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무역은 저개발국가에 원조가 아니라 공정한 거래를 통해 자립을 돕고 소비자 입장에서는 윤리적인 제품, 친환경 제품을 사용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공정무역은 빈곤의 악순환을 끊는 지구촌 빈곤 퇴치 운동인 동시에 국제사회의 시민운동이라 할 수 있다. 이번호에서는 이러한 공정무역이 우리나라에 뿌리내리기 위한 방안에 대해 살펴봤다. <편집자 주>

 

 

[환경일보]박지연 기자 = 국내에 공정무역이 도입된 지 10여년이 지났다. 아름다운가게가 지난해 트렌드모니터 조사한 것에 따르면 공정무역에 대해 알고 있다는 응답이 80%를 넘어 소비자들의 인식이 높아졌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공정무역 단체들도 늘어나 올해에는 주요 단체 6곳이 ‘한국공정무역단체협의회’를 만들어 공동의 캠페인과 연구 등으로 공정무역운동의 저변을 넓혀가겠다는 의지도 펼쳐 보이고 있다.

 

그러나 국내에서 소비자들이 구입할 수 있는 품목은 커피, 초콜릿, 수공예품, 의류 등 15여 종에 불과해 공정무역이 실생활에 접목되기에는 아직 문제가 많아 보인다. 특히 이마트와 홈플러스 등의 대형마트는 공정무역 제품을 커피로만 국한하고 있고 여성들에게 친근한 매장인 더 페이스샵은 공정무역 핸드크림인 ‘착한 손 크림’의 구매율이 적다는 이유로 아예 매장에 구비조차 안하고 있는 경우가 많아 실제 소비자들이 공정무역 제품을 구매할 수 있는 범위가 매우 제한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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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공정무역 제품으로 첫 테이프를 끊은 아름다운커피의

 공정무역커피와 초콜릿

 

공정무역 제품의 구매 범위, 제한적

 

품목도 제한적이지만 아직까지는 공정무역 상품에 대해 ‘비싸다’라는 소비자들의 막연한 인식 또한 공정무역 상품 구매를 망설이게 하는 요인으로 지적된다. 공정무역은 생산자에 대해 최저가격을 보장하고 공동체 발전을 위한 기금을 지급하는 방식으로 거래한다. 일반적인 제품과 달리 제값을 주고 저개발국 자립을 지원하는 것이다.

 

아름다운커피의 박효원 간사는 “공정무역 커피만 하더라도 유기농으로 재배해 노동력이 훨씬 많이 들고 인증에 대한 까다로운 절차도 거쳐야하는 제품이기 때문에 아주 저렴할 수는 없으나 다른 유기농 제품에 비하면 오히려 3분의2 수준으로 낮은 편에 속한다”며 “소비자 입장에서 제값을 지불한다는 마음으로 공정무역 제품을 선택하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세계공정무역인증기구는 2002년부터 공정무역의 조건을 충족한 제품에 대해 인증 로고를 붙여준다. 생산자의 일자리 기회를 창출하고 생산자에게 정당한 가격을 보장하며, 어린이 노동으로 수확한 원료를 쓰지 않는다는 등의 원칙을 지켜야 인증을 받을 수 있다. 이처럼 까다로운 인증절차를 이유로 아직까지 많은 기업들이 인증을 받지 않지만 윤리적 거래를 한다고 주장하는 만큼 공정무역 관련 단체들 사이에서는 기업들의 인증절차는 꼭 필요하다고 보는 입장이다.

 

국내의 공정무역 관련 단체 및 관계자들은 국내 공정무역이 뿌리내리기 위해서는 기업들의 적극적인 동참도 중요하지만 소비자에 대한 인식 교육이 선행돼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공정무역은 단순히 저개발국을 돕는 ‘자선’이 아니라 저개발국을 빈곤하게 만드는 세계적 무역경제 질서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고 새로운 모델을 통해 변화를 만들어가는 운동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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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비자들이 좀 더 값싼 물건을 요구하는 만큼 누군가는 그 부담을 져야 한다는 무역구조를

이해할 때 공정무역에 쉽게 다가설 수 있다.


