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눈은 치워야 한다. 온 세상이 하얗게 보이면 낭만이 있을지는 몰라도 직장인들은 출근길 걱정에 발을 동동 굴러야 한다. 그래서 정부에서는 ‘내 집 앞 눈은 내가 치웁시다’라는 캠페인을 벌인다. 문제는 정말 ‘내 집 앞’만 치운다는 것이다.
지자체에서는 폭설이 내릴 것에 대비해 염화나트륨과 삽 등을 제설함에 비치해놓는데, 눈이 오면 시민들은 이걸 가져다가 자기 집 앞에만 뿌린다. 결국 ‘내 집 앞’이 아닌 다른 곳, 공동으로 이용해야 하는 도로와 시설에 뿌릴 염화나트륨이 없어서 눈이 잔뜩 쌓이는 경우가 많다.
심지어 눈이 올 것을 대비해서 염화나트륨과 제설도구를 집에 쌓아두는 경우마저 있다고 한다. 여기에 지자체마저 게으르면 4계절 내내 제설함은 비어 있다. 또한, 어떤 이들은 눈을 쓸어다가, 혹은 밀어나다가 옆집 앞에 쌓아둬 다툼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말 그대로 내 집 앞에만 눈이 쌓이지 않으면 상관없다는 태도다.
그렇다고 눈 치우기 요령을 민방위나 예비군훈련 하듯이 동네 주민들 모아놓고 일렬종대로 줄 세워서 훈련할 수는 없다. 민주주의 질서는 ‘통제’가 아닌 자발적 의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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