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일보] 김경태 기자 = 매년 국정감사를 취재하며 드는 느낌은 ‘국정감사 참 편하게 한다’라는 생각이다. 보좌관들이 열심히 준비해온 자료를 읽는 국회의원들은 몇몇을 제외하면 대부분 깊이 공부한 것 같지 않다. 그래서 정부 관료들이 자신들의 전문성을 내세워 공격적으로 답변하면 내용은 듣지 않고 태도만을 문제 삼아 길길이 날뛰는 의원들도 있다.

어떤 의원은 답변을 들을 생각은 하지 않고 일방적인 주장이나 스스로 얼굴에 금칠하는 ‘잘난 척’으로 시간을 보내는 이도 있다. 정치적으로 거물일수록 국정감사에서 다른 소리 할 확률이 높다. 물론, 모두 그렇다는 이야기는 아니다.

정부 역시 못마땅하기는 마찬가지다. 불리한 자료는 갖은 핑계를 대며 제출을 거부하고 불성실한 답변으로 일관하거나 전임자에게 책임을 미루는 경우가 허다하다. 그리고 온종일 지루하게 앉아 있는 것이 고욕이겠지만 졸지는 말았으면 좋겠다.

국정감사가 시작되기 전에는 각 의원의 보좌관들이 엄청난 자료를 행정부와 공공기관에 요청하고 이를 공급하기 위해 정부 실무자들은 밤을 새우기 일쑤다. 이걸 돌려받으면 보좌관들은 국감에서 이야기할 ‘꺼리’를 찾느라 머리를 싸매고 행정부 실무자들도 역시 방어하기 위해 머리를 싸맨다. 그러나 막상 국감이 시작되면 국민의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국정감사장에서 행정부를 상대로 질의하는 10분은, 의정생활 전체에서 별것 아닐 수도 있지만 누군가에게는 목에서 피를 토하면서도 묻고 그에 대한 답변을 듣고 싶은 소중한 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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