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공장 박사2
최종 결정 이전에 투명하고 공정한 심사 필요

원조기관이 환경영향평가 관리 철저히 해야

 

공적개발원조(Official Development Assistance, ODA)는 선진국이 개발도상국의 빈곤퇴치, 경제발전과 복지향상을 위해 자금을 원조하는 것을 말한다. 우리나라는 2010년에 OECD 개발원조위원회(DAC)의 24번째 회원국이 됨으로써 수원국에서 공여국으로, 즉 원조를 받는 나라에서 원조를 주는 나라로 입장이 완전히 바뀌었다. 또한 우리 정부는 올해 개최된 유엔 지속가능발전 정상회의(리우+20) 개막식에서 녹색 ODA를 2020년까지 50억 달러(약 5조 7500억 원) 이상으로 확대하겠다고 발표했다.

 

녹색 ODA, 바람직한 이야기이다. 개발도상국의 지속가능한 발전과 빈곤층 주민의 삶을 윤택하게 하기 위한 자금지원은 누구라도 환영할 만한 일이다. 그런데 유의해야 할 점이 있다. 녹색 ODA라는 것이 과연 어디서부터 어디까지를 일컫는 것인지 명확히 해야 할 것이다. 흔히 녹색 ODA는 온실가스 감축과 기후변화 적응대책, 친환경적인 대책을 포함하는 포괄적인 개념으로 적용된다. 그렇다면 녹색 ODA는 모두 친환경적이라고 할 수 있을까?

 

국내의 환경문제로 잠시 눈을 돌려보자. 서해안 지역의 조력발전, 풍력발전의 산림파괴 문제, 원자력발전소의 환경갈등, 4대강 사업, 댐 건설로 인한 주민 이전 문제 등등 국내에서 환경 갈등이 일어나는 개발사업 분야가 녹색 ODA 범주에 들어갈 가능성이 있다. 여기서 주목해야 할 점은 개발사업이 정말로 필요한지, 지역의 환경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한 대책이 마련되었는지, 지역사회의 동의를 얻어 진행되는지 등을 자세히 검토하고 나서 ODA로 지원할지를 결정해야 한다는 점이다.

 

대규모 개발사업 계획 및 승인과정에서 환경성을 검토하는 제도로 환경영향평가제도가 있다. 그런데 ODA사업의 환경영향평가는 개발도상국 정부가 실시한다. ODA를 통해 원조를 받고자 하는 개발도상국 정부는 사업 추진을 최우선으로 하기에 환경영향평가를 형식적으로 운영하려는 경향이 많다. 댐 건설사업, 도로건설사업, 발전소건설사업 등 이미 외국의 ODA 사업으로 인한 환경갈등 사례는 매우 많으며 환경영향평가가 제대로 관리되지 않는 것이 원인 중의 하나이다.

 

필자는 이러한 인프라 건설사업분야의 ODA를 회색 ODA라고 부른다. 개발도상국의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해서는 녹색 ODA도 중요하지만, 회색 ODA를 최대한 녹색화시켜야 한다. 이 말은 환경적으로 문제가 많은 회색 ODA 사업은 지원하지 않겠다는 의사결정을 확실히 해야 한다는 것을 포함한다.

 

회색 ODA로 인한 환경피해를 최소화하려면 환경영향평가의 책임을 개발도상국 정부에만 넘기지 말고 원조를 주는 공여국과 원조기관이 환경영향평가에 대한 관리를 철저히 해야 한다. 이를 위해 세계 선진 원조기관은 부적절한 사업지원을 예방하고 지속가능한 개발을 위해 환경평가관리 가이드라인을 만들고 있다.

 

우리나라도 올해 4월에 유상원조를 담당하는 대외경제협력기금(EDCF)에서 세이프가드 가이드라인을 만들었다. 주요 내용을 살펴보면 첫째, 환경적인 영향이 큰 사업인지 아닌지 구분하는 스크리닝을 한다. 스크리닝 결과 환경적인 영향이 큰 사업은 환경영향평가를 거쳐서 원조를 신청해야 한다.

 

둘째, 원조의 최종 결정은 환경영향평가 결과를 반영해 결정한다, 즉, 환경적인 영향이 매우 부정적인 사업은 원조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셋째, 환경의 영향을 자연환경, 생활환경에만 그치지 않고 주민 이전, 보상 등을 포함하는 사회환경까지 포함한다.

 

넷째, 환경영향평가 관련 자료를 적극적으로 공개한다. 지금까지 원조사업에 대한 정보공개가 미흡하다는 비판이 시민사회단체로부터 많이 제기됐다. 환경영향평가라는 제도 자체가 정보공개와 주민참여를 근간으로 하는 제도이기 때문에, 세이프가드 가이드라인의 제정은 앞으로 원조사업의 친환경적이고 투명한 의사결정을 기대하게 된다.

 

앞으로의 과제도 많이 남아있다. 첫째, 개별사업 단계의 환경영향평가보다 좀 더 상위 단계인 국가별협력전략 수립과 사업의 발굴단계에서 환경적인 고려를 하고자 전략환경평가의 도입을 검토해야 할 것이다. 둘째, 환경평가 가이드라인을 마련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이를 실제로 운영할 수 있는 조직과 전문 인력을 마련하는 것도 중요하다. 외부전문가를 포함한 환경심사위원회를 구성하는 방안도 가능하다.

 

마지막으로 원조사업의 심사가 투명하고 공정하게 이뤄져야 한다. 이는 환경분야 심사에 국한된 것이 아니며 사업 타당성 심사는 더욱 투명하게 이뤄져야 한다. 이는 원조기관만의 책임이 아니라, 정부가 나서야 할 일이다. 정부가 정치·외교적으로 원조를 약속해버리고 나면 원조기관이 제대로 원조 심사를 할 수가 없다. 실적위주의 원조 약속은 신중해져야 할 것이다.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우리나라가 ‘녹색 ODA’를 늘리는 것에는 환영한다. 다만, ‘회색 ODA’를 줄이기 위한 노력이 동시에 진행되어야 한다. 결국은 수원국 주민과 환경에 ‘착한 ODA’로 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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