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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일보]박지연 기자 = 세계 최초 공정무역 올림픽, ‘2012 런던 올림픽’을 기점으로 착한 소비 또는 윤리적 소비라 지칭되는 공정무역(Fair Trade)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 이러한 분위기를 타고 최근 영리만을 추구하던 기업들이 환경 보호, 사회적 약자 보호 등 사회공헌활동을 하는 ‘착한기업’을 표방하며 공정무역 마케팅에 열을 올리고 있다.

 

새로운 대안무역으로 떠오른 공정무역은 한마디로 국가 간 동등한 위치에서 이뤄지는 무역을 말한다. 자유무역협정 ‘FTA(Free Trade Agreement)’와 정반대 개념인 공정무역 ‘FTA(Fair Trade for All)’는 올바른 무역과 소비를 통해 지구촌의 빈곤 문제를 개선하고 모두가 잘 사는 행복한 지구 환경을 추구한다.

 

국내에서 공정무역을 통해 제품을 판매하는 곳은 아름다운가게를 비롯해 에코생활협동조합, 두레생할협동조합, 한국YMCA, iCOOP생협연합회, 페어트레이드코리아, 글로벌 굿즈, 공정무역 가게 울림 등과 같은 비영리단체가 대부분이다.

 

그러나 최근 소비자들이 같은 값이라면 좀 더 윤리적인 기업의 제품을 구매하겠다는 인식이 높아지자 이를 반영해 대기업에서도 공정무역 제품을 선보이는가 하면 제3국에 대한 봉사활동 등을 통해 ‘착한기업’의 이미지로 공정무역 열풍에 동참하는 모습이다.

 

환경보호 등 표방하며 ‘착한제품’ 시장에 선보여

 

LG생활건강 더페이스샵은 공정무역 상품으로 피부자극을 줄인 핸드크림 ‘착한 손 크림’을 선보였다. 이 제품의 원료인 퀴노아씨 추출물이 공정무래 거래를 통해 이뤄져 윤리적 소비 의식이 있는 고객들에게 큰 호응을 얻고 있다.

 

한국코카콜라도 100% 화석연료를 사용했던 기존 페트수지의 30%가량을 식물성 소재 ‘플랜트 보틀(Plant Bottle)’로 바꾸면서 탄소배출량을 줄이는 한편 ‘착한 제품’으로 어필하고 있다.

 

롯데칠성에서는 공정무역 커피를 사용하는 칸타타 베스트컬렉션 2종을 판매하며 ‘착한 제품’대열에 합류했다.

 

이 회사는 공정무역 커피 수익금의 일부를 커피농가의 자립을 위해 사용한다고 밝혔다.

 

커피 브랜드 네스카페도 지난 15년간 지역사회와의 협력을 중시하는 ‘네스카페 플랜’을 통해 착한 소비를 실현하고 있다. 커피 농민들에게 커피재배에 필요한 지식과 기술을 전수하고 커피 재배 농민조합과 직거래를 통해 커피 원두 값을 공정하게 지불한다. 네스카페는 지난해 소규모 농가들에 3000만 스위스 프랑을 소액대출로 지원하기도 했다.

공정무역 사진 교체

▲국내에 공정무역이 도입된 지 10여년이

 넘은 가운데 대형마트는 공정무역 제품을

커피와 초콜릿으로 국한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기업의 공정무역 시장 참여에 대해서는 전 세계의 공정무역 관련 단체들 사이에서도 의견이 분분하다. 기업이 일부 품목 또는 양적으로도 소량만을 사용하고 전체 품목에 대해 공정무역을 하는 것처럼 부풀려 마케팅 수단으로 이용한다는 문제점이 있기 때문이다. 대표적으로 스타벅스가 일부 소량만을 공정무역 상품을 쓰는데 전체를 공정무역 상품을 쓰는 것처럼 과장광고 했다가 전 세계적으로 비난받은 바 있다.

 

스타벅스 측은 “2006년에는 전체 원두 구매량의 6%, 2010년에는 7.9%를, 2011년에는 8%에 해당하는 약 3430만 파운드의 공정무역 인증 원두를 구매했으며, 공정무역 인증 기준과 유사한 제3자 인증의 C.A.F.E Practice 윤리 구매 프로그램으로 전체 원두 구매량의 86%에 해당하는 약 3억 6700만 파운드의 원두를 구매했다”고 밝혔다.

 

과장광고 했다가 전 세계 비난 받은 스타벅스

 

아름다운커피의 박효원 간사는 “기업들이 공정무역에 참여하는 것 자체를 부정적으로 보긴 어렵지만 이를 통해 다른 한계점을 감추는 ‘페어워싱(Fair Washing)’을 한다면 문제가 있다”며 “일부 제품만 공정무역 제품으로 사용하거나 실제로는 거의 생산하지 않으면서 공정무역 기업인 것처럼 홍보하는 것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기업들이 지속적으로 공정무역 제품을 확대하고 또 공정무역의 가치를 알리는 캠페인을 진행하거나 생산지파트너십팀을 운영하는 방식으로 책임 있는 활동을 펼쳐나가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국내에서는 ‘커피 열풍’과 관련해 다양한 커피 프랜차이즈 기업들이 성장하고 있는 가운데 CJ푸드빌의 투썸플레이스에서도 공정무역 커피를 쓴다고 홍보했지만 드립커피는 제외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 토종업체로서 다국적 커피회사를 누르고 승승장구 하는 카페베네는 공정무역 커피를 전혀 쓰지 않고 있지만 봉사단을 커피생산국에 파견해 커피수확을 돕는 봉사활동을 펼치는 식으로 공정무역 커피열풍에 동참하고 있다고 말한다.

 

기업의 공정무역 생산과정 전반적 윤리도 파악해야

 

공정무역은 투명한 경영과 책임있는 거래, 생산자 자립기반 조성, 남녀평등, 노동환경, 아동 노동 금지, 친환경 생산 방식, 소규모 생산자를 위한 장기적 관계 등의 기본 원칙이 있다. 기업들이 공정무역에 동참하는 것은 반가운 사실이긴 하나 무엇보다 공정무역을 통해 제품을 구입하는데 있어 생산과정의 전반적인 윤리도 파악해야 한다는 시각이다.

 

페어트레이드코리아의 박영주 팀장은 “윤리적 소비는 아무리 가격이 저렴하고 질이 좋아도 생산과정에서 아동의 노동력을 착취하거나 저임금을 강요해 만든 제품이라든지, 또는 환경을 훼손시킨 대가로 생산된 제품은 공정무역 대상에서 철저하게 제외된다”고 설명했다.

 

공정무역제품이 환경을 보호하고 윤리적인 소비가치를 지향하는 것은 상당히 긍정적이다. 그러나 소비자들은 자신의 장바구니에 윤리적 상품을 담기 전에 기업의 건전한 운영 방식에 먼저 관심을 가져야 할 것이다. 예를들어 커피와 같은 공정무역제품이 생산되기까지 환경을 해치는 행위는 없었는지, 실질적으로 가난한 소작농들에게 정당하게 댓가가 지불됐는지, 불평등한 관계로 힘들어하는 쪽은 없는지, 소비자들이 끊임없이 관심을 가져야 할 것이다.

 

공정무역은 단순히 돈을 더 주는 거래방식이 아니라 생산자와 공평하고 지속적으로 거래하는 파트너십이기 때문에 소비자들이나 여러 시민사회단체의 지속적인 감시와 요구가 필요하다.

 

pjy@h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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