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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필도 교수와 신산철 원장은 주민과 소통할 수 있는 친환경적 자연장지를 조성해야 한다고 의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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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일보] 박종원 기자 = 인구고령화와 핵가족화, 매장 공간 부족 등으로 기존 장묘문화를 변화시키려는 적극적인 움직임이 일고 있다. 특히 나날이 늘어나는 묘지로 국토가 잠식되면서 후손들의 삶의 터전을 위협하고 있으며, 관리가 안돼 흉물스럽게 방치된 묘는 사회적인 문제로까지 부각되고 있다. 본지는 이러한 매장문화를 대신해 주목받고 있는 ‘자연장’과 친환경 장묘문화에 대해 들어보고 이를 팟캐스트로 제작했다. <편집자주>

 

김익수 편집대표(이하 김익수 대표) : 죽음은 개인적인 문제이면서 화장이나 매장 등 고인을 모시는 방법에 따라 사회적, 국가적 이슈가 되고 있는데요. 매장문화를 대신할 ‘자연장’과 친환경 장묘문화에 대해 전문가들의 의견을 들어보겠습니다.

 

먼저 장례지도학과나 늘푸른장사문화원은 일반인들에게 생소한 이름들인데요. 어떤 것을 공부하는 학과인지, 어떤 일을 하는 문화원인지 궁금합니다.

  

을지대학교 장례지도학과 이필도 교수(이하 이필도 교수) : 장례지도학과는 전통적인 장례문화 계승과 낙후됐던 장사시설과 서비스를 21세기에 걸맞게 개선하고 양질의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1999년에 설립됐습니다.

 

장례지도학과에서는 장례상담이나 전통적인 상장례 예절, 장례방법, 장사시설과 서비스에 대한 전반적인 부분을 공부합니다. 특히 죽음과 관련된 시신을 처리하기 위한 위생적, 과학적인 부분들에 대한 전문인 육성과 더 나아가서는 장례행정이나 구체적인 방법 개선에도 힘쓰고 있습니다.

 

늘푸른장사문화원 신산철 원장(이하 신산철 원장) : 늘푸른 장사문화원을 설명하려면 먼저 1997년에 창립된 생활개혁실천협의회를 먼저 말씀드려야 하는데요. 이 협의회는 혼례문화와 장례문화 개선활동을 꾸준히 하다가 2009년 장사문화 발전에 대한 활동을 전문화하자는 취지로 보건복지부로부터 사단법인을 받아 설립했습니다. 저희는 친환경적이고 지속가능한 장사문화 발전, 장사복지 증진을 위해 연구, 홍보, 교육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김익수 대표 : 자연장이란 정확히 무엇인가요?

 

신산철 원장 : 자연장이란 시신을 화장을 한 다음 그 유골을 잔디나 화초, 수목 주변에 묻어 장사를 모시는 장법입니다. 잔디 밑에 유골을 묻으면 잔디형태, 화초 밑에 묻으면 화초형태, 나무 주변에 묻으면 수목형태라고 할 수 있습니다. 또한 운영주체도 묘지처럼 개인과 단체, 법인, 종교 단체에서 운영하는 자연장들이 있습니다.

 

편집국장님.

▲ <본지 김익수 편집대표>

“소통과 상생으로 나갈 단초가 될 수도”

김익수 대표 : 그렇다면 자연장도 별도의 공간을 조성한다는 점에서 기존의 묘지와 같다는 것 아닌가요. 화장과 자연장은 어떤 차이가 있습니까?

 

이필도 교수 : 화장한 이후 인공적인 시설물을 설치하면 보통 납골이라고 합니다. 그리고 자연의 상태로 돌리는 것을 자연장이라고 하지요. 일반인들은 자연장보다 수목장이 언론에 많이 알려져서 수목장만 알고 있는데, 아까 신 원장님이 설명하신 것처럼 화초장, 잔디장 등 다양한 형태를 가지고 있습니다.

   

자연장은 좁은 공간을 다양하게 활용하면서 친환경적으로 설치할 수 있는데 아직 설치기준이 법적으로 애매모호한 경우가 많습니다. 또한 시설물을 설치해서 자연을 훼손하는 부분이나 일 정 규모 이상의 자연장 신고 및 허가 요건이 까다롭기 때문에 쉽게 설치하지 못하는 부분들이 있습니다. 특히 선진국들은 공원시설로 운영을 하는데 우리는 사설로 운영하기 때문에 상업화와 편법화되는 단점들이 있습니다.

 

현재는 법률상으로 금지가 돼있지만 바다와 강에 뿌리는 경우에 대한 논란도 있습니다. 따라서 이런 부분들을 보완해서 자연장으로 안정적으로 정착시키는 것이 향후 과제라고 할 수 있습니다.

 

김익수 대표 : 일본, 홍콩, 프랑스 등 다양한 나라에서도 자연장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요. 우리의 자연장과 어떤 차이가 있나요?

