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일보]박지연 기자 = ‘한 여인이 방글라데시에서 베틀로 짜고 초목으로 염색한 자연주의 옷을 입고, 동티모르산 커피를 내려 필리핀산 마스코바도 설탕을 한 스푼 넣어 마신다. 밖에서는 인도 면화농민들에게 공정한 대가를 주고 만든 유기농 면 티셔츠를 입고 파키스탄에서 만든 축구공을 차며 즐겁게 뛰노는 아이들의 웃음 소리가 들린다’

 

세계화 시대의 한 단편이라고 하기엔 어딘가 좀 어색하다. 우리에게 익숙한 중국이나 미국, 일본 등에서 생산한 물건이 아닌 제3세계에서 만든 물건들이기 때문이다.

 

착한 소비 바람 타고 공정무역 상품매장 ‘눈길’

 

아름다운가게
▲ 아름다운가게의 공정무역 상품들
우리나라 공정무역의 역사는 영국에 비해 40년, 일본보다 15년 늦었지만 희망과 나눔을 담은 착한 소비의 바람이 점점 불고 있다. 국내에서는 2002년 아름다운가게가 처음 공정무역운동을 시작한 이후, 2005년경부터 본격 시작됐다.

 

국내에서 공정무역을 통해 제품을 판매하는 단체는 아름다운가게를 비롯해 에코생활협동조합, 두레생활협동조합, 한국YMCA, iCOOP생협연합회, 페어트레이드코리아, 글로벌 굿즈, 공정무역 가게 울림 등 10개 단체가 있다.

 

공정무역 제품의 대표 격인 ‘커피’와 관련해 카페와 매장은 다양하다. 아름다운커피, 카페 트립티, 아리따움 카페, 비마이프렌드 등에서 네팔, 우간다, 페루, 아프리카에서 온 다양한 맛을 즐길 수 있다. 그밖에 러빙헛과 같은 채식 레스토랑에서도 공정커피를 즐길 수 있다.

 

 

 

가장 먼저 공정무역 커피와 초콜릿을 판매하고 수익금을 전액 기부하는 아름다운가게에서 운영하는 아름다운커피에서는 네팔, 우간다, 페루 등에서 온 다양한 맛의 커피를 즐길 수 있다. 최근 대중적인 캠페인을 개발해 소비자들에게 공정무역을 인식시키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가운데 런던 올림픽에서는 시민들이나 신아람, 조준호 선수들에게 공정무역 커피를 나눠주는 페어플레이 캠페인을 펼쳐 관심을 모았다.

카페 트립티는~

▲ ‘카페 트립티’는 공정무역 커피를 판매한 수익금 전액을

국내 거주하는 어려운 환경의 외국인 노동자들을 위해

사용하고 있다.


최근 늘어나는 공정무역 카페 중에 ‘카페 트립티’도 공정무역 커피를 판매한 수익금 전액을 국내 거주하는 어려운 환경의 외국인 노동자들을 위해 사용하고 있다. 또한 매주 외국인 노동자들을 상대로 무료 커피교실을 열어 그들이 자국으로 돌아갔을 때 커피사업을 통해 자립할 수 있도록 돕고 있다.

 

 



카페 트립티의 김종규 매니저는 “가끔은 한국의 어려운 사람도 많은데 뭐 하러 외국인까지 돕냐고 할 때가 안타깝다”며 “이곳의 커피 한잔이 커피 원산국의 노동자뿐만 아니라 국내 체류 중인 불우한 외국인 노동자들을 돕는 일이기에 많은 사람들이 동참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그루’는 공정무역 의류를 전문으로 취급하는 안국동 매장과 온라인 매장을 함께 운영하고 있다. 네팔, 방글라데시, 인도, 베트남 등 제3국에서 손수 만든 의류와 액세서리를 판매한다.

 

안국동에 위치한
▲ 안국동에 위치한 그루 매장에서는 면, 울, 마, 실크 등의 자연소재와 베틀로 짠 원단의 의류를 판매한다.

