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일보] 김택수 기자 = 지난 2011년 3월11일, 동일본 대지진 이후 후쿠시마 원전 사고지역은 몇 백년 동안 사람이 살 수 없는 폐허로 변했다.
땅과 바다는 방사능 유출로 오염됐다. 사람과 동물의 몸에 축적된 방사능은 암과 백혈병 등 각종 질병을 유발할 위험이 크다. 또한 후쿠시마 인근에서 생산된 쌀에는 방사능 물질인 세슘이 검출됐다. 특히 바다에서 잡히는 물고기에서는 방사능 기준치 5000배에 달하는 세슘이 검출됐다.
원전 사고 이전까지 일본 정부는 ‘원자력은 안전하다’는 말만 되풀이해 왔고 사고를 대비한 명확한 매뉴얼과 대책은 없었다. 후쿠시마 원전은 사고 수습비용만 최소 121조원이 소요될 전망이며 이는 일본 국민이 모두 부담해야 한다.
최근 우리나라에서도 노후화된 원전의 잦은 사고에 국민의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특히 원전 주변 인구밀도가 높은 우리나라는 노후 원전의 수명연장을 계속하는 등 원자력에 의존을 벗지 못하고 있어 전면적인 에너지전환 논의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제기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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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 한명숙 의원 주관으로 모리즈미 다타시와 함께하는 에너지전환기본법 공청회가 최근 열렸다.

이 자리에는 국회 추미애, 신기남, 백제현, 인재근, 박병석 의원 등이 참석했다 <사진= 김택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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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 한명숙 의원이 인사말을 하고 있다 <사진= 김택수 기자>

이에 국회 한명숙 의원 주관으로 탈원전 및 에너지전환기본법 공청회가 최근 열렸다. 특히 일본다큐사진작가 모리즈미 다카시의 후쿠시마 참사 사진이 공개돼 원전의 위험성을 재조명하는 자리가 마련됐다.


한명숙 의원이 대표발의를 준비하고 있는 ‘탈원전 및 에너지전환기본법’은 원전중심의 에너지정책을 폐기하고 재생에너지 중심으로 에너지정책의 방향을 전환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2040년까지 지속가능한 대체에너지 개발을 통해 전력수급 계획을 확보해 원전가동을 전면 중단하는 것을 핵심내용으로 하는 법안이다.


후쿠시마 피폭자 은폐로 늘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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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쿠시마 원전 사고로 오염 된 해일 피해지역은 수색하지 못했다. 3주 후 사체수색이 이뤄졌다.

 <사진출처 = 모리즈미 다카시>


일본정부는 원전 사고 직후 정보를 공표하지 않았고 원전폭발을 즉시 인정하지 않았다. 수십억 엔이나 들여 정비한 방사능 오염예측시스템(스피디)의 정보도 공개되지 않았다. 당시 사고지점 50㎞ 내외 주민들은 본인 거주지가 오염되는 상황을 알지 못했다.

이에 최근 후쿠시마현 18세 이하 어린이 건강조사 결과 4만명의 주민 중 갑상선암 3명, 갑상선의심환자 7명으로 나타났다. 평균 100만명당 1명꼴인 갑상선 발병률 수치가 사고 이후 2년 뒤 250배로 증가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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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염 된 마을에 남겨진 아이들 (2011 년 4 월 28 일 후쿠시마현 이이타테마을)

<사진출처 = 모리즈미 다카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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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다큐사진작가 모리즈미 다카시 <사진= 김택수 기자>

 

원전사고 이후의 후쿠시마를 사진으로 담아낸 일본 다큐사진작가 모리즈미 다카시는 “사고 당시 국가와 지자체는 다시 안심하고 살 수 있도록 하겠다는 말로 시간을 지체해 불필요하게 주민들을 피폭시켰다”라며 “일본 정부가 위험성을 무시해 6000명의 주민이 두 달 이상 피폭된 후 피난을 결정했다”라고 비판했다.


또한 그는 “일본 환경성이 매일 발표하는 사고지역의 방사능 검출기의 방사선량은 직접 측정 결과 훨씬 낮은 수치가 발표되고 있었다”라며 “검출기에 제염작업을 한 후 자갈을 전면에 깔고 알루미늄판을 설치해 수치가 낮게 측정되고 있었다”라며 조작 의혹을 제기했다.