 

이필도 교수 : 가장 큰 차이는 그들은 장사시설을 기피하거나 혐오하는 일이 거의 없다는 것입니다. 친환경적이고 삶과 죽음을 공유하는 시설로 생각하고 있는 거지요. 그렇기 때문에 종교, 철학적인 의미를 가지고 있고, 이름도 ‘추억의 정원’, ‘회상의 숲’ 등 공원화된 시설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 가장 큰 차이입니다.

 

신산철

▲ <늘푸른장사문화원 신산철 원장>

“기존 묘지를 자연장지로 바꾸기 위한 방법 찾아야”

신산철 원장 : 외국에 가보면 표지가 아예 없는 자연장지들이 상당히 많습니다. 그만큼 공원화하는데 우선순위를 두고 있다는 거죠.

 

특히 홍콩의 경우 매주 토요일마다 미리 신청한 유가족들이 화장한 유골을 모시고 와서 배를타고 바다로 나가 정부가 지정한 장소에 유골을 뿌려 장례를 모시기도 합니다. 물론 3일장 문화가 있는 우리나라의 경우 일주일에 한 번만 배가 출항한다면 모시기 어려운 부분이 있습니다. 이 밖에도 화장한 유골을 뿌려서 장례를 모시는 장법들이 외국에는 상당히 많이 있습니다.

 

김익수 대표 : 그렇다면 이미 만들어진 묘지들을 친환경적으로 관리할 방법은 없겠습니까. 그냥 이대로 놔두는 것이 좋을까요?

   

이필도 교수 : 지적 잘 하셨습니다. 저는 묘지를 사놓고 잘 관리한다면 환경적인 면에서 큰 문제가 없다고 생각합니다. 제 어린시절을 생각해보면 장사시설은 혐오, 기피시설은 아니었어요. 실제로 우리가 어릴 때 소풍을 간 많은 능들도 잘 관리된 묘지잖아요. 그렇기 때문에 지금 있는 묘지들을 잘 관리해서 화장한 유골을 넣는 자연장과 어우러지면 충분히 친환경적인 장사시설로 발전시킬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신산철 원장 : 실제로 최근 설문조사 결과를 보면 화장을 선택하는 이유가 어려운 묘지관리 때문이라고 답변하시는 분이 많은데 우리의 묘지관리에 문제가 있다라는 생각이 듭니다.

 

또한 공설묘지들이 만장이 돼서 쓸 수 없는 경우가 많거든요. 기존의 묘지들을 주민친화적인 자연장지를 조성하기 위한 방법들을 많이 강구해야 할 것 같습니다.

 

이필도 교수 : 제가 하나 지적하고 싶은 것은 집단화된 묘지를 재개발하는 과정에서 일반적인 주택지의 재개발처럼 생각하는 경우가 있는데, 저는 이 개념을 지자체끼리 연합을 해서 투자비용을 높이고 정말 자연친화적인 공원화 시설들을 만들어야 국민들의 인식을 바꾸는데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김익수 대표 : 장묘는 오래된 문화라서 단기간에 바꾸기 어려운 과제라 하겠습니다. 장묘도 분명 복지의 한 부분이기 때문에 복지를 외치는 정부의 노력이 필요하다고 보이는데 어떤 노력들이 필요하겠습니까?

 

이필도

▲ <을지대학교 장례지도학과 이필도 교수>

“장사시설은 혐오시설 아닌 내가 가야 할 시설”

이필도 교수 : 우리 국민들이 장사시설이 들어온다고 하면 플랜카드를 내걸 생각부터 하는데, 장사시설은 혐오, 기피시설이 아니고 내가 가야 할 시설입니다. 또한 자손 대대로 이어나가야 하는 사후 복지 시설로 인식해야 합니다. 정부도 이런 부분에서 정책을 펼쳐야 하구요.

   

또한 양적인 증대뿐만 아니라 질적인 개선이 필요합니다. 개인적인 비용보다 사회적인 비용을 지불함으로서 모두 같이 이용할 수 있는 시설로 만들어 가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신산철 원장 : 정말 상생하고 소통할 수 있는 주민친화적인 시설로 조성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정부나 시민단체, 학계에서 자연장이 자연친화적이고 좋다는 것을 동의한다면 홍보에 좀 더 주력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그래서 최근에 보건복지부나 지자체 등에서 대학생 서포터즈 활동이나 SNS 활용을 많이 하고 있습니다. 특히 이런 홍보들이 지속적으로 진행되는 것이 중요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김익수 대표 : 그럼 두 분은 나중에 자연장 하시는거죠?

 

이필도 교수, 신산철 원장 : 그럼요. 하하하.

 

팟토크 가기(https://itunes.apple.com/kr/podcast/hwangyeong-ilbo-pas-tokeu/id589689040?mt=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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