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가문·기업 등 기부 국민재산 등록, 영구적 보전

DMZ 한국 구역 40% 사유지 무분별하게 헐값 매각

 

[환경일보] 안상미 기자 = 2006년 ‘문화유산과 자연환경자산에 관한 국민신탁법’이 제정되면서 설립된 ‘자연환경국민신탁’은 보전가치가 있는 숲, 토지, 건물 등을 국민의 자산으로 영구히 보전하는 공익단체다. 주로 사유지와 국유지로 분류되는 자연이 쉽게 처분되는 것을 막기 위한 신탁운동과 탄소발자국 지우기 등을 펼치고 있는 자연환경국민신탁의 전재경 대표는 미래세대를 위한 환경복지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편집자주>

 

자연환경의 영구적인 저축

 

4.
▲  자연환경국민신탁 전재경 대표

자연환경국민신탁(이하 자연신탁)은 올해로 설립 6년째다. 자연신탁은 국민, 기업, 단체로부터 보전할만한 가치가 있는 자연환경을 기부·증여받아 영구히 보전·관리하는 공익활동을 펼치고 있다.

 

자연신탁이 보전하는 숲, 토지, 건물, 해안 등은 개인이나 국가의 재산이 아닌 오로지 ‘국민’의 재산으로 남기 때문에 개발로 인한 자연의 파괴를 막을 수 있다. 2006년 제정된 ‘문화유산과 자연환경자산에 관한 국민신탁법’으로 인해 국민 소유의 재산은 누구도 처리·처분할 수 없기 때문이다.

 

자연신탁을 설립한 전재경 대표는 국민신탁운동은 영국의 ‘노블리스 오블리제(Noblesse oblige)’에서 출발했다고 설명한다.

 

1960년대 영국 귀족들이 저택, 사냥터, 농경지 등을 기부하며 환경복지에 집중하기 시작했다. 이들의 노력으로 현재 영국은 해안가 중심으로 전 국토의 2.7%가 국민의 공동재산으로 확보된 상태다. 우리나라에서도 명문가, 문중에서 기부하는 경우가 차츰 늘고 있다. 기부 받은 자연은 지역의 전문단체가 위탁받아 관리한다. 관리비는 기부자가 절반을 내고, 나머지는 정부예산으로 지원한다.

 

이밖에 자연신탁은 야생동물을 보호하기 위한 ‘동행기금마련캠페인’, 기후변화 대응책인 ‘탄소발자국 지우기’운동 등을 펼치고 있다.

 

민간·기업과 협력해 결실 맺어

 

전 대표의 가장 기억에 남는 신탁운동으로 ‘둔치도 생태공원’ 조성을 꼽았다. 둔치도 생태공원은 (사)100만평 문화공원조성 법시민협의회라는 NGO로부터 부산 서낙동강 둔치도의 논을 기증받아 조성된 곳이다. 이곳은 자연신탁 설립 후 처음 신탁을 의뢰받은 보존재산 1호라 의미 있으며, 습지를 복원해 천연기념물인 재두루미가 서식하는 등 생태적 가치가 부각되는 곳이다.

 

또 ‘관동별곡’으로 잘 알려진 송강 정철 선생의 16대손들이 대대로 물려받은 산지 2만평과 레스토랑 ‘햇살 부르는 바람소리’를 쾌척한 일도 들려줬다. 이곳은 ‘담양 생태문화마을’로 재탄생해 송강 문학 발상지를 복원하고 자연문학관 건립, 수목원 조성 등으로 지역문화유산을 보존하게 된다. 전 대표는 “추정가액이 약 20억 가량 되는 재산을 기부한 것은 명문가 자손들이 옛 송강 지실마을의 전통과 역사를 되찾는 동시에 나눔정신을 실천한 선례를 보여준 것”이라고 말했다.

 

기업의 경우에는 토지나 숲 자체를 기부하는 대신 야생동물의 서식지를 보호하기 위한 사업비를 기부하는 방식으로 참여하기도 한다. 한동안 지리산에 방생된 반달가슴곰이 고속도로를 지나 덕유산으로 넘어가려는 시도가 잦아, 마취총을 쏘아 지리산으로 옮기는 일들이 반복됐다. 고속도로들이 백두대간을 끊어 지리산이 생태적으로 고립됐기 때문이다.

 

자연신탁은 반달가슴곰의 생태통로인 백두대간의 끊어진 10km를 복구하기 위해 ‘자연으로 돌아간 반달가슴곰 프로젝트’를 시작했으며, 미국계 반도체기업인 램 리서치(Lam research)는 사업비로 3년간 1억 원 가까이 기부하고 있다. 이 프로젝트는 여러 정부 부처와 지자체, 토지소유주들과 협의하고 주민설명회 등의 과정을 거치는 데 2년 반이라는 시간이 소요됐으며, 본격적인 생태통로 복원을 앞두고 있다.