 

원전 철거비용, 천문학적인 예산 소요돼

 

행복도 1위 국가인 덴마크는 처음부터 원자력발전을 시작하지 않은 나라이다. 또한 오스트리아는 원전 1개를 완공해 놓고도 국민투표를 거쳐 원전을 가동하지 않았다. 두 나라는 주민 행복을 위해 원전 위협을 배제한 국가이다.
반면 우리나라는 23개가 가동 중인 원전을 42개까지 늘리겠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위조부품, 중고부품이 원전에 공급된 사실이 잇따라 드러났다. 더불어 2012년 2월에는 고리1호기에서 전기 공급이 끊겨 원자로 온도가 올라가는 문제가 생겨 주민불안을 가중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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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호사(녹색당 공동운영위원장) <사진= 김택수 기자>

 

이에 하승수 변호사(녹색당 공동운영위원장)는 “지금까지 우리나라의 에너지·원자력 관련 법률은 원전 확대를 전제로 했다”라며 “일차적으로 에너지 전환의 원칙을 정립하고 관계 법령과 계획을 일괄 정비할 근거를 마련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또한 하 변호사는 “사용 후 핵연료와 수명이 끝난 원전 폐쇄문제도 심각하다”라며 “지식경제부가 2011년 말에 발표한 원전 1기당 철거비용 3900억원보다 최대 2.6배의 비용이 필요할 것으로 전망되며 해체 경험부족 등으로 많은 시간이 투입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어 그는 “태양광이나 풍력 등 재생에너지로의 에너지 전환은 대규모 건설사업을 발주하는 식이어서는 곤란하다”라며 “발전차액지원제도(FIT)를 재검토하고 시민 참여를 보장하는 방식으로 확대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에너지정책, 민-관 거버넌스 기구 필요

 

탈원전의 대안으로 언급되는 에너지전환 정책은 큰 틀에서는 기존 시민사회의 논의를 따르는 것처럼 보이나 세밀한 검토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제시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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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너지정의행동 이헌석 대표

 

에너지정의행동 이헌석 대표는 “에너지전환 방법을 재생에너지로만 국한하는 것은 현실적이지 못하다”라며 “원전이 줄어든 만큼 이를 재생에너지로 대체해야 하지만 실제 계획은 두 가지를 동시에 늘리고 있어 시민사회가 제기한 문제점을 제대로 짚지 못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이에 이 대표는 “앞으로 국가에너지정책 논의에서 민-관 거버넌스 기구가 필요하다”라며 “이는 전력뿐만 아니라 석유, 석탄 등 에너지 전반에 대한 정책을 수립하고 에너지 공급, 수요관리에서 온실가스 감축문제까지 포괄하는 기구로 작용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또한 그는 “1970년 석유파동 이후 화석에너지를 대체하는 의미의 대체에너지가 2005년 들어 신에너지와 재생에너지로 구분됐다”라며 “기존 대체에너지법에 묶여 재생에너지와 무관한 에너지원들도 각종 지원 사업에서 재생에너지 대접을 받고 있다”라며 이에 대한 논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재생에너지, 개념부터 명확히 해야

 

현재 ‘신에너지 및 재생에너지 개발·이용·보급 촉진법’ 제2조 6항에서 재생에너지를 정의하고 있다. 이 중 폐기물에너지와 해양에너지 정의가 문제시되고 있다는 의견이 제시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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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 환경대학원 윤순진 교수

 

 

폐기물 에너지의 경우 산업체 석유폐가스 등을 활용한 소각열은 제외하고 있어 여전히 엄격한 분류가 되고 있지 않다. 또한 해양에너지의 경우 해외와 달리 조수간만의 차가 높아 전력을 생산하는 시간과 전력수요가 많아지는 시점 사이에 차이가 커 사실상 기대하기 어렵다.

이에 서울대 환경대학원 윤순진 교수는 “기존에 정의된 재생에너지 개념은 상당한 문제를 일으킬 수 있으므로 적절한 교정이 불가피하다”라고 말했다.


한편 토론회를 개최한 한명숙 의원은 “이명박 정부 내내 원자력 확대정책이 계속됐고 새 정부도 전향적인 방향 전환을 기대하긴 일러 보인다”라며 “현재의 전력수급 형편을 볼 때 단기간에 원전이용을 포기하기 어려운 게 현실이라고 하더라도 안전하지 못하고 지속가능하지 못한 원전중심의 에너지정책을 고수한다는 것은 국가의 미래를 위해서 결코 올바른 선택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kts@h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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