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작정 떠나는 무모한 무탄소 여행 ‘아홉

 

[환경일보] 박종원 기자 = 한 달에 한 번. 출근도 마다하고 떠나는 박 기자의 당일치기 여행기. 아홉 번째 여행은 에너지 다소비 기관으로 분류된 대학들이 친환경 그린캠퍼스를 만들기 위해 어떤 노력을 하고 있는지 살펴보기 위해 서울 안암동에 위치한 고려대학교에 다녀왔습니다.

 

최근 그린캠퍼스 관련 발표회 등을 다니면서 과연 대학들은 어떤 노력을 하고 있는지 매우 궁금했다. 특히 대부분의 그린캠퍼스 활동들이 학생들의 자발적인 움직임으로 시작되고 진행되다보니 결국 여러 가지 한계에 부딪히고, 절약과 재활용, 분리수거, 절전 등 이름만 다를 뿐 비슷한 활동들을 할 수 밖에 없어 대학생들의 창의성이 결여됐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그린캠퍼스에 대한 기대와 우려

 

사실 고려대학교로 발길을 옮기면서도 걱정이 많았다. 많은 학교들이 이미지 제고를 위해 그린캠퍼스 운동을 하고 있다고 홍보하지만 실제로 방문해보면 아무 것도 없었던 적이 많았기 때문이다. 실제로 이번 ‘무·무·무’를 위해 평소에 그린캠퍼스 운동을 하고 있다는 몇 군데 학교에 전화해봤지만 소프트웨어적인 부분이 많아 보여주기 힘들다거나, 방학 기간이라 실질적으로 하는 활동들이 별로 없다거나, 관련 시설이 공사 중이라는 답변들만 들을 수 있었다. 그러나 다른 학교와 달리 마치 기다렸다는 듯이 빠른 시일 내에 방문해달라는 고려대학교와의 통화 끝에 기대 반, 우려 반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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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린캠퍼스를 위해 직접 상표출원까지 한 그린캠퍼스 로고.

 

학교에 도착해서 가장 먼저 찾은 곳은 중앙광장에 위치한 에너지 위기관리 대응팀(Green Team)이었다. 에너지 위기관리 대응팀은 본부의 관리처 안에 관리팀과 시설부, 안전관리팀과는 어깨를 나란히 하고 있으며 그린캠퍼스 구축 및 홍보, 온실가스 관리, 수익사업을 맡고 있는 팀이다. 대응팀에 들어서자 고려대학교만의 그린캠퍼스 로고가 가장 먼저 눈에 띄었다. 이 로고는 학교 차원에서 직접 상표출원까지 한 고려대학교만의 그린캠퍼스 로고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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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0여개 건물의 실시간 에너지 사용현황을 볼 수 있는 종합상황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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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대그린캠퍼스 홈페이지에서 실시간으로 최대 전력사용현황을 확인할 수 있다.
 

“경보 단계에서 문자로 위험 알려”

 

고려대학교 그린캠퍼스 사례 중에서 가장 궁금했던 것은 그린캠퍼스 종합상황실(Building Energy Management System, BEMS)이었다. 상황실에 들어서자 고려대학교 40여개의 건물의 실시간 에너지 사용현황과 전력피크 값을 한눈에 볼 수 있는 대형스크린이 보였다. 실제로 피크전력대비 90% 이상이 되면 개별 냉난방기 순차운휴와 실내온도 조절, 피크전력대비 95% 이상이 되면 냉온수기 대수 제어, 급배기휀 최소한 제어, 피크전력대비 97% 이상이 되면 즉시 담당직원들에게 문자로 위험을 알리고 냉온수기 전원차단 조치가 자동적으로 이뤄진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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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린캠퍼스 홍보대사들과 함께.

마침 옆에 있던 그린캠퍼스 홍보대사들과도 간단히 인사를 나눴다. 이들은 그린캠퍼스 실천운동을 지속적으로 추진하고 학생과 학교 사이의 소통기구로서 역할을 하고 있다. 특히 단순한 교내 에너지 감사 업무뿐만 아니라 그린캠퍼스 관련 활동 진행과 참여를 통해 고려대학교를 그린캠퍼스로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학생들이다.

 

이들은 각 건물별, 호실별 개별에어컨 현황 조사나 빈 강의실 전등과 냉난방기 끄기 등의 단순한 활동부터 온·오프라인을 통한 홍보활동, 이벤트 등을 위해 다양한 아이디어를 내고 직접 실행하고 있는데 대응팀을 통해 학교 내에서 다양한 연계가 가능하기 때문에 기존의 학생들만이 하던 활동들보다 훨씬 효과적으로 다양한 일들을 진행할 수 있을 것 같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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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LED 조명이 설치된 복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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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LED 설치로 조명 개수가 반으로 줄었다.