“소비자 대상 인식 교육 선행돼야”

 

이와 관련해 한국공정무역연합에서는 올해부터 매주 토요일 초등학생을 대상으로 공정무역에 관한 교육을 진행하고 있으며, ‘공정무역제품 구입’ 및 ‘내가 살고 있는 지역을 공정무역마을로 만들자’는 캠페인을 지속적으로 벌이고 있다.

 

아름다운가게에서도 ‘시민대사’프로그램을 통해 공정무역 전도사를 양성해 전국 초등학교, 복지관, 문화센터 등을 찾아다니며 올바른 공정무역 인식 확산에 노력하고 있다. 또한 올해는 ‘Change Your Chocolate 캠페인’과 런던올림픽에서 시민들이나 선수들에게 공정무역 커피를 나눠주는 ‘페어플레이 캠페인’을 전개했다.

 

공정무역교육

▲한국공정무역연합에서는 올해부터 매주 토요일 초등학생을

 대상으로 <우리가 꼭 알아야 할 공정무역>수업을 진행하고

있다. <사진=한국공정무역연합>

아름다운커피의 박효원 간사는 “영국의 경우 정부와 지자체, 대학 등이 힘을 합친 거버넌스(Govrnance) 방식의 ‘공정무역도시(마을) 운동’을 통해 크게 성장했고 이 같은 경험을 바탕으로 런던올림픽에 공정무역 제품을 공급할 수 있었다”며 “우리나라도 정부, 지자체, 교육청과 대학 등 공공기관의 협조 속에 공정무역에 대한 캠페인과 교육이 적극 이뤄져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박원순 서울시장은 서울시를 공정무역 도시로 선포하고 한국공정무역협의회와 함께 내년부터 관련 조례제정을 시작으로 공정무역 연구지원, 공동 캠페인 등을 펼쳐나갈 계획이라 밝혀 활발한 활동이 본격화될 것으로 기대된다.

 

 

<인터뷰> 아름다운커피 박효원 /PR‧커뮤니케이션 매니저

 

“책임감 있는 시민의식이 공정무역 토대 만들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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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커피의 박효원 간사
“공정무역 제품은 전 세계적으로 커피, 초콜릿, 차, 설탕, 바나나 등에 집중돼 있습니다. 이 같은 제품을 생산하는 곳은 대부분 저개발국이고 서구 제국주의나 자유무역으로 인해 피해를 입은 지역인데 반해 제품이 가공‧유통‧생산되는 곳은 선진국이라는 특징이 있습니다. 즉, 무역구조의 문제점이 가장 잘 드러나고 그만큼 불평등의 문제가 심각한 분야이기도 하죠”

 

아름다운커피의 박효원 간사는 공정무역의 필요성과 관련해 무역을 통해 빈곤의 악순환을 끊는 지구촌 빈곤 퇴치 운동인 동시에 국제사회의 시민운동이라는 점을 강조한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우리나라가 10년이라는 공정무역 역사에 비해 그 성장속도가 가파르다는 점이다.

 

“한국의 공정무역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기는 합니다만 보다 다양한 제품을 만들고 기반을 형성하기 위해서는 우선 소비자들의 인식이 높아져야 합니다. 실제 공정무역 상품이 가격이나 품질 면에서 여타 제품보다 우수하다고 자부하는데 소비자 입장에서도 사회적 책임감을 갖고 공정무역 상품을 선택하고 기업들도 공정무역 제품 개발 등을 위한 R&D나 인프라 구축에 힘써야 합니다. 또한 정부나 지자체 등의 지원이 뒷받침 된다면 보다 더 다양한 제품으로 확대되리라 기대합니다”

 

박효원 간사는 장기적으로 공정무역이 뿌리를 내리고 성장하기 위해서 소비자 스스로의 책임감 있는 소비 의식과 공정무역상품에 대한 요구가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스타벅스를 예로 들면 영국 스타벅스에서 판매하는 커피와 에스프레소는 100% 공정무역 제품입니다만 우리나라 스타벅스 매장에서는 공정무역 커피한잔 마시는 것이 불가능합니다. 미국도 얼마전 소비자들의 적극적인 요구 끝에 스타벅스 매장에서 공정무역 커피가 제공돼듯이 우리나라도 소비자들의 인식이 확산돼 나가야 할 것입니다”

 

pjy@h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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