 각종 ODA를 지원받고 있다”고 전했다. 일례로 한국은 농업용수를 확보하면서 홍수문제를 해결하는 ‘소규모 저류 건설’ 사업을 필리핀 국립관개청과 함께 추진하고 있다. 이 사업은 자연재해 피해액을 연 평균 50%로 줄이는 한편 수자원을 안정적으로 확보해 농업생산성을 2~3배 높이고 농가수익도 증대시킬 것으로 기대된다.

 

가장 절실한 것을 지원하라

 

한편 효율적인 ODA를 위해서는 의사소통이 중요하다. 조이슬린 차관보는 “수혜국에게 필요한 ODA 사업을 지원하는 것이 중요하다. 필리핀 정부는 협력기관과 함께 3개월에 1회씩 포럼을 개최해 필리핀에게 필요한 사업을 논의한다”라며 “수혜국의 니즈를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전했다.

 

한국의 전문가들도 개도국 입장에서 ODA를 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실제 일본은 장기적이고 다단계 접근법을 통해 개도국 특성에 맞는 지원을 하고 있으며 그 과정에서 충분한 논의를 바탕으로 수원국의 니즈를 우선적으로 고려한다.

 

아울러 개도국에서 효과적인 공적개발원조가 이뤄지려면 저개발 국가의 빈민층을 포함한 광범위한 복지 증진에 기여할 수 있는 기술(이하 적정 기술)이 필요하다. 한국 정부는 지난해 ‘R&D 36.5 전략’에서 저개발 국민을 위한 적정기술의 개발·보급 및 확대를 발표했고 민간 부문에서도 학계와 NGO를 중심으로 적정기술 포럼 및 컨퍼런스가 점차 늘어나고 있다.

 

전기 동력이 아닌 신체를 이용해서 물을 끌어올리는 펌프, 전기를 이용하지 않는 항아리 냉장고, 마을 사람들이 모두 이용할 수 있는 핸드폰 등이 적정기술의 사례이다. 이러한 기술은 기반 시설이 부족한 빈곤국 주민들도 충분히 사용할 수 있다.

 

지방정부가 ODA의 핵심 요소

 

한편 필리핀의 기후변화 ODA가 성공하기 위해서는 지방 공무원의 역량 강화와 국민의 인식개선이 중요하다고 보고 있다. 기후변화의 영향을 가장 많이 받는 곳은 재해방지시설이 집중된 대도시가 아니라 지방이기 때문에 지자체 공무원의 역량강화도 중요하다. 또한 환경에 대한 국민들의 인식개선과 데이터베이스 축적 등 과학적인 근거를 확충하는 것도 필요하다.

 

조이슬린 차관보는 “한국은 필리핀에게 기술이전을 많이 하는 국가 중 하나이다. 한국과 필리핀은 좋은 협력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일례로 한국의 글로벌녹색성장연구소(GGGI)는 필리핀의 지역 커뮤니티 발전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필리핀 정부는 기후변화에 대한 적응 능력을 강화하기 위해 2011년 11월에 ‘국가 기후변화 적응 활동 플랜’을 제정했다. 또한 정부는 지방정부의 기후변화 활동을 지원하기 위해 ‘에코타운 프레임워크’라는 프로젝트도 추진하고 있다. 조이슬린 차관보는 “에코타운 프레임워크는 지역의 취약성 및 자연자원 평가, 온실가스 인벤토리 구축, GIS지도 개발 등을 통해 토지 정책의 개발, 운영을 지원한다”고 전했다,

 

jhocean@hkbs.co.kr

저작권자 © 환경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