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식량자급률 매년 1%씩 떨어져 ‘위기’

고구마 농사로 사막화 늦추고, 식량 확보 가능

 

[환경일보] 안상미 기자 = 지난 한해 긴 폭염과 한파를 겪으면서 올해 식탁물가가 만만치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지구 온도가 1도씩 올라갈 때마다 농작물 재배량이 급감하기 때문이다. 지난해 미국 중서부의 가뭄과 고온으로 옥수수, 콩의 생산량이 감소한 것이 국제 곡물가격의 폭등으로 이어져 세계적인 애그플레이션(Agflation)을 초래한 사례만 봐도 알 수 있다.

 

기후변화가 식생활을 위협하기까지 이른 지금, 사막화지역에서 ‘고구마’로 식량을 확보하려는 이가 있다. 바로 한국생명공학연구원 곽상수 책임연구원이다. 곽 연구원은 사막화가 진행 중인 중국 몽골 지역, 카자흐스탄 등 메마른 땅에 고구마를 심어 새로운 녹색지대를 만들고자 계획하고 있다.

 

사막화 가속화… 대안은 고구마?

 

2.곽 연구원은 20년 넘게 ‘고구마 생명공학’을 연구하고 있다. 그는 중국, 카자흐스탄 등 사막화가 진행되는 지역에 고구마를 통한 녹화사업을 목표로 연구 중이다.

 

그는 사막화의 원인을 ‘현지인의 가난’이라고 말한다. 현지인들은 식량을 생산하는 농업 대신 주로 가축으로 생업을 이어가기 때문이다.

 

곽 연구원은 “중국 13억 인구 중 9000만명이 사막화 지역에 산다. 사막화 지역은 농사가 잘 안 되고 주로 가축을 하는데, 사료를 살 돈이 없기 때문에 대부분 방목을 한다”고 설명했다. 방목을 하게 되면 얼마 남지 않은 풀이 없어진다. 또 춥고 건조한 지역이지만 가난으로 인해 석탄을 살 수 없으며, 주로 나무를 베어 난방에 사용한다.

 

이처럼 수풀을 있는 대로 사용하고 토양관리가 안 되다 보니 매년 중국 토지 안에서 제주도 면적만큼 사막이 커지고 있다. 현지인들의 가난이 사막을 키우는 셈이다. 곽 연구원은 그 대안으로 고구마 농사를 지어 식량으로 사용하고, 잎과 열매 모두 가축 사료로 쓸 수 있다고 주장한다.

 

그러면서 “그 나라의 주민들도 한류를 좋아하고 동경하며 우리처럼 잘 살고 싶어 하는 마음은 같다. 고구마 하나로 그들의 복지까지 손을 뻗칠 수 있는 일”이라며 “중국과 한국은 식량과 에너지문제가 밀접하게 연결된 ‘환경공동운명체’다. 황사바람만 불어도 알 수 있지 않나. 그들에게 관심을 갖고 성공을 도와야 환경문제도 함께 해결할 수 있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사막은 고마운 땅

 

그런데 왜 하필 고구마일까? 곽 연구원의 설명에 따르면 고구마는 척박한 땅에 잘 자라고 자연재해가 닥쳐와도 최소한의 수량은 보장되는 작물이다. 사막화가 진행되는 지역, 염분이 많은 해안지역, 중금속에 오염된 토양이나 광산주변지역에서도 잘 자란다.

 

또 고구마는 노화를 늦추는 항산화성분이 많은데, 이는 열악한 환경에서 생존하기 위해 고구마 자체에서 발생하는 성분이다. 곽 연구원은 고구마의 항산화성분을 더욱 강화시킨 고구마를 개발하고 있다.

