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작정 떠나는 무모한 무탄소 여행 ‘다섯’

 

[환경일보] 박종원 기자 = 한 달에 한 번. 출근도 마다하고 친환경적인 이동수단을 이용해 무탄소 여행에 도전하는 박 기자의 당일치기 여행기. 다섯 번째 여행은 2005년 세계평화축전을 계기로 3만평 규모로 조성된 파주 ‘임진각:평화누리’를 향해 떠났습니다. <편집자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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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섯번째 여행의 시작점인 디지털미디어시티역.

자전거 타기 참 좋은 날씨 ‘가을’

 

지난 5월. 행주산성으로 첫 출발을 한 ‘무·무·무’의 다섯 번째 여행이 디지털미디어시티역에서 시작됐다. 장마가 끝나고 더위가 한풀 꺽여 자전거 타기에도 참 좋은 날씨였다. 지난 여름 햇빛을 가리기 위해 입었던 긴바지와 팔토시, 두건 등을 벗어버리고 몸도 마음도 가볍게 페달을 밟기 시작했다.

 

사실 이번‘무·무·무’는 어디로 가야할지 고민이 많았다. 행주산성과 춘천, 경인 아라뱃길, 남한강 자전거 길 등 자전거 마니아들이 주로 다니는 코스를 대부분 다녀왔기 때문이다. 곰곰이 생각해 본 결과 문득 머릿속에 임진각이 스쳐지나갔다. 그래서 결국 임진각 평화누리공원에 다녀오기로 했다.

 

남북의 긴장이 흐르는 임진각

 

평화누리공원은 세계유일의 분단국가인 우리나라와 북한간의 대립의 긴장이 흐르는 분단의 상징인 임진각을 화해와 상생, 평화와 통일의 상징으로 전환하기 위해 조성된 복합 문화공간이다. 특히 서울에서 부담없이 찾아갈 수 있고 다양한 볼거리들이 많아 자전거 마니아들이 많이 찾는 장소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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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디지털미디어시티역을 얼마 지나지 않아 고양시에 진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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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장천을 건너기 위해 오른 영주교의 자전거 도로 상태는 좋지 않았다.

디지털미디어시티역을 얼마 지나지 않아 고양시에 진입했다. 이 곳은 자전거 전용도로가 아닌 보행자 겸용도로가 있는데 노면이 고르지 않다. 특히 고양경찰서를 지나 대장천을 건너기 위해 오른 영주교의 자전거 도로 상황은 더욱 열악했다. 노면이 고르지 않은 것은 물론이고 유리조각과 캔, 뾰족한 돌 등으로 인해 이리저리 곡예운전을 해야만 했기 때문이다.

 

대장천을 건너 고양 백석체육센터 방면으로 달리다보면 마침내 경의선을 따라 깔려있는 자전거 도로에 진입할 수 있다. 자전거 도로는 비교적 깨끗하게 정비되어 있지만 공사 구간이 많고 일부 구간은 바닥을 말랑말랑한 소재로 깔아놔 자전거가 달리기 불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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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의선 전철역인 백마역의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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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파주에 진입하자 곧 황금 들녘으로 변할 논들이 펼쳐졌다.

경의선 전철인 곡산역과 백마역을 지나 계속 달리다보니 어느새 파주에 진입했다. 파주에 진입하자 지금까지는 볼 수 없었던 논과 밭들이 조금씩 보이기 시작했다. 도로 양쪽에는 곧 황금 들녘으로 변할 논들이 펼쳐져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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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공릉천을 지나자 마침내 임진각을 나타내는 표지판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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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전거 도로는 사라지고 다시 일반 도로가 시작됐다.

다시 달리기 시작해 공릉천을 지나자 마침내 임진각 방향을 나타내는 표지판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자전거 도로가 사라지고 다시 일반 도로가 시작됐다. 다행히 달리는 자동차가 별로 없어서 위험하지는 않았지만 일반 도로를 달릴 때에는 항상 정신을 바짝 차려야만 한다. 출발전 도로에 잠시 멈춰서 바라본 하늘은 유난히 맑고 푸르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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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임진각 평화누리 공원이 1.5㎞ 남았음을 알려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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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침내 임진각 도착.

도로를 따라 경의선 파주역과 문산역을 지나 계속 달리다보니 어느새 평화누리공원이 1.5㎞ 남았음을 알리는 표지판이 보였다. 페달밟기를 서둘러 마침내 임진각 평화누리공원에 도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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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평화누리공원에서 가장 먼저 만날 수 있는 '버마 아웅산 순국 외교사절 위령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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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버마 아웅산 사건경위를 알려주고 있다.

 

이름도 외우기 힘든 위령탑

 

평화누리공원에 도착해서 가장 먼저 본 것은 ‘버마 아웅산 순국 외교사절 위령탑’이었다. 이름도 외우기 어려운 이 위령탑은 1983년 10월9일 전두환 대통령의 서남아 대양주 6개국 순방 첫 방문국인 버마국 랭군시 아웅산 묘소에서 북한 테러단의 암살 폭파로 희생된 서석준 부총리 등 17명의 외교사절 및 수행원들의 순국의 뜻을 기리고 추모하기 위해 세워진 것이다. 특히 17명의 희생을 상징하기 위해 탑 높이 17m, 탑신과 계단은 17개로 만들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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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25 전쟁 때 국군과 연합군이 사용했던 전투무기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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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철마는 달리고 싶다'로 유명한 증기기관자 '미카 3 244'.

