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작정 떠나는 무모한 무탄소 여행 ‘여섯’

 

[환경일보] 박종원 기자 = 한 달에 한 번. 출근도 마다하고 친환경적인 이동수단을 이용해 무탄소 여행에 도전하는 박 기자의 당일치기 여행기. 여섯 번째 여행은 지난 8월 양평까지 달렸던 남한강 자전거길을 계속 따라 강천보까지 달렸습니다.

 

여섯번째 무무무
▲ 여섯 번째 ‘무·무·무’의 시작점인 양평역에서

 

‘무·무·무’를 떠나기로 한 날을 몇 일 앞두고 바람이 거세지고 갑자기 날씨가 추워지기 시작했지만 중앙선에 자전거와 몸을 싣고 지난 8월 ‘무·무·무’를 마무리했던 양평역으로 향했다. 양평역에 도착하자 서울보다 더 춥고 바람도 많이 불었다. 가만히 서 있으면 더 추워질 것 같아 양평역을 배경으로 사진 한 장 찍고 서둘러 출발했다.

 

탁 트인 남한강의
▲ 탁 트인 남한강의 풍경

 

가을을 맞이한 형형색색 단풍들

 

날씨도 춥고 평일이라 그런지 자전거도로는 매우 한산했다. 아무도 없는 도로와 탁 트인 남한강 풍경을 잠시 바라보고 있으니 답답한 가슴이 시원해지는 느낌이 들었다.

 

가을을 맞아
▲ 가을을 맞아 나무들이 형형색색 단풍이 들어있다.

 

또한 가을을 맞아 나무들은 형형색색 단풍이 들어 아름다고 바닥에 떨어진 낙엽을 바퀴가 밟을때마다 나는 바스락거리는 소리도 좋았다.

 

바스락거리는 소리를 들으며 20여분을 달리다 보니 이번 코스의 유일한 언덕코스인 후미개고개가 나타났다. 경사도가 12%에 달하는 이 고개는 라이더들에게 악명이 높은 고개로 미처 다 오르지 못 하고 자전거를 끌고 올라가는 사람이 많은 구간이었다. 난 있는 힘을 다해 페달을 밟아 자전거를 끌지 않고 정상까지 올라가는데 성공했다. 올라올 때 힘들었던 만큼 반대편으로 내려가는 길은 완전 짜릿했다. 특히 코스가 구불구불해 위험하긴 했지만 미리미리 브레이크를 사용해 감속해놓았기 때문에 안전하고 재밌게 내려올 수 있었다.

 

양평군을 벗어나
▲ 양평군을 벗어나 여주군에 진입했다.

 

언덕을 내려와 20분쯤 달리자 양평군을 벗어나 여주군임을 알리는 푯말이 보였다. 그리고 멀리 이포보가 보이기 시작했다. 먼저 이포보 인증센터에 들러 오늘의 첫 인증도장부터 찍었다.

 

UFO 같았던 이포보의 모습

 

직접 본 이포보
▲ 직접 본 이포보의 모습은 UFO나 새의 알같은 모습이었다.
 

이포보는 4대강 살리기 비전인 ‘생명이 깨어나는 강, 새로운 대한민국’을 모티브로 즐거운 한강, 생명을 품어 되살아나는 한강, 하늘의 뜻을 품고 비상하는 미래의 한강을 의미하는 여주의 군조인 백로를 형상화해 만들어졌다고 한다.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직접 본 이포보의 모습은 백로보다는 UFO나 새의 알같은 형태의 모습이었다. 특히 이포보 좌측에 설치된 3000kW의 소수력 발전소는 연간 1만7838MWh의 에너지 생산이 가능하며 수생태 보전을 위해 국내에서 경사가 가장 완만한 자연형 어도가 설치돼 있다.

 

이포보를 배경으로
▲ 이포보를 배경으로 한 컷.

 

이와 함께 주변에는 기존의 습지와 초지경관이 잘 어우러져 있는 전통정원과 자연초지원, 이벤트광장, 모형비행기공원 등의 놀이공간이 마련돼 있고 가족단위의 피크닉공원과 자연학습장, 스포츠파크, 자전거도로, 캠핑장 등의 시설도 이용 가능하다.

 

여주포 앞에 흐르는
▲ 여주포 앞에 흐르는 작은 개울이 보인다.

 

이포보를 벗어나 40분쯤 열심히 달리다보니 여주보의 모습이 보이기 시작했다. 여주보 앞에는 황금색 들녘과 작은 개울이 흐르고 있었다.

 

앙부일구와 자격루를 형상화한 여주보

 

여주보는 세종대왕의
▲ 여주보는 세종대왕의 발명품들을 형상화 한 것이 특징이다.

