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작정 떠나는 무모한 무탄소 여행 ‘일곱’

 

[환경일보] 박종원 기자 = 한 달에 한 번. 출근도 마다하고 친환경적인 이동수단을 이용해 무탄소 여행에 도전하는 박 기자의 당일치기 여행기가 날씨가 추워진 관계로 당분간 자전거를 타기 어려워졌습니다. 따라서 이번 일곱 번째 여행. 온라인 블로거들로 구성된 체험단과 함께 경남 산청에 위치한 갈전마을에 다녀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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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쩍 추워진 날씨에 당분간 자전거를 이용한 ‘무·무·무’의 진행이 어려울 것 같아 고민하던 중 눈에 띈 것이 있었다. 그것은 바로 농림수산식품부가 후원하는 ‘싱그린, 생그린 체험단’이었다. 이미 1~4차 체험단이 식물공장과 신재생에너지 시설, 가축분뇨 자원화 시설 등을 견학한 바 있는 이번 프로그램은 농림수산식품 분야에서 저탄소 녹색성장을 실천하고 탄소 발생을 줄이고자 노력하는 우수마을과 농가, 단체 등을 국민에게 홍보해 농어촌과 식품의 가치 및 우수성을 홍보하기 위해 기획됐다.

 

설레는 마음으로 출발~

 

아침 8시. 설레이는 마음으로 버스에 올라타자 이미 많은 사람들이 자리를 메우고 있었다. 간신히 자리를 하나 찾아 가방을 내려놓고 옆 사람과 어색하게 인사를 나누는 사이 버스가 출발했다.

 

서울에서 경남 산청까지는 버스로 약 4시간 거리. 결코 짧지 않은 시간이지만 마침 동갑인 분과 앉게돼 어색하지 않게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게 됐다. 얘기를 나누다보니 버스에 타고 있는 사람들은 단순한 블로거들이 아닌 온라인에서 꽤나 이름을 날린다는 파워블로거들이라는 것을 알게 됐다. 그제서야 다시 참가자들을 살펴보니 너 나 할 것 없이 손에 카메라를 들고 있었고 오늘의 일정표를 보는 모습이 예사롭지 않아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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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약초가 유명한 산청의 약초 영양 돌솥밥.

다양한 반응의 약초 영양 돌솥밥

 

버스는 열심히 달려 정오쯤 산청에 도착했다. 갈전마을에 들어가기 전 미리 예약해 둔 근처 식당에서 산청 약초 영양 돌솥밥을 먹게 됐다. 산청은 원래 약초가 유명한 곳으로 자리에 앉자마자 각종 나물과, 약초, 버섯, 생선구이 등의 반찬이 상 위에 깔리기 시작했다. 반찬이 깔리고 돌솥밥이 하나둘씩 나오자 모두 밥 먹기에 열중하기 시작했고 다들 배가 고팠는지 한동한 고요한 식사가 계속됐다.

 

같은 밥을 먹고도 식사에 대한 평가는 각양각색이었다. 반찬으로 쉽게 맛볼 수 없는 약초들이다 보니 어떤 사람은 신기해하고 어떤 사람은 씁쓸한 맛이 별로라는 표정을 짓기도 했다. 물론 나는 맛있게 먹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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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갈전마을 입구에서는 마지막 감 수확이 한창이었다.

그렇게 점심을 먹고 서둘러 갈전마을로 향했다 버스를 타고 10분 정도 달려 도착한 갈전마을은 다른 마을들과 다를 것 없이 평범해 보이는 마을이었다. 일반적인 마을과 다를바 없는 너무나 평범한 모습에 과연 저탄소 녹색성장을 위해 어떤 실천을 하고 있는지 듣기 위해 서둘러 강의동으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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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대안기술센터 이동근 소장님의 설명을 듣는 참가자들.


강의동에서는 갈전마을을 둘러보기 전 민들레 공동체 중심의 저탄소 녹색마을인 갈전마을에 대한 소개와 에너지 자원 및 기후변화에 대한 설명을 대안기술센터 이동근 소장님이 직접 해주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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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색농촌체험이 가능한 갈전마을

 

갈전마을은 산청읍에서 진주방향으로 15㎞ 떨어진 곳에 위치하는 마을로 75세대 206명의 인구가 거주하는 마을이다. 2009년에 녹색농촌체험마을로 지정된 갈전마을에는 재생에너지 연구 및 보급을 하는 (사)대안기술센터와 귀농 및 마을 활성화에 중심이 되는 민들레 공동체, 대안 중·고등학교인 민들레 학교와 간디 학교 등이 있다. 특히 해마다 봄에 열리는 산골농장의 장미 축제는 매년 약 10만명의 관광객을 끌어들여 마을홍보 및 소득 증대에 기여하고 있으며 생활 속에서 실현 가능한 재생에너지 시설들을 전시, 교육, 연구·보급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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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황토와 왕겨를 사용한 축열벽.


강의동을 나서기 전 소장님은 강의동에 적용된 패시브하우스의 기술들에 대해 소개했다. 공기 순환 기술, 황토와 왕겨를 이용한 축열벽 등이 적용된 강의동 건물은 태양열을 이용해 난방을 하며 기존 주택에 비해 냉난방 에너지가 90% 이상 절약된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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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쉐플러 태양열 시스템의 설명을 듣고 있는 파워블로거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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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반사판에 종이박스를 대자 5초도 되지 않아 불이 붙었다.