 

아울러 자연신탁은 한반도의 3대 생태축으로 백두대간, 해안선, DMZ(비무장지대)를 주요대상지로 선정해 생태적 가치를 보호하고자 한다. 특히 DMZ의 신탁재산 확보가 추진 중이며, 올해 7월27일 전쟁협정 60주년에 맞춰 DMZ전역을 대상으로 글로벌 신탁운동에 착수한다. DMZ에 사는 철새나 희귀야생동물을 보호하기 위한 활동비는 다수의 기업들이 지원하고 있다.

 

잃어버린 마을재산 되찾아야

 

dsc00279.
▲ 제주 곶자왈 답사 중인 전재경 대표

 

이 같은 자연신탁의 활동을 통해 전 대표는 “지역공동체를 복원하고 잃어버린 마을재산을 되찾는 게 목표”라고 밝혔다. 과거 우리 조상들은 마을의 산림, 습지, 초지 등 자연을 공유하고 함께 가꿔왔는데, 마을의 재산이라 해서 ‘동유(洞有)재산’이라 부르며 주민들이 함께 이용했다. 하지만 일제의 토지조사사업으로 인해 동유재산들은 강제로 사유지가 됐는데 주로 마을 유지들 이름으로 등록이 됐다. 해방 뒤 수십 년이 지나면서 동유재산들은 마을의 재산인지 사유재산인지 구분이 안 가 토지질서가 문란해졌다.

 

일부 마을 주민들은 동유재산을 헐값에 처분했다. 전 대표는 “태안 신두리 해변에 60만평의 사구가 있는데 본래 마을 동유지였다. 이것이 60년대에 저울 몇 개에 팔렸다. 이런 사례들이 잃어버린 동유재산의 원형이다”라며 안타까움을 표했다.

 

현재 자연신탁이 보전하고자 하는 제주도 내 ‘곶자왈’도 신두리 해변의 경우와 같은 위험에 처해있다. 오름에서 분출된 용암이 뒤덮어 난대림 지대를 형성해 생물다양성이 풍부한 곶자왈은 일제 강점기를 거치며 60%가 사유지로 등록됐는데 현재 골프장 건설과 개발이 진행 중이다.

 

전 대표는 “곶자왈은 미래세대를 위해 보존해야 하는 소중한 자산이다. 기여할 수 없다면 차라리 우리에게 팔았으면 하는 심정이다”라며 “훼손된 도로, 농경지, 채석장을 관리하고 훼손지에 고유종을 식재해 생태를 복원해서 곶자왈의 미래세대에게 이용권을 줘야한다”고 말했다.

 

또 무주의 故허병섭 목사가 기부한 산림 2만평은 기부자의 바람대로 마을공동체를 만드는 종자재산으로 쓰일 예정이다. 전 대표는 “무주에 귀향할 젊은이들을 찾아서 산을 이용하고 농사도 지으며 마을공동체를 이루도록 계획하고 있다”며 “동유재산을 이용하고 관리하며 마을 단위의 전통적 지역공동체를 현대에 부활시키겠다는 계획이다”라고 덧붙였다.

 

국토 3%를 국민의 재산으로

 

전 대표는 자연신탁의 최종목표로 2050년까지 우리 국토의 3%를 국민의 재산으로 만들고자 한다. 그는 “영국도 수십 년간 신탁운동을 벌여 국토 2.7%를 국민소유로 만들었다. 영국 해안선의 17%가 국민재산이다”라며 “DMZ 우리나라 구역의 40%가 사유지인데 지금도 헐값에 매매되고 있다. 전 국민 캠페인을 벌여 DMZ와 해안선 등 전국 각지의 생태계와 자연환경을 보존한다면 국토 3%의 신탁이 가능하다고 본다”고 예상했다.

 

끝으로 그는 “사회복지와 환경복지, 둘 다 중요한 가치지만 손에 잡히는 사회복지보다 미래세대를 위한 환경복지의 중요성은 잘 드러나지 않는다. 현재의 노력은 우리가 죽고 난 뒤 시간이 많이 흐른 다음에야 눈에 띄일 것이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렇지만 드러나지 않는다해서 손을 놓아서는 안 된다. ‘내일은 늦는다’는 말을 꼭 전하고 싶다”며 환경복지에 대한 관심을 당부했다.

 

coble@hkbs.co.kr

저작권자 © 환경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