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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P18’과 농업, 그리고 채식

고용석
농업부문의 온실가스 감축효과, 예상보다 훨씬 커

더반회의서 ‘부문별 행동’ 채택, 새로운 논의 기대

 

제18차 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18)가 오는 11월26일부터 카타르에서 열린다. 혹자는 지구온난화를 완전범죄에 비유한다. 시체와 범인, 범행동기가 확실하고 우리 모두가 증인이지만 어느 누구에게도 책임을 물을 수 없다는 것이다. 이는 협상이 그만큼 쉽지 않다는 것을 보여준다. 이로 인한 탓인지 기후변화의 파국적 재앙에 대한 위기감도 다소 지루해진 점이 없지 않다.

 

하나 이는 인간의 나약함과 타성일 뿐 오히려 많은 보고서들이 기후변화로 인한 재앙을 긴박하게 예고하고 있다. 결국 세계의 정치체계가 공동의 비전을 놓고 문제를 풀어나가는 게 관건인데 문제는 집단적 합의를 이끌 비전이 없다는 데 그 심각성이 있다. 과연 ‘공유지의 비극’은 비극일 수밖에 없는 것인가?

 

문제를 일으킨 사고방식으로 그 문제를 해결한다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말이 있다. 사실 기후변화와 식량안보, 자원고갈, 생물다양성과 녹색성장 같은 문제들은 서로 긴밀하게 연결돼 있다. 그럼에도 우리는 이 문제들을 독립적으로 바라보는 데 익숙하다.

 

현재의 제도들과 문제를 다루는 ‘틀’ 역시 네트워크로 접근하기보다는 분리되고 전문화됐다. 기존의 기후변화 정책이 문제 해결에 충분하지 않는 데는 분명 이러한 점들이 작용한다. 설사 차별화되고 통합적 기후변화 해결안이 나온다 하더라도 현재의 틀 속에서 우선순위가 뒷전으로 밀리기 십상이다.

 

농업이 그 대표적 예라 할 수 있다. 농업은 자연을 기반으로, 먹거리를 기반으로 한다. 먹거리는 그 특성상 많은 요소와 관련돼 있고 관련 부분들을 연결시킨다. 국제 기후변화 정책의 주류에 농업의 감축역량과 다중적 특성을 적극 활용할 수는 없을까? 자연의 회복력도 살릴 뿐 아니라 식량안보와 자원보호 양극화 같은 문제들에도 엄청난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다. 그리고 비용이 적게 들고 즉시 실행할 수 있다는 것도 큰 장점이다.

 

여태까지 농업은 주로 기후변화의 적응 측면에서 논의됐고 기후자금 메커니즘에서도 제외돼 있다. 작년 더반 COP17에서야 비로소 온실가스 감축과 적응, 양 측면에서 농업의 다중효과가 다뤄지기 시작했다. 더반 COP17에서 아프리카 장관들과 대통령들, 코피아난 전 UN 사무총장 및 저명한 과학자들과 FAO 등 UN기구들은 공식적으로 UNFCCC 내에 농업관련 실무프로그램을 두자고 제안한다.

 

아쉽게도 ‘더반 결과물(Durban Outcome)’에 포함되지 않았지만 UNFCCC의 한 축인 과학기술자문부속기구(SBSTA) ‘부문별 행동’으로 채택돼 차후 협상에 고려키로 결정됐다. 기후변화 해결을 꾀하면서 동시에 식량안보 지속가능한 발전 등을 통합하는 농업의 다중적 효과가 구체적으로 어떤 모습으로 드러나서 어떤 성과를 가져올 지, 이번 카타르 COP18이 주목받는 이유 중 하나이다.

 

실제로 먹거리의 특성을 고려하면 농업의 온실가스 감축효과가 예상보다 훨씬 클 수 있다. 토양은 대기보다 3배나 많은 탄소를 머금고 있다. 어떤 기후변화 완화전략이든 토지이용 문제를 반드시 포함해야 한다. 온실가스를 감축하기 위해서 이미 수십억 년 간 매우 잘 입증된 효율적인 방법 중 하나가 유기농법이다.

 

유기농법을 활용한 농지는 관행농법보다 대기 중 탄소 저장률이 높고 경작과정에서도 탄소배출이 적다. 미국의 농토 전부가 유기농으로 전환된다면 미국에서 사용되는 자동차의 절반 이상을 없애는 것과 맞먹는 효과가 있다고 한다. 뿐만 아니라 경작 과정에서도 유기농법은 에너지 소모가 많은 질소질 비료와 같은 것을 사용하지 않기 때문에 온실가스 배출량이 관행농법의 1/2~1/3에 불과한 것으로 알려졌다(로데일 연구소).

 

특히 토지전용의 최대 원인이자 파괴적인 온실가스 배출원인 축산업도 더 이상 피하지 말고 과감하게 논의돼야 한다. 축산업은 일종의 글로벌 상품이다. 개별 국가나 지역에서는 미미해 보이지만 글로벌 차원에서는 가장 영향력이 큰 감축원이다. 이러한 특성을 감안하는 대책도 강구돼야 한다.

 

또한 지속가능한 농업이 REDD+(산림 전용 및 산림 황폐화 방지를 통한 온실가스 방출량 감축)에 포함돼야 한다. 가축방목과 사료를 위해 열대우림을 불태우는 것은 그 과정에서의 온실가스 방출뿐만 아니라 숲과 토지의 탄소 포집마저 힘들어지는 이중의 타격을 가져오기 때문이다.

 

아울러 선진국들은 막대한 보조금을 축산업과 화학농업에 지원하고 있다. 이러한 보조금 관행을 개선하기만 해도 온실가스 감축에 어마어마한 긍정적 영향을 줄 수 있다. 현재의 식량생산방식과 축산업의 확장은 식습관과 선택에 따른 것이지 결코 ‘자연적’인 것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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