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작정 떠나는 무모한 무탄소 여행 ‘여덟’

 

[환경일보] 박종원 기자 = 한 달에 한 번. 출근도 마다하고 떠나는 박 기자의 당일치기 여행기. 여덟 번째 여행은 DMZ 60주년을 앞두고 DMZ의 최동북단인 강원도 고성군과 속초시를 연계해 떠나는 무박2일 테마여행에 다녀왔습니다.

 

1

“여행전 걱정부터 앞서”

 

여행을 떠나기 이틀전부터 내린 폭설로 과연 여행을 떠날 수 있을지 걱정이 앞섰다. 다행히 강원지역에는 눈이 많이 내리지 않아 일정에 변동이 없다는 소식을 듣고 부랴부랴 떠날 준비를 하기 시작했다. 이번 여행은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관광공사가 선정한 DMZ 10경10미 중 고성군에 해당하는 코스를 서울에서 금요일 밤에 출발해 속초로 이동 후 찜질방에서 잠시 쉬다가 동명항에서 해돋이를 본 후 설악산과 속초관광수산시장, 통일전망대 등을 둘러보고 서울로 다시 돌아오는 20시간에 걸친 무박2일 테마여행이다.

 

금요일 밤 11시. 추운 날씨에 옷을 잔뜩 껴입고 각종 촬영장비를 준비한 사람들이 하나둘씩 버스에 올라타기 시작했다. 빡빡한 여행일정과 고성군에 대한 홍보물을 살펴보는 사이 버스가 출발했다.

 

서울에서 강원도 속초까지는 버스로 약 3시간 거리. 늦은 밤 곧 잠이 들어버릴 참가자들을 위해 버스가 출발하자마자 자기소개가 시작됐다. 그렇게 이틀동안 함께 할 20여명의 참가자들의 자기소개가 모두 끝나고 참가자들 대부분은 잠을 청하기 시작했다.

 

새벽 2시. 정신없이 자다보니 어느새 속초에 위치한 한 찜질방에 도착해 있었다. 찜질방은 이번 여행에서 가장 편하게 쉴 수 있는 코스다. 일출을 보기 위해 6시20분까지 모이라는 공지를 듣고 사람들은 서둘러 찜질방으로 들어갔다. 껴입고 있던 옷들을 벗고 따뜻한 탕에 들어가 있으니 금세 몸이 노곤해져서 좀 더 있고 싶었지만 내일 일정을 위해 서둘러 씻고 나와 잠을 청했다.

 

2


3
▲ 속초등대 전망대.


새벽 6시20분. 졸린 눈을 비비며 일어난 사람들이 모이기 시작했다. 너무나도 피곤했지만 핸드폰 알람을 맞추고 꼭 붙잡고 잔 덕분에 다행히 늦지 않게 일어날 수 있었다. 서둘러 씻고 다시 옷을 껴입은 후 서둘러 버스에 탑승했다. 10여분을 달려 도착한 속초등대 전망대에는 이른 아침인데도 불구하고 등대의 관리 운영을 맡고 있는 동해지방해양항만청의 박용철 선생님이 기다리고 계셨다. 참가자들은 1층에 있는 등대 홍보관을 간단히 둘러본 후 박용철 선생님이 직접 해주시는 등대의 기능과 속초등대 전망대에 대한 소개를 듣고 일출을 보기 위해 3층 실외 전망대로 이동했다.

 

4
▲ 해가 떠오르기 직전의 모습.

 

5

▲ 구름 사이로 해가 떠오르고 있다.
 

처음으로 보게 된 일출의 느낌

 

3층 실외 전망대로 올라가자 매서운 바닷바람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다. 서둘러 일출 사진을 찍기 위한 카메라 셋팅을 마치고 해가 뜨기만을 기다렸다. 해가 뜨기로 한 예상한 시간을 훌쩍 넘겨 주변이 서서히 훤해지기 시작하고 해가 뜨지 않아 사람들이 수군거리기 시작할 때쯤 구름사이로 붉은 해의 모습이 보이기 시작했다. 만반의 준비를 갖추고 기다리던 참가자들의 손이 바빠지고 한동안 카메라 셔터소리만 바쁘게 들렸다. 나 또한 TV에서만 보던 일출 장면면을 직접 보게되어 셔터를 연신 눌러댔다. 붉은 해를 뚫어지게 쳐다보고 있으면 마치 움직이지 않는 것 같은데 어느새 구름위로 활짝 떠오르는 것이 신기했다.

 

6
▲ 일출을 보느라 차가워진 몸을 따뜻하게 덥혀준 순두부.

어느정도 해가 떠오르자 사진촬영이 끝나고 아침식사를 할 장소로 이동했다. 아침 메뉴는 따뜻한 순두부. 일출을 찍는다고 영하의 날씨에 30분 이상 떨다가 먹는 순두부는 특히 더 따뜻했다. 특히 밑반찬으로 함께 나온 황태 무침의 인기가 매우 좋았다.

 

7
▲ 설악산 국립공원 입구에서 바라본 설악산.


8
▲ 설악산 국립공원 입구를 지키고 있는 반달곰 동상.


순두부로 뜨뜻해진 몸을 이끌고 설악산으로 이동했다. 설악산 탐방지원센터를 지나 반달곰 동상 앞에서 단체로 기념사진 촬영 후 신흥사까지 자유롭게 관람할 수 있는 시간이 주어졌다.

 

9


10
▲ 하늘을 향해 쭉 뻗어있는 금강송.

 

11
▲ 유네스코 생물권 보존지역임을 알리는 기념비.

12
▲ 신흥사 일주문.

13
▲ 통일대불.