에너지 위기관리 대응팀과 종합상황실을 둘러보고 학교에 있는 시설적인 부분을 찾아보기 위해 혼자 학교를 돌아다니기 시작했다. 대응팀에서 나오자마자 보이는 것이 LED 조명으로 바꾼 복도의 모습이었다. 실제로 천장에는 예전에 형광등이 있던 흔적들이 남아있었는데 조명 개수는 반으로 줄었지만 어두워보이지는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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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카운터 센서는 출입자 수를 계산해 조명을 제어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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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화장실 카운터 센서의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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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을 닫아야만 불이 들어오게 하는 대변기 자석센서.

 

불필요한 에너지는 최소화

 

복도를 지나 화장실로 이동했다. 화장실에는 카운터 센서와 대변기 자석센서가 설치돼 있었다. 카운터 센서는 화장실 입구에 설치돼 들어간 사람과 나간 사람을 계산하고 사람이 없을 때는 화장실의 조명을 제어해 에너지를 절약하고, 대변기 자석센서는 개별 칸에 들어가 문을 닫아야만 센서가 작동해 해당 칸에만 불이 들어온다. 두 가지 센서 모두 평소에는 불이 들어오지 않아 불필요한 에너지 낭비를 막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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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려대학교 100주년 기념사업의 일환으로 조성된 중앙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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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앙광장 지하 1층에서 보이는 지하주차장의 모습.


건물 밖으로 나와 가장 먼저 볼 수 있는 것은 중앙광장이었다. 고려대학교 100주년 기념사업의 일환으로 조성된 중앙광장은 기존 4800평 규모의 대운동장을 5700평의 지상광장으로 탈바꿈한 것으로 지하공간을 조성해 1층에는 행정부서 및 편의 시설로, 지하 2~3층은 자동차 1700대를 주차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 캠퍼스 내에 모든 차량을 지하주차장에 수용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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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물건을 납품하는 차와 장애인 전용차량 외에는 모두 지하주차장을 이용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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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텅텅 비어있는 교내 주차장의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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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애인 전용 주차구역임을 알리는 안내판.
 

캠퍼스 안에 차가 없다?

 

실제로 캠퍼스 내에는 물건을 납품하는 차와 장애인전용차량 외에 차량은 진입이 불가능했으며 예전에 주차장으로 쓰던 공간들에는 차량이 한 대도 없이 텅텅 비어 있었다. 무엇보다 좋은 점은 캠퍼스 내에 차가 없어 걷기 좋고 여유로워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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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건물 출입문에 붙어 있는 안내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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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연계 캠퍼스 하나스퀘어에 붙어 있는 에너지 절약 안내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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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캠퍼스 곳곳에 놓여있는 재활용 및 일반쓰레기통.


각 건물에는 출입문 닫기, 동계방학 건물 난방 제한에 관한 내용, 에너지 절약과 관련한 포스터들이 각 건물마다 붙어있어 학생들의 인식개선에 노력하는 모습들도 볼 수 있었다. 또한 캠퍼스 곳곳에는 재활용 및 일반쓰레기통이 부족함 없이 놓여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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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동으로 조명이 제어되는 지하주차장.

마지막으로 어두침침한 지하주차장이 있다고 해서 직접 찾아가 봤다. 자연계 캠퍼스에 위치한 하나스퀘어 지하주차장은 기존의 지하주차장과 달리 차량이 나가고 들어올 때마다 자동으로 조명이 제어되는 주차장이었다. 실제로 지하주차장에 들어서니 마치 형광등이 나간 것처럼 군데군데 어두운 곳이 많았다. 또한 새로운 차량이 나가고 들어올 때마다 여기저기 불이 계속 깜빡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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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듬성듬성 불이 들어온 아산이학관.

마지막으로 집으로 돌아가기 위해 엘리베이터를 타고 올라오는 길에 에너지 절약을 위해 붙어있던 ‘닫힘 버튼 사용중지’ 스티커와 듬성듬성 불이 들어온 아산이학관 건물을 보며 아홉 번째 ‘무·무·무’를 마쳤다.

 

“방학기간 활용할 방법 찾아야”

 

이번에 고려대학교를 돌아보면서 그린캠퍼스를 위해 학교들이 어떤 노력을 해야 하는지 조금은 알 수 있게 됐다. 특히 학생들의 자발적인 움직임도 중요하지만 학교가 직접 나설 때 더 큰 효과를 얻을 수 있으며 학생과 학교가 함께 한다면 더 크고 다양한 효과를 낼 수 있기 때문이다. 아직 미흡한 점은 있겠지만 지금처럼 노력한다면 고려대학교는 빠른 시간 내에 성공적인 그린캠퍼스 구축이 가능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이와 함께 방학 기간에도 그린캠퍼스를 위해 실천 할 수 있는 것들을 찾아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럼 다음 ‘무·무·무’도 기대하시라~

 

pjw@h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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