‘울림’은 공정무역 생황용품과 장난감을 취급하고 있다. 어린이의 노동 없이 성인 노동자가 정당한 임금을 받고 만든 축구공이 인기다.

 

75개 매장을 보유한 두레생협을 통해 필리핀산 흑설탕, 팔레스타인산 유기농 올리브유 등을 만날 수 있다. 또한 30개 매장을 보유한 행복한 나눔 매장에서는 멕시코산 커피와 라이스 쿠키 등을 만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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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행복한나눔’ 서울극장점

 

■ 공정무역 제품을 만날 수 있는 매장

 

구분

매장이름

연락처

카페

비마이프렌드

02-2085-8305

아름다운커피

02-747-5004

카페 트립티

02-717-0477

레스토랑

러빙 헛

02-333-8088

식품

iCOOP 자연드림

02-402-0102

행복한 나눔 서울극장점

02-2268-9544

마포 두레생협 성산점

02-3141-0518

패션·잡화

그루

02-739-7934

울림

02-739-1201

 

 

<인터뷰>

 

㈜페어트레이드코리아 이미영 대표

“환경보호와 아시아 여성의 빈곤해결에 초점”

 

이미영 대표
▲페어트레이드코리아 이미영 대표

페어트레이드코리아는 환경문제와 아시아 여성들의 빈곤문제에 관심을 갖고 있던 여성환경연대에서 2007년 5월 설립한 회사로 ‘그루’라는 패션 브랜드를 통해 공정무역 의류를 전문으로 취급하고 있다.

 

당시 여성환경활동가로서 활동을 하던 이미영 대표는 “아시아 여성들이 환경친화적으로 만든 물건들을 한국 여성들이 써줌으로써 그들은 빈곤을 극복할 수 있고 우리는 자연친화적으로 생활할 수 있는 방법이 공정무역이라고 판단해 2008년 국내 최초로 그루라는 공정무역 패션 브랜드를 런칭하고 본격 의류사업을 시작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현재 인사동 매장과 온라인 매장(www.fairtradegru.com)을 통해 의류, 소품류, 식품류 등 총300여종을 취급하고 있다. 특히 그루는 한국에서 디자인하고 4개 나라 19개의 생산자들을 통해 의류 및 소품류 등을 생산하는 시스템인데 장작 1년이 걸리는 ‘슬로우 패션’ 성격을 띤다. 그러나 100% 베틀로 짜고 천연염색을 거치는 친환경 핸드메이드 제품이라 희소성이 있어 고객층이 두터워지고 있다.

 

가난한 제3세계 공정무역 생산자들과 작업을 하다보면 상상이상의 애로사항이 발생하기도 한다. 국가차원의 인프라 부족으로 작업 중 전기 공급이 끊긴다든지, 비숙련공 채용 시스템으로 인한 불량품 발생 등이 그것이다.

 

“공정무역 상품이라 해서 한 번의 동정심으로 물건을 사고 끝나는 것이 아니라 품질에서도 뒤지지 않기 위해 본사 무역팀에서는 끊임없이 생산자와 소통하며 문제를 해결해 나갑니다. 또한 지속적으로 본사 디자이너의 파견, 생산자 초청교육 등 서로간의 교류를 통해 의류시장의 치열한 경쟁에 적극적으로 대응해 나가고 있습니다”

 

공정무역을 통해 하루 끼니를 걱정하던 빈곤층 여성들이 경제적 자립을 하며 삶에 대한 의욕과 자신감을 갖는 것을 보는 것이 가장 큰 보람이라고 말하는 이미영 대표. 그는 “착한 소비를 하고 싶어도 아직은 몰라서 못하는 소비자가 많다”며 “그루를 통해 더 많은 생산자들이 혜택을 보고 소비자들도 만족스러운 소비를 누릴 수 있도록 판로 개척 및 확대에 더욱 박차를 가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pjy@h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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