곡물파동은 사회불안과 폭동 일으켜

농지 부족 때문에 자급자족 어려워

 

[환경일보] 김진호 기자 = 미국 중서부 등 주요 곡물생산 지역에 발생한 가뭄으로 인해 2008년, 2011년에 이어 글로벌 식량위기가 다시 발생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특히 통일을 앞두고 있는 우리나라의 곡물 자급률은 26.7%에 불과해 식량 부족에 대한 근원적인 대책마련이 시급하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 김용택 선임연구위원을 만나 우리나라 식량 문제의 원인과 현황, 해결책에 대해 들어봤다. <편집자 주>

 

한국농촌경제연구원 김용택 선임연구위원(이하 김 위원)은 "해외 농산물 생산의 급감으로 우리나라에 식량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고 밝혔다. 실제 우리나라의 식량자급률은 낮아 연간 1400만톤의 식량을 수입하기 때문에 식량위기에 대한 대책이 다각도로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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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촌경제연구원 김용택 선임연구위원은 “기후변화, 에너지 정책 등으로 이유로 식량 부족문제가

 발생하며 해외농업기지가 식량문제의 해결책”이라고 전했다.

 

또한 김 위원은 “수입량 중 900만톤이 사료용이기 때문에 곡물 가격이 상승하면 축산 농가와 식품업체들이 먼저 타격을 입은 후 소비자도 피해를 입을 것”이라고 전했다. 사료용 식량은 축산 농가들이 닭, 돼지, 소 등을 사육하는데 필요하기 때문에 식량 대란은 동물성 식량의 부족으로 이어질 것이다.

 

최근 미국에서 발생한 최악의 가뭄으로 20~40% 급등한 곡물가격은 경제에도 큰 타격을 줄 것으로 전망된다. 농산물이 물가상승을 주도하는 에그플레이션(Agriculture Inflation)은 국제 곡물 가격이 상승한 후 4~7개월 이내에 국내 물가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다. 따라서 여름에 발생한 국제 곡물가격의 급등 으로 인해 늦어도 내년 초가 되면 우리나라는 물론 전 세계에서 인플레이션이 일어날 가능성이 높다. 우리나라는 2008년에 에그플레이션을 경험한 바 있다.

 

통일 후 식량문제 가중

 

특히 통일을 앞두고 있는 우리나라는 식량 안보가 더욱 중요한 국가과제가 될 것이다.

 

최근 열린 식량안보세미나에서 김 선임연구위원은 통일시점을 2015년으로 정하고 통일 10년 후(2025년)에 북한 주민이 정상적인 칼로리의 식품을 섭취한다는 가정에서 통일 이후 한반도의 식량 부족량은 1629만~1725만 톤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기후변화는 식량 생산을 불안하게 하는 중요 요인이다. 수십 년 전에는 10년 만에 발생하던 가뭄 등의 기상재해가 최근에는 1~2년 만에 나타나고 있다. 이상 기후의 발생 빈도가 높아지면서 곡물 생산은 줄어들게 된다.

 

실제 곡물을 수출하는 나라는 미국, 캐나다, 브라질, 아르헨티나, 호주 등 소수의 국가이다. 미국이 전 세계 곡물의 50%는 수출하고 콩의 경우 파라과이, 미국, 브라질, 아르헨티나가 전체 수출량의 70~80%를 차지하는 실정이다. 따라서 이들 국가에 가뭄, 홍수가 발생하면 지구촌은 식량 문제를 겪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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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너지정책도 식량문제를 가중시키고 있다. 미국은 석유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옥수수로 바이오

에탄올을 생산하고 있으며 브라질도 이 정책을 따르고 있다.