유네스코가 선정한 보전지역

 

입구에서 신흥사까지는 약 500m. 신흥사를 향해 걸으며 쭉 뻗은 금강송과 생물권보전지역임을 알리는 유네스코 기념비, 신흥사 일주문, 통일대불 등을 만날 수 있었다.

 

14
▲ 신흥사 사천왕문과 극락보전 사이에 위치한 보제루.

15
▲ 강원도 유형문화재 제14호인 신흥사 극락보전.

신흥사는 신라 진덕여왕때 ‘향성사’라는 이름으로 처음 세워졌다가 화재를 당해 ‘선정사’라는 이름으로 다시 지어졌으며 이후 1000년간 번창하다가 조선시대에 다시 화재로 소실돼 다시 지어진 절로써 전국의 수많은 고사찰에 비하면 규모가 크거나 오래된 절은 아니지만 선정사 때 지은 법당과 대웅전, 명부전, 보제루, 칠성각 등의 건물이 현존하는 곳이다.

 

17
▲ 싱싱한 수산물이 가득했던 속초관광수산시장.

18
▲ 속초관광수산시장에서 판매중인 수산물들.

19
▲ 팸투어 참가자들이 건어물들을 살펴보고 있다.

신흥사 관람을 마치고 버스에 올라 속초관광수산시장으로 향했다. 속초시 중앙동에 위치한 속초관광수산시장은 수산물과 이바이순대, 닭강정 등으로 유명한 시장으로 때마침 제철을 맞은 도루묵과 양미리, 그리고 오징어와 황태, 코다리 등의 건어물이 시장을 가득 메우고 있었다. 30분 후 시장 구경을 마친 참가자들은 오징어, 양미리, 도루묵 등 저마다 손에 봉투를 들고 나타났다.

 

20
▲ 바다에 접근하지 못하도록 둘러져 있는 철조망.


21
▲ 카페에서 바라본 경치.


22
▲ 접근금지를 알리는 군사경계지역 표시.


또 다시 버스에 올라 점심을 먹으러 가는 길에 경치가 좋다는 한 카페에 잠시 들르게 됐다. 속초시 장사동에 위치한 이 카페는 시원한 파도소리와 하얀 파도가 멋진 경치를 자랑하지만 군사경계지역이라 철조망이 둘러져 바다에 접근할 수 없는 곳에 위치하고 있었다. 참가자들은 어떻게 이런 곳에 카페를 지었을까 하고 신기해하며 따뜻한 대추차를 마셨다. 차를 마신 후에는 인근 식당에서 동태찌개로 점심을 해결한 후 16㎞의 둘레를 가진 동해안의 최대의 호수인 화진포로 향했다.

 

23
▲ 동해안 최대의 호수인 화진포의 모습.

동해안 최대의 호수 화진포

 

수천 년 동안 조개껍질과 바위가 부서져 만들어진 화진포는 잉어 등 민물고기와 도미, 전어와 같은 바닷물고기가 많아 낚시꾼들이 즐겨찾는 곳으로 넓은 백사장과 아름다운 소나무로 여름철에는 해수욕을 하려는 사람들도 많이 찾는다고 한다. 특히 5월에는 호수 주위에 피는 해당화가 아름다운 경관을 이룬다고 한다.

 

24
▲ 김일성 별장에서 바라본 화진포의 모습.


호수를 잠시 둘러보고 모래사장 바로 윗편에 위치한 김일성 별장으로 향했다. 김일성 별장은 한국전쟁 이전에 북한지역이었던 곳으로 주변경관이 수려해 공산당 간부들의 휴양지로 사용되던 곳이다. 별장으로 올라가는 길에는 김정일이 6세 때 소련군 정치사령관 리베데 소장 아들과 함께 찍은 사진이 걸려 있었다. 김일성 별장 옥상에서 본 화진포는 정말 아름다웠다. 특히 추운 겨울에 더욱 푸른 바다가 인상적이었다.

 

25

▲ 통일의 희망을 기원하며 산림청에서 나무로 다듬어 놓은 글자.


26
▲ 통일전망대에서 보이는 북한에 대한 설명을 듣고 있는 참가자들.

 

27

▲ 통일전망대에서 보이는 금강산과 해금강.

 

바라볼 수 밖에 없는 금강산

 

또 다시 버스를 타고 마지막 코스인 통일전망대로 향했다. 통일전망대에 들어가는 길은 생각보다 까다로웠다. 먼저 개인신상 등록을 하고 안보 교육을 받은 후 입장이 가능한데 총을 메고 있는 군인이 직접 버스에 올라타 사람들을 확인하고 나서야 들어갈 수 있었다. 통일전망대에는 비행기 모형과 6·25전쟁체험관, 천주교, 기독교, 불교에 대한 상징물들이 있으며 북한지역의 북한지역으로 이어지는 7번 국도와 금강산, 해금강 등을 볼 수 있다. 때마침 날씨도 좋아 북한의 모습을 더 멀리까지 볼 수 있었다.

 

28
▲ 통일전망대에서.

29
▲ 팸투어 참가자들과 함께.

마지막으로 통일전망대에서 사진촬영을 마치고 이틀 동안의 여행일정이 모두 끝났다. 조금 춥고 빡빡한 일정이기는 했지만 여행코스나 시간분배가 잘됐기 때문에 20시간이라는 짧은 시간동안 동해안의 일출과 설악산, 화진포, 속초관광수산시장, 통일전망대까지 모두 볼 수 있었던 것 같다. 특히 태어나서 처음 본 일출의 장면이 아직도 잊혀지지 않는다. 그럼 다음 ‘무·무·무’도 기대하시라~

 

pjw@hkbs.co.kr

저작권자 © 환경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