 

곽 연구원은 “만리장성 북쪽 추운 지역에도 심어봤는데 잘 자라더라. 전 세계 고구마 생산량의 75%가 중국에서 나오는 이유는 토양이 척박해도 꾸준히 재배할 수 있기 때문이다”라고 말했다. 중국 고구마 생산량에 비해 우리나라는 0.2%의 적은 양이 생산된다. 그러므로 국내 식품·농업 관련 기업이 대규모로 고구마를 비롯한 농사기지가 필요하다면 중국의 토양을 빌리고, 현지에 품종을 개발·보급할 수 있는 네트워크를 구축해야 한다는 것이 곽 연구원의 주장이다. 또 알파파, 포플러를 주변에 심으면 토양이 비옥해지는 효과가 있어 고구마와 윤작하는 방법을 권하기도 했다. 알파파는 가축사료로 유용하게 쓰이는 작물이다.

 

곽 연구원은 “중앙아시아의 사막화되는 지역에 투자해 고구마 등 작물을 심어 점점 떨어져가는 우리나라의 식량자급률에 대비해야 한다”며 “사막은 고약한 땅이 아니라 고마운 땅”이라고 전했다.

 

기후변화는 식량안보에재앙’

 

1.곽 연구원의 이 같은 주장과 연구는 ‘기후변화’라는 현실에서 출발했다. 그는 “우리의 생존이 달린 환경에 빨간 불이 들어온 지 오래다. 그럼에도 에너지는 여전히 과다하게 사용하고 있으며 많은 폐기물이 배출되고 있다”라며 안타까움을 드러냈다.

 

기후변화의 결과 중 피부로 와 닿는 의식주 문제, 그중에서도 식량 문제에 대한 대응책을 마련, 실천해야 한다고 곽 연구원은 주장했다. 그는 “일본은 우리나라와 식량자급률이 비슷하지만, 음식물쓰레기 발생량은 매우 낮다”며 “먹을 만큼만 식량을 취하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버리는 식량이 너무 많다”고 지적했다.

 

또 외국에서 식량을 수입하는 수송에너지의 낭비 역시 문제점으로 꼽았다. 그는 “‘식량이 곧 생명’이라고 인식하고 절약하는 습관을 가져야 한다”며, 식량 외에도 대중교통 이용이나 경차 사용 등 기후변화에 대응하며 생활방식을 제안했다.

 

중장기 식량 로드맵 요구돼

 

새 정부의 출범이 채 한 달이 남지 않은 시점에서 곽 연구원은 국가의 식량안보를 지키기 ‘중·장기적 식량 환경 로드맵’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새로 만드는 식량안보 정책이 아닌 지속가능한 식량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것.

 

그는 “우리나라 식량자급률이 매년 1%씩 떨어지고 있다. 농경지 2만 헥타르가 도로 건설, 산업단지 조성, 택지 조성 등의 이유로 없어지고 있기 때문”이라며 “외국농산물에 의지하지 않고, 자급할 수 있는 방안이 나와야 한다”고 말했다.

 

곽 연구원이 속해있는 한국생명공학연구원이 농촌진흥청, 국립식량과학원과 ‘한·중·일 고구마 워크숍’을 여는 것은 그 때문이다. 이 워크숍에서는 동북아시아 식량문제와 에너지문제, 환경문제, 보건문제 해결을 위한 고구마 연구 성과 발표, 협력연구 시스템 구축 등을 논의한다. 워크숍에는 전 세계 고구마 생산의 80% 이상을 생산하는 한국, 중국, 일본의 고구마 전문가 약 110명 참가해 각국의 연구 성과를 발표하고 향후 동북아시아의 고구마연구 협력방안에 관해 토론한다.

 

곽 연구원은 “앞으로도 워크숍은 계속 개최할 예정이며, 적극적으로 사막화 방지를 위해 앞장서겠다”고 밝혔다. 그는 올 한해 중국 내몽골 지역과 카자흐스탄의 토양과 가능성을 좀 더 파악하고 고구마를 전파하는 데 심혈을 기울일 예정이다.

 

끝으로 “말이 아닌 실천으로 기후변화를 막을 수 있다. 고구마로 의식주에 혁명을 일으키겠다”는 곽 연구원의 포부에 나날이 늘어가는 사막에서 푸른 땅으로 변화한 모습이 기대된다.

 

coble@hkbs.co.kr

저작권자 © 환경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