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물은 더 이상 공동의 자산 아닌 한 국가의 자원"

유전자원 관련 전통지식의 범위에 대한 의견 분분

 

정선화과장님
[환경일보] 박종원 기자 = 인류의 문화와 복지, 더 나아가 인류의 생존을 위협하는 생물다양성은 최근 전 세계에서 주목하고 있는 환경 이슈 중 하나다. 특히 생물다양성이 파괴되면 단순히 어느 한 생물종이 사라지는 것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머지않아 사람에게도 영향이 올 수 있다. <편집자주>

 

생물다양성이란 크게 서식지와 그 안의 생물종의 다양성을 말하는 생태계 다양성, 일정 공간내의 생물종의 다양한 정도를 나타내는 종 다양성, 개체간의 유전자의 변이와 다양성을 나타내는 유전적 다양성으로 분류된다.

 

생물다양성의 중요성

 

그렇다면 생물다양성은 왜 중요할까. 바로 인간에게 필요한 식량과 원재료를 공급하는 기능은 물론 미적 감상과 관광 등의 서비스 기능, 물순환과 기후조절 등을 통해 우리가 살고 있는 지구의 환경을 일정하게 유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환경부 정선화 과장은 “생물다양성의 다양한 기능 중 가장 중요한 것은 인간의 생명을 유지하게 해주는 공급 기능”이라며 “최근에는 공급기능을 상업적인 목적으로 사용하는 경우도 많다”라고 설명했다. 또한 “서비스 기능은 우리나라 지자체에서 주로 사용하고 있는 기능”이라며 “순천만은 연간 관광객이 300만명에 연간 1000억원의 수입을 올리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지구의 현실은 그다지 밝지 않다. 생태계와 종, 유전적 다양성 모두 감소하고 있기 때문이다. 정 과장은 “매년 브라질에서 사라지는 산림·열대 우림이 여의도 면적의 3000배에 달한다”라며 “이로 인해 아마존 열대우림에서는 매일 100종씩 멸종된다”라고 설명했다. 또한 “이런 추세로 상황이 지속되면 현재 3000만종에 이르는 생물종들이 2100년에는 300만종으로 줄어들 것”이라고 경고했다. 특히 매일 알을 낳는 닭들을 예로 들며 “원래 닭들은 매일매일 알을 낳지 않았는데 매일 계란이 먹고 싶은 사람들이 품종을 개량했다”라며 “정확히 말하면 우리가 알고 있는 닭들은 모두 복제닭”이라고 설명했고 눈으로 보이지 않아 간과하기 쉬운 유전적 다양성 감소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아울러 그는 “AI가 걸려 닭들이 멸종하면 인간은 더 이상 계란을 먹을 수 없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alba04201011052213250
▲ 생물다양성이 파괴되면 단순히 어느 한 생물

종이 사라지는 것으로 끝나는것이 아니라 머지

않아 사람에게도 영향이 올 수 있다.


이러한 일들이 일어나지 않도록 최근 전세계에서는 생물다양성 관련 국제협약들에 대한 논의가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특히 지구 온난화, 오존층 파괴, 난개발과 남획 등으로 생물다양성 감소와 생태계 파괴는 가속화되고 있는 가운데 개도국의 자국 생물자원의 경제적 가치 인식이 증대되고 있다. 그는 “과거에는 다양한 생물들을 그냥 가져다가 사용했지만 최근에는 국가자원으로 인정해주는 것이 트렌드”라며 “이제 더 이상 생물은 공동의 자산이 아니라 한 국가의 자원이라는 논쟁이 치열하다”라고 설명했다.

 

구속력 있는 이익공유 절차 마련

 

한편 1992년 6월 유엔환경개발회의에서 채택 된 생물다양성 협약을 살펴보면 생물다양성 보전과 구성요소의 지속가능한 이용, 생물유전자원 이용으로 발생하는 이익의 공평한 공유의 3대 목표를 담고 있다. 또한 17년간 논의를 거쳐 지난 2010년 10월 제10차 생물다양성 협약 당사국총회에서는 나고야 의정서가 채택되기도 했다. 정 과장은 “제공국은 이용국에게 유전자원 이용 이익의 공평분배를, 이용국은 제공국에게 투명한 이용절차를 요구할 수 있다”라며 “구속력 있는 이익공유 절차”라고 말했다. 또한 그는 “지금까지는 타국의 생물유전자원을 이용할 때 승인을 받을 국제법적 의무가 없었다”라며 “앞으로는 해당 생물유전자원 제공국이 정한 절차에 따라 사전통보승인을 받아야 한다”라고 설명했다. 특히 “적용범위도 생물유전자원은 물론 유전자원과 관련된 전통지식까지 포함된다”라며 “다만 아직 전통지식의 범위를 어디까지 볼 것인지에 대한 의견은 분분하다”라고 말했다.

 

“아직 우리가 모르는 생물 많다”

 

그렇다면 우리나라의 생물다양성은 어떤 상황일까. 전세계 3천만종의 생물 종수 중 우리나라 자생생물은 10만 여 종 정도이다. 하지만 국립생물자원관이 2012년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밝혀진 종수는 3만8000종에 불과해 아직도 우리가 모르는 생물들이 주변에 많다. 또한 해외생물자원의존도도 높아 많은 로열티를 해외에 지불하고 있다. 정 과장은 “연간 1조5000억원을 해외에 로열티로 지불하고 있다”라며 “한라산, 지리산의 특산식물인 구상나무의 경우 1904년 독일로 반출돼 크리스마스 트리로 역수입되고 있다”라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그는 2011년 11월 나고야의정서 범정부대책의 비전과 목표, 3대 추진과제를 밝히며 생물자원의 보전과 지속가능한 이용 증진을 위해 어떻게 해야할 것인지에 대해 제시했다. 그는 “2020년까지 인류복지에 기여하는 생물산업 강국에 진입하겠다”라는 비전을 밝히며 “2020년까지 한반도 생물자원 목록을 6만종까지 확대하고 선진국의 90% 이상까지 바이오산업 기술경쟁력을 향상시키겠다”라고 말했다. 또한 “생물주권 확립 및 효율적 관리와 생물자원 관련 산업을 육성·지원하고 나고야 의정서 의무이행 법령도 정비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pjw@hkbs.co.kr

저작권자 © 환경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