 

여주보는 세종대왕의 발명품인 해시계 앙부일구, 물시계 자격루 등을 형상화한 것이 특징이다. 또한 물억새 군락지와 야생초 화원, 갈대언덕 등 자연 그대로의 멋을 살리기 위해 노력했다고 한다. 여주보도 이포보와 마찬가지로 소수력 발전소가 설치돼 연간 2만9739MWh의 친환경에너지의 생산이 가능하며 친환경 어도가 설치돼 있다.

 

여주보 인증도장을
▲ 여주보 인증도장을 찍고.

 

여주보를 건너 마침내 두 번째 인증센터에 도착했다. 도장을 찍고 근처에 쉬고 있는 대학생에게 사진을 찍어달라고 부탁하다가 잠깐 얘기를 나누게 됐다. 대학교 휴학 중에 자전거로 국토종주를 하고 있는 25살의 남학생은 하루 전에 인천에서 출발해 오늘은 탄금대까지 갈 예정이라고 했다. 갈 만 하냐고 물었더니 그 학생은 “생각보다 힘들어서 하루나 이틀 정도 일정이 더 길어질 수 있을 것 같지만 꼭 완주하겠다”라고 굳은 의지를 보였다. 나도 내가 진행하고 있는 ‘무·무·무’에 대해 간단히 소개하고 이런저런 얘기를 하다가 서로 무사히 도착했으면 좋겠다고 인사한 후 각자 목적지로 향했다.

 

강천보 인증센터에서
▲ 강천보 인증센터에서.

 

그렇게 대학생과 헤어지고 나서 여주보를 벗어나 30분즘 달려서 마침내 오늘의 목적지인 강천보에 도착했다.

 

황포돛배를 형상화한 강천보

 

전망대에서 바라본
▲ 전망대에서 바라본 강천보의 모습.

 

강천보 위에서
▲ 강천보 위에서.

 

강천보는 천혜의 자연환경과 역사, 문화를 가진 지역의 상징 여주8경과 여주군의 군조인 백로가 비상하는 모습, 지역고유이미지와 문화적 상징성인 황포돛배의 지역적 특성을 고려해 웅장함과 고전 및 현대적 이미지, 남한강물에 비춰지는 또다른 세상이라는 컨셉을 가지고 디자인했다고 한다. 또한 황토돛배 나루터, 수생야생화단지, 자연형 어도, 물고기생태원 등의 휴식처를 조성했으며 여주보와 이포보처럼 저탄소녹색성장을 위한 신재생에너지 생산이 가능하다.

 

한편 근처에는 강변체육공원과 자전거동호인 및 가족들을 위한 캠핑장이 마련돼 있으며 남한강 살리기 전시관에는 남한강의 생태계, 이포보·여주보·강천보의 치수기능 등을 3D 상영, 키오스크 전시 등을 통해 자세하게 들을 수 있다.

 

우거지가 들어있는 3대 원조 순대국

 

강천보에서 다시 양평역으로 돌아오는 길에는 양평 개군면에 있는 3대 원조집으로 유명한 순대국집을 찾았다. 가게에 들어서자마자 온통 벽면이 유명인들의 싸인으로 도배돼 있었고 한 방송국에서는 촬영을 나와 분주한 모습이었다. 들어가자마자 이 집의 대표메뉴인 순대국을 시켰다.

 

이 곳 순대국에는
▲ 이 곳 순대국에는 다른 곳과 달리 우거지가 들어있어 매우 특이했다.

 

기본 찬과 함께 팔팔 끓는 뚝배기에 푸짐하게 순대국이 나왔다. 새우젓으로 간을 하고 다진 양념과 후추까지 넣어 한 입 떠먹은 칼칼한 순대국은 오늘같은 쌀쌀한 날씨에 제격인 음식이었다. 특히 이 집 순대국에는 우거지가 들어있어 매우 특이했는데 밥 한공기를 말아 부추김치를 얹어 먹는 맛이 일품이었다. 그렇게 순대국을 비우며 여섯 번째 ‘무·무·무’도 무사히 끝이 났다.

 

스마트폰 어플

▲ 스마트폰 어플 ‘카디오트레이너’를 이용해 실제 이동거리를 측정했다. 왼편은 양평역에서 강천보

까지의 이동경로, 오른편은 강천보에서 양평역까지의 이동경로


일부 공사중인 구간이 있었지만 다행히 큰 사고가 없이 여섯 번째 ‘무·무·무’를 마칠 수 있었다. 조금은 쌀쌀한 날씨였지만 푸른 가을하늘과 단풍을 볼 수 있어 좋았고 뜨끈한 순대국밥도 기억에 남는 여행이었던 것 같다. 특히 두 번째 여행이후 최대의 오르막이었던 후미개고개도 기억에 남는다. 그럼 다음 ‘무·무·무’도 기대하시라~

 

pjw@h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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