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의 내부 비밀 많아 입증 매우 어려워”

환경에 위해 끼친 만큼 사회적 책임과 비판 필요

 

img_8642
[환경일보] 박종원 기자 = 회사 임원의 지위를 이용한 횡령, 배임, 탈세, 뇌물 등 조직적으로 이뤄지는 화이트칼라 범죄와 함께 인간의 건강에 위해를 주거나 환경을 저해하는 환경오염 행위로 인해 성립되는 ‘환경범죄’가 나날이 증가하고 있다. 성균관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노명선 교수는 “기업범죄와 관련해 환경범죄가 매우 중요하게 논의되고 있다”라며 “일반 범죄와 다르

게 조직적이고 규모가 크며 기업의 영리와 관련돼 있다”라고 말했다. <편집자주>

 

조직적으로 이뤄지는 ‘환경범죄’

 

환경은 인권, 노동규칙, 반부패와 함께 지속가능한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강조하고 있는 ‘유엔글로벌콤팩트’의 10대 원칙 중에 3개나 포함될 정도로 매우 중요한 분야다. 특히 환경범죄는 기업들의 영리와 관련한 특성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매우 조직적이고 체계적으로 이뤄지고 있으며 적발하는 경우에도 입증이 쉽지 않다. 그는 “간혹 우발적으로 이뤄지는 경우도 있지만 진짜 환경을 해치는 것은 조직적인 범죄”라며 “이러한 범죄들은 기업 내부 비밀에 관한 것이 많아 체계적으로 접근하지 않으면 입증하기 매우 어렵다”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의아하게도 환경분쟁사건의 가장 큰 원인은 공사장 소음이다. 노 교수는 “민사상, 형사상으로 구분을 해야 한다”라며 “공사장 소음은 일시적인 것이기 때문에 고발로 이어져 형사처벌하는 경우는 많지 않고 민사상 손해배상책임이 많다”라고 말했다. 아울러 그는 “인근 공장이 밤낮없이 기계를 돌리면서 발생한 소음을 측정해 형사고발하는 사례도 많다”라고 덧붙였다.

 

그렇다면 이러한 환경범죄의 대표적인 제재방안은 멀까. 먼저 조직적이고 체계적인 범죄에 대한 대상자인 공장장, 환경관련 담당자 등 의사결정을 할 수 있는 사람에 대해서는 구속들이 많이 이뤄지고 있다. 그는 “만약 대형폐수처리장을 운영하면서 고장난 시설들에 대한 적절한 조치 없이 운영하다가 사고가 나는 경우에는 과실”이라며 “그러나 책임을 다하지 않은 행위자는 구속을 원칙으로 하고 있다”라고 예를 들어 설명했다.

 

실질적 책임자들의 역할 중요

 

또한 처벌 과정에서 대기업 회장이나 대표이사에 대한 집행유예(석방)율이 높고 중간 간부들인 공장장이나 전무이사, 환경부장 등의 실형율이 높은 것에 대해 국민들은 부정적인 시선을 가지고 있다. 그는 “회장이나 대표이사들이 정책결정을 하기 때문에 엄중하게 처벌은 해야 하는 것은 맞지만 그들의 판단기준은 영리가 우선이기 때문에 절감에 노력하는 사람들”이라며 “실질적으로 환경에 대한 유해성을 알고 있는 환경 부장이나 공장장들이 조치를 했어야 한다”라고 지적했다.

 

한편 대기업을 제외하고 1인 기업이 많은 우리나라 여건상 사주에게 잘 보이기 위해 실무자들은 가능하면 절세하고 환경에 대해 적게 투자하려고 하는 경향이 있다. 노 교수는 “회장들이 금전, 세무, 자본, 노동 등 여러 가지 방면에서 챙겨야 하는 것은 맞지만 실질적인 전문가들은 따로 있다”라며 “법원도 전문가들이 맡은 역할을 다한다면 사주들이 고집을 피우면서 투자를 안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 같다”라고 말했다.

 

이밖에도 기업들에게 양벌규정에 의해 부과되고 있는 벌금을 세금이나 공과금처럼 회사의 비용으로 처리하면서 영업이익이 줄고 결국 그 피해가 주주에게 가고 있다. 또한 영업이익이 줄어들면 자연스레 근로자들의 임금은 물론 사회적 기부나 헌금도 줄어들고 최악의 경우 상품의 가격까지 올라 소비자들까지 피해를 받을 수 있는 것이다. 노 교수는 “벌금형이 기업이나 운영책임자들에게 귀속돼 책임이 돌아가야 하는데 그렇지 않다”라며 “식품위생법 위반이나 아청법(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처럼 회사에게 불이익이 갈 수 있는 영업정지나 법인해체 등이 실효적이다”라고 주장했다.

 

133853879156

▲ 환경범죄는 기업들의 영리와 관련한 특성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매우 조직적이고 체계적으로 이

뤄지고 있으며 적발하는 경우에도 입증이 쉽지 않다. <사진=환경일보 DB>


“보호관찰제도 도입 고려해야”

 

그렇다면 지금의 환경범죄 처벌 수위는 낮은 편일까. 그는 “환경에 대한 중요성이 강조되다 보니 종래에는 입건이 되면 구속을 원칙으로 할만큼 처벌이 강했다”라며 “최근에는 환경범죄가 줄어든 탓도 있지만 구속률도 많이 떨어졌다”라고 말했다. 특히 그는 “이제 환경에 대한 법원의 인식도 조금 달라져야 할 것 같다”라며 “미국의 보호관찰제도의 도입도 고려해봐야 한다”라고 덧붙였다.