탑을 지나 걷다보면 6.25 전쟁 때 국군과 연합군이 사용했던 전투무기들이 실물로 전시되어 있다. 또한 ‘철마는 달리고 싶다’로 유명한 증기기관차 ‘미카 3 244’도 서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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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임진각 전망대의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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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임진각 전망대에서 내려본 모습. 임진각철교와 망배단, 자유의 다리 등이 한눈에 내려다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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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실향민들을 위한 망배단.


임진각 전망대에 오르자 임진각철교와 망배단, 자유의 다리 등이 한 눈에 내려다 보였다. 망배단은 고향이 북쪽인 실향민들이 설날과 추석, 가족이 보고 싶을 때 고향과 가까운 곳에서 부모와 조상에게 배례하기 위한 제단으로 1985년에 제작됐다. 제단과 향로가 있고 중앙의 망배탑에는 조국통일을 향한 염원과 명복을 비는 기원의 뜻이 담겨져 있다. 특히 망배탑을 둘러싸고 있는 7개의 병풍은 이북 5도 및 미수복지 경기 강원의 고적과 풍물, 산천 등을 조각해 실향민들을 달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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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유의 다리를 지키고 있는 남녀 헌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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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통일을 염원하는 사람들의 마음이 걸려있는 자유의 다리 끝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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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통일을 기원하는 메시지.

헌병이 지키고 있는 통일의 염원

 

자유의 다리는 통일연못 위를 가로지르는 작은 나무다리로 1953년 전쟁포로 교환을 위해 가설된 곳이다. 당시 포로들이 차량으로 경의선 철교까지 와 걸어서 자유의 다리를 건넜다고 한다. 또한 다리 위편에 있는 임진각 철교는 장단면에 있는 자연마을의 이름을 따서 ‘독개다리’라고도 부른다. 남녀 헌병이 지키고 있는 자유다리의 끝에는 통일을 염원하는 사람들의 마음이 걸려있는 벽으로 막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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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뉴 밀레니엄을 맞아 인류평화와 민족통일을 염원해 만든 '평화의 종'.

더 위쪽으로 올라가면 2000년 뉴 밀레니엄을 맞아 인류평화와 민족통일을 염원해 만들었다는 ‘평화의 종’이 있다. 21세기를 상징하는 21톤의 무게와 21개의 계단이 웅장한 목조구조로 만들어져 있었다. 이 곳은 매년 한해를 마감하고 새로운 한 해를 맞이하는 제야의 종 타종식이 거행되는 곳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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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송운창 작가의 'Water-Repor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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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평화누리공원 방문객들이 가장 많이 사진을 찍는 바람의 언덕의 바람개비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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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못 위에 떠 있는 '카페안녕'에서는 차와 커피 등이 판매되고 있다.


주차장을 지나 올라가면 바람의 언덕과 음악의 언덕이 있다. 바람의 언덕 입구 연못 속에는 송운창 작가가 임진강과 한강이 서로 만나 흘러가듯 분단된 우리민족이 화합하기를 바라는 마음을 표현한 수도꼭지 모양의 ‘Water-Report’가 설치돼 있다. 또한 연못 위에 떠 있는 ‘카페안녕’에서는 차와 커피 등이 판매되고 있다. 특히 바람개비가 깔려있는 바람의 언덕은 평화누리공원 방문객들이 가장 많이 사진을 찍는 장소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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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평곤 작가의 '통일부르기'.

의문의 거대한 4점의 인물상들

 

음악의 언덕은 2만5000명을 수용할 수 있는 국내 최대의 야외 공연장이 있어 각종 기획 공연 및 대관공연 등이 열리는 곳이다. 특히 북녘 하늘를 바라보며 통일을 향한 꿈과 염원을 표현한 높이 3m에서 11m에 이르는 거대 인물상 4점은 최평곤 작가의 ‘통일부르기’라는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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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돌기둥과 원형광장인 통일기원돌무지.
 

마지막으로 들른 곳은 평화누리 진입로에 둥그렇게 늘어서 있는 돌기둥과 동그란 원형광장인 통일기원돌무지다. 특히 이 곳에 있는 캔들샵에 들러 1만원을 기부한 후 평화 메시지나 소망을 남기면 통일기원돌무지에 영구부착되며 기부금은 북한 어린이들을 위해 사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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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마트폰 어플 '카디오트레이너'를 이용해 실제 이동거리를 측정했다. 이동경로는 디지털미디어

시티역에서 임진각 평화누리공원까지의 거리.


통일기원돌무지를 끝으로 5번째 ‘무·무·무’도 별다른 사고 없이 무사히 끝났다. 특히 아무런 생각도 없이 떠난 이번 여행은 6.25를 경험해본 적도 없고 도시에서 태어나 도시에서만 자라온 나에게 우리나라가 세계유일의 분단국가임을 몸으로 느낄 수 있게 해준 여행이었다. 그럼 다음 ‘무·무·무’도 기대하시라.

 

pjw@h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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