녹색농촌체험마을인 갈전마을은 현재 공공 건물인 녹색쉼터에 9kw, 민들레 학교에는 3kw, 민들레 공동체에는 650w, 대안기술센터에는 2kw의 태양전지가 설치돼 친환경적으로 에너지를 생산하고 있다. 밖으로 나와 강의동 밖으로 나와 본격적인 갈전마을 체험이 시작됐다. 가장 먼저 볼 수 있었던 것은 강의동 앞에 있는 3가지 신재생에너지 장치들이었다. 가장 먼저 소개받은 것은 쉐플러 태양열 시스템으로 단축의 추적방식과 시계를 활용한 추적시스템을 이용해 시간변화와 관계없이 빛을 한 지점으로 모아 높은 온도를 만들 수 있는 시설이었다. 소장님이 햇빛이 모이는 것을 직접 보여주시겠다며 근처에 있던 종이박스를 반사판에 가져가자 5초도 되지 않아 연기가 나고 불이 붙었다. 너무나 순식간에 붙어버린 불을 보고 참가자들은 신기하다는 반응이었다. 소장님은 이러한 열을 이용해 조리도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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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구적으로 사용이 가능한 박스형 태양열 조리기.

넣어 놓기만 하면 자동으로 조리

 

다음으로 소개한 것은 박스형 태양열 조리기였다. 이 조리기는 나무를 이용해 몸체를 만들고 추적시스템을 부착해 태양을 추적하도록 되어있는데 나무로 제작해 영구적으로 사용할 수 있다고 한다. 특히 쌀이나 계란 등을 넣어놓기만 하면 2시간만에 자동으로 조리가 된다고 한다. 소장님은 밥이 타지 않고 보온까지 가능하며 계란은 신기하게도 노른자부터 익어나간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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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날개와 꼬리가 접히는 풍력발전기.

마지막으로 소개한 것은 바람이 부는 겨울철에 주로 사용하는 풍력발전기였다. 이 시설은 나무로 날개를 만들고 폐차되는 자동차의 베어링을 사용해 제작됐는데 특히 태풍으로 인해 바람이 많이 불어도 파손돼지 않도록 날개와 꼬리가 접히는 것이 특징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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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전거 페달을 돌려 전기를 만들고 있는 참가자들.

세가지 장치들을 둘러본 후에는 자전거 페달을 돌려 직접 전기를 만들어보는 체험을 했다. 참가자들이 자전거에 올라 힘차게 페달을 돌리자 선풍기가 잠시 돌아갔지만 이내 동작을 멈췄다. 소장님은 실제로 자전거를 통해 생산되는 에너지는 얼마 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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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패시브하우스에 적용된 단열재의 두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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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차가운 계곡물을 끌어다 냉방이 가능한 라디에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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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햇빛을 잘 받을 수 있도록 큰 창들이 나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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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공기순환을 돕기 위해 아래쪽에 작은 창이 따로 나있다.


자전거 체험을 마치고 바로 옆에 있는 사무실을 구경하러 갔다. 패시브하우스 기술이 적용된 사무실안에는 열이 새지 않도록 두꺼운 단열재를 사용하고 햇빛을 잘 받을 수 있도록 큰 창들이 있었으며 차가운 계곡물을 끌어다 냉방이 가능한 라디에이터들도 곳곳에 설치돼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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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들레 베이커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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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갈전마을에 사는 고양이의 여유로운 모습.

우리밀과 약초 사용하는 민들레 베이커리

 

사무실을 나와 우리밀과 약초를 넣어 기능성 건강빵을 만드는 민들레 베이커리로 향했다. 민들레 베이커리는 급성 소화장애와, 위장장애, 아토피 유발 등의 면역력을 약화시키는 글루텐을 사용하지 않는다고 한다. 베이커리에 들어가려는데 도도하기로 소문난 고양이의 편한 모습이 포착됐다. 심드렁하게 셔터를 즐기는 듯한 고양이를 보니 이 마을은 정말 평화로운 마을인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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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민들레 베이커리는 아기자기한 인테리어들로 꾸며져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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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능성 건강빵임에도 불구하고 맛은 일반 빵에 뒤지지 않았다.


아기자기한 인테리어로 꾸며진 베이커리 안에는 고소한 메밀차와 초코케익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다. 특히 초코케익은 너무 달거나 뻑뻑하지 않고 맛이 매우 좋았다. 기능성 건강빵이라고 해서 맛에 대해 반신반의 했던 참가자들이 빵의 구매에 대해 물었으나 안타깝게도 인터넷으로 주문받은 빵만 만들어 판다는 소리에 아쉬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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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들레공동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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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스형 태양열 조리기 안에서 삶아지고 있는 계란의 모습.

신기하게 삶아진 태양열 계란

 

베이커리를 나서 마지막으로 들른 곳은 민들레 공방 대안기술센터였다. 이 곳에서는 각종 태양열 장치가 설치된 집을 볼 수 있었고 집 앞 박스형 태양열 조리기 안에는 소장님이 미리 넣어두신 계란이 익어있었다. 태양열로 삶아진 계란은 손에 화상을 입을 정도로 뜨거운 온기를 가지고 있었으며 소장님이 말씀하신 것처럼 신기하게도 노른자부터 익은 모습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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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태양열로 삶아진 계란의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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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싱그린 생그린 체험단들과 함께.

날씨가 추워져 자전거를 타지는 못했지만 매달 혼자 자전거를 타고 떠나던 여행과는 달리 여러 사람들과 함께 해 즐거웠다. 특히 전시회장에서만 봤었던 패시브하우스 기술들이 실제로 적용된 건물들을 직접 둘러보고 체험할 수 있어 좋았고 평소에 만나기 힘든 파워블로거들을 만날 수 있었던 것도 좋았다. 또한 태양열로 삶아진 계란을 맛도 잊을 수 없을 것 같다. 그럼 다음 ‘무·무·무’도 기대하시라~

 

pjw@h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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