 

보호관찰제도란 사회봉사 명령이나 일정한 교육을 받겠다는 조건들을 걸고 형을 깍아주거나 면제시켜 주는 제도다. 그는 “미국에서 보호관찰제도는 다양한 교육과 사회봉사 등으로 진행되고 있다”라며 “단순한 벌금이 아니라 기업의 정책에 의해 훼손된 환경을 개선하려는 노력만큼 형량을 낮춰주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최근에는 이익금의 일부분을 벌금으로 부과하는 방법까지 새롭게 논의되고 있다”라고 덧붙였다.

 

한편 기부금 제도에 대해서는 “기부금은 그 금액과 책임의 크기가 맞지 않기 때문에 사회봉사나 벌금을 대신하는 효과가 크지 않다”라며 “기부금을 내는 사람과 받는 사람 모두 한계가 있다”라고 지적했다. 따라서 “보호관찰제도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환경에 대한 위해를 발생한 만큼 사회적인 책임과 비난이 연계되는 것”이라며 “대기업이 낸 기부금이 환경을 개선시키는데 쓰이는지도 의문이다”라고 말했다.

 

그렇다면 환경을 훼손한만큼 복구하는 보호관찰제도에 문제점은 없을까. 무엇보다 판사의 재량이나 감독권한 등이 강조되다 보면 자칫 기업들이 사법부에 좌지우지돼 자율성을 해칠 수 있으며 같은 사건도 판사에 따라 형량이 달라질 수 있어 형평성의 문제도 있을 수 있다. 그는 “입법적으로 보호관찰제도를 세세하게 규정하기 쉽지 않다”라며 “재발방지 대책을 세우라는 것이 선언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이행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감시시스템을 만들기 시작하면 기업의 자율성을 해칠 수 있다”라고 말했다. 특히 “우리는 입법부가 법을 만들고 행정부가 집행하고 사법부가 통제하는 삼권분립의 체제”라며 “사법부가 앞장서서 집행을 한다면 사법부를 통제할 대상이 없다”라고 설명했다.

 

건전한 NGO 그룹 구축 필요

 

또한 최근 환경이 화두가 되면서 기업들이 나름의 기준을 만들어 친환경 경영이라고 내세우고 있지만 일각에서는 녹색으로 포장된 ‘그린워싱’이라며 그 실효성에 대해 의심하고 있다. 노 교수는 “기업들의 자발적인 친환경 경영은 매우 바람직한 현상이지만 실효성있게 진행되는지 체크할 수 있는 툴이 필요하다”라며 “기업들에게 자율적인 시스템을 주고 검증을 통해 허위보고 등을 한 기업에게는 망신을 줄 수 있는 사회적인 감시망 시스템을 구축하면 좋을 것 같다”라고 말했다. 또한 “건전한 NGO 그룹이 잘 구축돼서 그들이 나서면 국가가 직접 나서는 것보다 기업이 더 달라질 수 있다”라고 덧붙였다.

 

02h18798
▲ 환경분야의 행정법규는 너무 어렵고 까다로워 기업 측면에서 다 이해를 못하는 경우가 많다.

지금까지 수많은 환경범죄 사건을 담당하면서 안타까웠던 사건들에 대해 묻자 크게 두가지를 언급했다. 그는 “회장이나 대표이사들과 환경부장, 실장들이 의사소통이 되지 않은 경우가 많았다”라며 “의사소통만 잘 됐어도 쉽게 고칠 수 있는 것들을 아예 보고를 안 하거나 못해서 밑에서만 끙끙 앓고 있는 사례가 많았다”라고 소개했다. 또한 “환경분야의 행정법규가 너무 어렵고 까다로워 기업 측면에서 다 이해를 못하는 경우가 많다”라며 “충분한 법률자문을 얻고 사업을 진행했는데도 위반이 된 경우 억울함을 호소하는 경우도 있었다”라고 말했다.

 

그러나 그는 “법률의 부지에 따라 법적으로 금지하고 있는 것을 모르고 한 행위에 대해서도 용서되지 않는다”라며 “변호사나 변리사들에게 충분한 자문을 얻는 등의 노력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위반이 된 경우에는 감형을 해주는 입법적인 개선도 필요한 것 같다”라고 말했다.

 

환경범죄 처벌 급감하는 미국

 

마지막으로 그는 “최근 미국에서는 환경범죄 처벌건수가 급격히 감소하고 있다”라며 “사고가 나면 바로 보고를 하고 발빠른 대처를 하는 시스템을 갖춰가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특히 “이러한 제도를 통해 기업들이 사고를 감추려고만 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자진신고를 해서 환경오염을 최소화한다”라며 “법원은 이러한 사고에 대해서는 형사처벌보다 환경개선을 하도록 하는 방향으로 변해가고 있다”라고 말했다. 따라서 그는 “우리도 환경범죄나 사고에 대해 어떻게 사전에 예방하고 신속하게 대처했는지를 고려해야 한다”라며 “가능한 모든 노력을 다 하고도 일어난 사고는 처벌보다 환경개선과 재발방지에 힘쓰는 것이 좋을 것 같다”라고 덧붙였다.

 

pjw@hkbs.co.kr

저작권자 © 환경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