한편 미국의 에너지 정책도 곡물가격을 높이는 원인 중 하나다. 미국은 중동에 대한 석유의존도를 낮추기 위해서 식량으로 수출했던 옥수수로 바이오 에탄올을 제조하고 있다. 2000년대 후반부터 시행된 이 정책은 확대되고 있으며 브라질 또한 미국과 같은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또한 식량 수출 국가들은 자국의 식량 안보와 물가 안정을 위해서 곡물 수출을 제한하기 때문에 국제 시장에서 거래되는 곡물은 더욱 줄어든다. 실제 러시아가 밀의 수출을 제한하면서 국제 가격의 폭등으로 이어졌고 이집트의 밀 가격은 30% 폭등했다.

 

투기자본도 수급불안 원인

 

아울러 투기 자본도 식량 문제를 부채질하고 있다. 식량 위기로 인해 곡물가격이 상승하면서 국제 자본들이 식량에 투기를 하고 있다. 이로 인해 새로운 가수요가 생겨 곡물의 공급과 가격은 더욱 불안해지고 있다.

 

김 위원은 “식량 위기는 사회, 경제적인 문제가 됐지만 대부분의 국민은 식량 안보에 관심이 없다”고 진단했다. 그 이유에 대해 김 위원은 “전체 가계지출 비 중 식료품이 차지하는 비중이 낮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정부 또한 식량 문제에 안일하게 대응하고 있다. 정부 부처는 식량문제의 대안인 해외 식량기지에 대해서도 의문을 가지고 있고 통일 후 식량 부족에 대한 대비는 부족한 실정이다.

 

김 선임연구위원은 “지난 30~40년 동안 국제곡물시장이 안정적으로 운영되면서 곡물을 쉽게 구입할 수 있었기 때문에 우리나라는 식량 문제를 소홀히 다뤘고 미국의 원조도 기대하고 있다. 그러나 미래의 곡물시장은 기후변화, 에너지정책 등의 복합적인 이유로 인해 매우 불안하고 곡물 파동이 일어날 시기를 알 수 없다. 또한 자국 이익 때문에 우방도 우리나라에게 도움을 줄 수 없다”라며 낙관론에 우려를 나타냈다.

 

한편 저소득층은 식품이 가계에 차지하는 비중이 높기 때문에 식량 문제는 사회불안을 일으키는 요인이 될 수 있다. 식량 문제가 발생하면 저소득층이 더 큰 영향을 받기 때문에 체제에 대한 불만으로 이어진다. 실제 식량 부족은 튀니지를 비롯해 중동에서 발생한 혁명에 간접적인 원인을 제공했다. 작년 2월에 발생한 이집트 정권교체의 원인도 식량폭동이었다.

 

식량안보 의지와 정책 필요

 

김 위원은 “우리나라는 인구가 많고 국토 면적은 적기 때문에 농지가 부족하고 곡물 생산비도 높다. 따라서 모든 국민이 소비할 수 있는 식량을 국내에서 공급할 수 없다”라며 “해외농업기지가 식량문제의 유일한 해답”이라고 역설했다.

 

실제 일본의 경우 우리나라와 식량자급률은 비슷하지만 국민이 소비하는 식품의 70%를 자국 종합상사가 제공한다. 또한 일본 종합상사는 우리나라가 수업하는 콩의 30%, 옥수수는 10%를 제공하며 수입량이 점차 증대하고 있다.

 

일본은 해외농업기지를 구축하기 위해 30년을 준비했다. 세계대전을 경험한 일본은 식량 확보를 국가안보차원에서 추진했으며 해외농업기지를 구축하는 것이 곡물 수입보다 더 경제적이라는 것을 알고 있다. 일본의 이토츠, 미쓰이 등 종합상사는 식품, 원료, 곡물을 해외농업기지에서 얻고 있으며 사례와 성공담은 이미 책 등으로 공개됐다

 

김 위원은 “우리나라가 일본처럼 성과가 없는 이유는 정책 목표가 불확실하고 중장기적인 대책이 부족하기 때문”이라며 “식량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전략과 의지가 중요하다”고 전했다.

 

jhocean@h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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