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일보] 안상미 기자 = 경남 창녕군 가축분뇨 처리시설 자재 선정과 관련해 환경위생과 실무 담당자의 부적절한 행동으로 잡음이 일고 있다. 이 일로 해당 공무원은 ‘문책’ 처분을 받았으나, 연관된 중소기업의 영향은 큰 편이라 지자체 공무원들의 공직 기강을 바로 세워야 한다는 지적이다.

 

가축분뇨시설 자재 선정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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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사가 국무총리실에 제출한 진정서

경남 창녕군 ‘가축분뇨 공공처리시설 설치사업(이하 가축분뇨시설사업)’ 공사에 사용될 자재 납품을 두고 방수시트를 생산하는 H사가 감사원과 국무총리실에 진정서를 내고 억울함을 토로하고 있다.

 

H사는 폐수처리장 내부공사에 쓰이는 PE콘크리트 일체형 방수시트를 생산하는 기업이다. H사의 설명에 따르면 2012년 6월 경상남도 지방건설기술심의위원회에서 가축분뇨시설사업에 대해 제품의 적합성을 인정받고 가격 조정을 하자는 연락을 받았다고 한다.

 

이후 7월 공사 수주를 받은 시공사 D사는 견적서를 제출하라고 알려왔고, H사가 가축분뇨시설을 방문한 후 견적서를 제출한 후 현장에 맞는 제품을 2달간 생산했다는 게 H사의 설명이다.

 

이후 H사는 가계약도 진행되지 않은 상황에서 제품 생산을 끝마쳤다. 하지만 D사로부터 계약 이야기가 없어 노심초사하던 중, 11월 초 D사를 찾아갔다가 뜻밖의 소식을 들었다. 가축분뇨시설의 설계가 변경돼 H사의 제품을 받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이었다.

 

이에 H사는 곧바로 창녕군 환경위생과 담당 공무원을 만났다. 당시 담당 공무원은 감리단이 설계 변경을 요청해 어쩔 수 없다며 선을 그었다. H사는 “D사가 다른 현장에 제품을 납품할 수 있도록 주선해 줄 테니 민원을 제기하지 말라고 회유했다”면서 “납득할 수 없는 상황이다. 담당 공무원과 D사 사이에 유착관계가 있다고 생각된다”고 주장했다. H사가 미리 생산한 제품 단가는 7500여만원에 달한다.

 

기업 간 다른 주장 진실게임’

 

반면 D사는 H사의 주장에 정면으로 반박했다. D사의 가축분뇨시설사업 담당 소장은 “우리가 공사를 수주한 날짜가 6월28일, H사를 만난 게 9월”이라며 “견적서는 공사 예산을 산정하기 위해 여러 군데서 받는다. 그중 한 군데인 H사로부터 견적서를 받은 날은 9월 20일”이라고 답했다. 7월 견적서를 제출했다는 H사와 의견을 달리한 셈이다.

 

또한 담당 소장은 “견적서를 받은 이후 제품 생산을 지시하거나 계약하자는 말을 하지 않았는데 왜 H사가 제품을 생산했는지 이해할 수 없다. 다른 현장에 납품하도록 소개한다는 말을 한 적도 없다”며 H사의 주장에 반박했다.

 

담당 공무원문책’책임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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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정서에 대한 창녕군의 답변

H사가 감사원, 국무총리실에 제출한 진정서는 창녕군청으로 이첩됐다. 창녕군 측은 “D사와 담당 공무원과의 유착관계는 없다”고 해명하고, “다만 담당 공무원이 설계용역 검수를 소홀히 한 점에 대해 ‘문책’했다”고 알렸다.

 

창녕군 담당 공무원은 “시공 과정에서 감리단이 H사의 제품이 가축분뇨시설 현장과 맞지 않는다고 검토 보고서를 올렸고, 그 내용에 따라 설계를 변경했을 뿐”이라며 “H사, D사, 창녕군 3자의 주장이 다른 부분이 있어서 지난해 11월14일 회의도 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7500여만원에 달하는 제품을 미리 생산한 점에 대해서는 “가계약도 하지 않은 상태에서 제품을 미리 만들어놓은 데 대한 책임을 우리에게 물을 수는 없다. 생산자와 시공사가 해결할 일”이라며 “유착 관계에 대한 의혹에 대해서도 당당하다. 억울하다면 끝까지 조사해 봐도 된다”고 해명했다.

 

담당 공무원이 당당한 입장을 밝혔음에도 ‘문책’을 받았다는 건 지자체 환경 실무 공무원들의 처신에 따른 파장이 심각하다는 점을 일부 인정한 것이며, 뭔가 석연찮은 여운을 남기는 대목이다. “계약서는 없지만 관급 공사이기 때문에 믿고 만들었다”고 주장하는 H사의 목소리에는 ‘실무 공무원들의 기강을 바로 세우고, 용역 검토에 소홀히 하지 말 것’을 요구하는 간절함이 배어 있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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