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일보] 김경태 기자 = 일전에 외국계 기업의 이사를 만나 이야기를 나눈 적이 있다. 이러저러한 이야기 중에 그의 담당업무인 지속가능보고서에 대한 이야기가 나왔는데 그가 도저히 이해하지 못하는 것이 ‘한국의 지속가능보고서는 사보(社報)와 무엇이 다른가?’라는 의문이었다.

그가 말하는 지속가능보고서 핵심은 이해관계자와의 대화와 약속이었다. 기업에서 일하는 노동자는 물론, 지역주민, 하도급업체, 그곳에서 일하는 노동자, 소비자, 시민단체 등 기업과 관련된 모든 사람들을 만나고 이해시키려 노력했다.

그들은 이해관계자와의 대화를 일일이 지속가능보고서에 담았고 약속했으며 약속을 지키지 못했을 때는 왜 지키지 못했는지 이유와 함께 이 약속을 폐기할 것인지, 아니면 미룰 것인지까지 설명했다.

고아원, 양로원을 방문해 위문품 전달하는 사진을 찍고 겨울이면 연탄 나르는 것이 기업의 사회적 책임(CSR)이 아니라는 것이다.

한국의 ‘글로벌’ 기업들은 어떨까? 생산한 물건을 세계에 팔아먹으면 ‘글로벌’ 기업인걸까? 위험물질 관리는 하도급 주고 사고가 터졌을 때는 ‘담당자의 실수’라며 책임을 미루는 것이 글로벌 관행일까?

피해지역 주민들이 목숨을 잃고 삶의 터전을 잃어도 법규 위반에 따른 과징금만 내면 할 일을 다 한 것일까?

영업기밀을 이유로 어떤 위험한 화학물질을 사용했는지는 공개하지 못한다고 버티면서 EU 수출을 위해서는 그들이 원하는 수준의 안전한 물건을 만드는 것? 그러다 생산공장에서 유해화학물질 누출로 사고가 터져 생명을 잃어도 여전히 전가의 보도인 ‘글로벌 경쟁력’을 이유로 오히려 환경법규를 철폐해달라고 요구하는 것?

사고를 낸 대기업들의 다음 분기 지속가능보고서에 어떠한 내용이 담겨 있을지 참으로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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