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일보] 김경태 기자 = 겨울이 왔다. 당연히 눈도 내릴 것이다. 이제 갓 군대에서 나온 남자라면 겨우내 지긋지긋하게 했던 제설작업 덕분에 한동안 ‘눈’이라면 꼴도 보기 싫을 것이다. 공무원들은 폭설이 내린다는 소식이 들리면 비상대기해야 하기 때문에 평생 눈이 싫을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눈은 치워야 한다. 온 세상이 하얗게 보이면 낭만이 있을지는 몰라도 직장인들은 출근길 걱정에 발을 동동 굴러야 한다. 그래서 정부에서는 ‘내 집 앞 눈은 내가 치웁시다’라는 캠페인을 벌인다. 문제는 정말 ‘내 집 앞’만 치운다는 것이다.

지자체에서는 폭설이 내릴 것에 대비해 염화나트륨과 삽 등을 제설함에 비치해놓는데, 눈이 오면 시민들은 이걸 가져다가 자기 집 앞에만 뿌린다. 결국 ‘내 집 앞’이 아닌 다른 곳, 공동으로 이용해야 하는 도로와 시설에 뿌릴 염화나트륨이 없어서 눈이 잔뜩 쌓이는 경우가 많다.

심지어 눈이 올 것을 대비해서 염화나트륨과 제설도구를 집에 쌓아두는 경우마저 있다고 한다. 여기에 지자체마저 게으르면 4계절 내내 제설함은 비어 있다. 또한, 어떤 이들은 눈을 쓸어다가, 혹은 밀어나다가 옆집 앞에 쌓아둬 다툼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말 그대로 내 집 앞에만 눈이 쌓이지 않으면 상관없다는 태도다.

그렇다고 눈 치우기 요령을 민방위나 예비군훈련 하듯이 동네 주민들 모아놓고 일렬종대로 줄 세워서 훈련할 수는 없다. 민주주의 질서는 ‘통제’가 아닌 자발적 의지다.

mindaddy@hkbs.co.kr
저작권자 © 환경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